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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 딛고 쓴 라흐마니노프 연주로 희망 드리고 싶어요”...첼리스트 겸 예술감독 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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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1-02-03 | 조회조회수 : 1,2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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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 ‘러시안 첼로2’를 선보이는 첼리스트 박유신. 그는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 깊이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첼리스트 박유신(31)은 클래식계 떠오르는 실력파 연주자다.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2위, 2018년 안톤 루빈슈타인 국제 콩쿠르 2위 등 유수의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한 그를 명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 노버트 앙어는 이렇게 치켜세웠다. “흠잡을 데 없는 기술과 풍부한 색깔을 지녔다.” 비단 독주회나 협연 무대 만이 아니라 음악제 예술감독으로도 활약 중인 그의 이채로운 행보는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유신은 “클래식 대중화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며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고, 그래서 관객이 다시 공연장을 찾도록 하는 게 음악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월은 박유신이 이런 소신을 풀어놓는 뜻깊은 시간이다. 오는 6일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7일)를 거쳐 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019년 3월 호응을 얻은 ‘러시안 첼로1’을 잇는 이번 ‘러시안 첼로2’ 공연에서 그는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러시아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펼쳐 놓는다. 반주자도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오른다.


    이번에 보로딘, 미야스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유신은 “라흐마니노프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는 그가 우울증으로 작곡을 그만두려 했다가 새로 시작하며 쓴 곡”이라면서 “음악 곳곳에 희망이 배어있다.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는 감상을 드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첼로는 중력이 강한 악기”라는 박유신의 연주는 묵직하고 풍성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하루 9~10시간씩 연습한 결과다. 그가 처음 첼로를 잡은 것도 중학생 때 친한 오빠의 연주회에서 들은 첼로의 중후한 소리가 계속 머리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로 두꺼운 줄의 장력을 극복하고 깊은 소리를 내려 부단히 연습했다는 그는 “콩쿠르를 준비할 때는 손가락이 버티지 못해 이를 악물고 연주하기도 했다”며 “그 힘들었던 시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박유신의 행보에서도 남다른 추진력이 엿보인다. 그에게는 클래식 음악 축제 예술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2019년 소속사인 목프로덕션과 함께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을 꾸려 2번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돼 올해 열리는 제1회 포항 국제 음악제도 함께 이끌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 젊은 여성 연주자가 클래식 축제를 이끄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가 드레스덴 국립음대 재학 시절부터 꿈꿔온 음악제는 음악 행사와 분리되지 않는 유럽 문화를 국내에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박유신은 “예술감독이라는 타이틀엔 전혀 연연치 않는다”며 “연주자로서 작지만 알찬 페스티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년 차가 됐지만,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과 공연, 음악제 준비로 바쁜 그는 지난해부터 모교인 경희대 음대에 출강하고 있다. 후배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으면서도 지역에서 클래식을 공부하는 학생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는 그는 “더 열심히 움직여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연주자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에서 첼리스트가 활동할 무대 저변을 넓히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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