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화찬양사,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 라이프 | KCMUSA

나는 수화찬양사,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 라이프

본문 바로가기

  • 라이프

    홈 > 문화 > 라이프

    나는 수화찬양사,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1-03-19 | 조회조회수 : 1,118회

    본문

    몸짓·표정으로 주님 찬양하는 호산나SLP 이채원 집사



    563a1ac3d228f420008fcb3a3a43465c_1616175695_0672.jpg
    이채원 집사가 2018년 10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찬양사역자 김복유씨와 함께 집회에 참석해 수화찬양을 하고 있다. 이채원 집사 제공


    래퍼 비와이의 무대 한쪽에서 속사포 랩만큼 빠른 속도로 수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 수화찬양 사역팀 호산나SLP를 이끄는 이채원(42)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집사다. 2018년 12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제6회 학교기도불씨운동 더웨이브 집회에 참여한 이 집사는 비와이와 여러 찬양사역팀의 공연 무대에 함께 올랐다. 온몸으로 박자를 표현하고 표정으로 곡의 분위기를 함께 전하며 수화로 찬양했다.


    이 집사는 2016년 호산나SLP를 만들고 다수의 예배와 찬양 집회에 참여하며 수화찬양 사역을 해왔다. SLP는 수화찬양(Sign Language Praise)의 영어 약자다. 호산나SLP는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수화찬양 영상을 올리며 농인과 함께 찬양하고 청인들에게 수화찬양을 알린다.


    지난 12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집사는 자신을 “전문 수화통역사가 아닌 수화찬양사”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말만 통역하는 게 아니라 찬양의 감정을 몸짓과 표정으로 전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부산에서 철강공장을 운영하며 사역하는 평신도 사역자다.


    이 집사가 수화찬양 사역을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모태신앙인 그는 사업을 하다가 점점 세속화되며 하나님과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2013년 모든 사업을 내려놨다. 같은 해 12월 아내와 호산나교회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성경공부를 하려 했지만, 겨울방학이어서 참여 가능한 수업이 수화뿐이었다. 이 집사는 생전 처음 수화를 배웠고 농아부 예배 스태프로 함께 예배드리기 시작했다.


    이 집사는 2015년 장애인주일에 농인과 청인이 함께하는 수화찬양 공연을 맡았다.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수화찬양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이 집사는 수화찬양을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호산나SLP의 첫 번째 영상인 제이어스의 ‘내 모습 이대로’다. 교회 3부 예배 때도 찬양팀과 함께 무대에 올라 수화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563a1ac3d228f420008fcb3a3a43465c_1616175724_4274.jpg
    수화찬양 사역팀 호산나SLP를 이끄는 이채원 호산나교회 집사가 12일 부산 한 카페에서 수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래하는 남자’라는 의미의 이 집사 수화 이름, 한국 수화로 ‘사랑’, 국제 수화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


    이 집사는 당시 농인들의 반응을 “좋아한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정말 기뻐했다”고 표현했다. 무대 아래 농아부 자리에서 찬양하는 모습만 봐온 농인 성도들에게 그가 무대 위에서 모든 성도를 향해 수화로 찬양하는 모습은 자부심이 됐다. 이 집사는 “농인 성도들이 주변 교회 농인 성도들에게 영상을 보내 자랑할 정도로 뿌듯해하면서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는 마음을 전해줬다”며 “더 많은 찬양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는 농인 성도 2명, 청인 성도 2명과 함께 사역팀을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농인 성도들은 든든한 지지자이자 선생님이 됐다. 양윤희(42)씨는 “연습은 힘들었지만, 청인과 농인이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찬양한 일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미경(42)씨는 “지금은 찬양사역을 함께하지 않지만, 이 집사님이 농인을 위한 수화찬양 사역을 계속하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고맙다”고 전했다.


    활발하게 영상을 만들며 1년여간 열심히 활동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관심받기 위해 수화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 집사도 스스로 혼란을 느꼈다. 그는 “농인들과 함께 찬양하는 것은 너무 기쁘지만, 이렇게 알려지는 것까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인지 혼란스러웠다”며 “2017년 송구영신예배를 마지막으로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기도하며 응답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사역을 내려놓은 지 3개월 만에 공연 섭외가 물밀 듯 들어왔다. 시작은 CBS ‘축복송’을 진행하던 찬양사역자 김형미씨의 오픈 콘서트였다. 2018년 찬양사역자 김복유씨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한 공연은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는 “언어가 안 통하는데도 성도들이 제 수화찬양을 보며 은혜받았다고 얘기해줬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느껴 사역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고 전했다.


    수화찬양은 함께 공연한 사역자들에게도 특별한 은혜가 됐다. 김복유씨는 “수화로 춤을 추듯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통역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감정과 마음을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찬양사역자 염평안씨도 “저 또한 농인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하는 공연과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근 개인 사업을 재개한 이 집사는 올해부터 다시 농아부 예배에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호산나SLP 영상도 꾸준히 업로드한다. 수화찬양 교육에도 힘쓴다. 교회에서 하는 줌 강의를 통해 전국 성도들에게 수화찬양을 가르친다.


    수화찬양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 집사는 ‘절대 흰 장갑을 끼고 공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손의 섬세한 움직임을 볼 수 없어 농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화찬양이 찬양에 부가된 단순한 율동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로 섬세하게 여겨지길 바란다.


    이 집사는 “수화찬양 사역을 하면서 농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배와 집회가 한정적이고 수화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며 “대형교회라도 전업 수화통역사를 고용해 예배뿐 아니라 교육 등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꾸준히 사역하며 농인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글·사진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