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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자녀'의 삶을 그리다…"아픔 딛고 화양연화(花樣年華)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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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4-04-09 | 조회조회수 : 6,0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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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움, '화양연화: 어둠 속에서 피어나다' 전시회

수용자 자녀 10인 작가 참여…"인식 개선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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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극동갤러리에서 수용자 자녀 당사자 청년 10인이 참여한 '화양연화: 어둠 속에서 피어나다'가 개막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진행된 전시회 오프닝 행사. ⓒ데일리굿뉴스


"나는 한때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입 밖으로 꺼낼 만큼 시한부의 삶이었다…(중략)…인생에 역경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 어떤 역경도 다 초월할 만큼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수빈 '花樣年華 : 화양연화' 中)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다고 고백하는 10명의 청년 작가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수용자 자녀로 미성년 시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대표 이경림)이 주최한 전시회 '화양연화: 어둠 속에서 피어나다'는 유년 시절 부모의 교도소 수감으로 세상의 선입견과 편견을 경험했던 청년 10명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 전시회다. 전시회는 8~19일 극동갤러리에서 진행된다.


30여개의 전시회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수용자 자녀로서  경험한 아픔이다. 매서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압류 잡힌 피아노, 쓸쓸히 내리는 비, 현관에서 사라진 아빠의 신발 등 작품마다 쓰라린 사연이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two-faced'다. 네 명의 작가들이 협업한 설치작품으로, 80호 대형 캔버스에 고등학생 소년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캔버스 속 소년의 교복 조끼를 들추자 공포에 움츠려 있는 내면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강렬한 묘사에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날 도슨트를 맡은 한 청년 작가는 "아이의 내면에는 수용자 자녀로 겪은 각종 부정적인 감정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아픔을 숨긴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수용자 자녀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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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작가들이 'two-faced' 작품을 제작하는 모습. (사진제공=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다섯 작가의 어린시절 사진을 엮어 만든 작품인 'Film: equals sign'도 인상적이다. 커다란 보드판에 80여 개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갓난아이 시절부터 사춘기 시절까지 다양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보드판 위로는 성인이 된 작가들의 현재 사진이 걸려 있다. 작가들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


사진에 등장하는 한 청년 작가는 "우리가 살아온 삶이 영화라면, 우리에게도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 존재한다"며 "수용자 자녀라는 이유로 불행한 게 아니라 우리도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번 전시회 하이라이트는 주제작인 '花樣年華 : 화양연화'다. 이수빈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를 작품으로 구현한 것으로 회복을 향한 염원을 담았다. 이 작가는 친부로부터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작품 옆에는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철창 없는 감옥'이 전시돼 있다. 그가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했던 반지하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과거가 떠올라 많이 울었는데 점점 괜찮아졌다"며 "이제는 먼저 나서서 지인들에게 알릴 정도다. 그림을 그리면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복을 경험해  감사하다"고 웃음지었다. 


이어 그는 "과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면의 동굴에 갇혀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며 "심리상담을 공부해서 수용자 자녀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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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도슨트를 맡은 이수빈(한빛) 작가. ⓒ데일리굿뉴스


작품을 다 보고나면 수용자 자녀가 겪는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시회장 출구에는 작품을 보고 난 후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느낀점을 남기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헌법 제13조 3항에 다르면 우리나라는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용자 자녀에게는 '범죄자 자녀'라는 꼬리표가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닌다. 신상이 털리거나 전학을 강요당하는 등 2차 가해도 빈번하다. 부모의 죄가 자녀의 불행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모양새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경림 세움 대표는 "수용자 자녀도 일반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인격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편견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초대했다. 


전시회에서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이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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