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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님,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보고 예수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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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일보 김표향 기자| 작성일2020-08-27 | 조회조회수 : 1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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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기독교 예배 형식을 빌려와 한국 기독교의 보수화와 소수자 혐오 문제를 비판한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코로나19 시대, 신천지에 이어 사랑제일교회다. 하지만 새삼 놀랍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을 예언한 듯한 연극 한 편이 때마침 무대에 오르는지도 모른다.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 오를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다. 대부흥,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25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난 임성현(30) 연출은 마스크 너머로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당초 다음달 2일부터 13일까지 상연할 예정이었으나 7일까지 공연이 일단 취소됐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 남은 공연마저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분통이 터져요. 공연을 못하게 된 이유가 다른 무엇도 아닌 ‘교회’라니.”

제목에서 짐작하듯 이 연극은 기독교의 보수화, 소수자 혐오 문제를 다룬다. 작품 자체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극단화된 데는 기독교 책임이 크다”는 임 연출의 문제의식에 반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임 연출은 지금의 사태를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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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를 쓰고 연출한 임성현 연출은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과 믿음을 우리 것으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비판도 할 수 있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기독교 예배 순서와 형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찬양, 희생제의, 참회의 시간, 서원기도, 성찬식, 축복기도 등. 라이브밴드와 성가대는 찬송가로 흥을 돋우고 무대와 객석, 극장 전체를 대형 예배당으로 만든다.

무릇 참 신앙은 회개에서 시작하는 법. 성경 구절과 설교 형식을 차용한 극의 도입부는 ‘기독교의 기형적 성장사’를 참회한다. 일제강점기엔 친일, 해방 뒤엔 친미 반공, 보수 정권과 유착 등을 고백한다.

여기에 임 연출은 연극계 화두로 떠오른 남산예술센터 문제를 덧댄다. 동랑 유치진도 친일, 반공에 앞장섰고, 공공극장을 세우겠다며 국유지를 받아 남산예술센터를 짓고는 결국 사유화했다. 남산예술센터는 현재 서울시가 임대 운영 중인데 올해 말 계약이 끝나면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 돌아간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기독교 뿐 아니라 공공극장도 제자리로 되돌려놓자는 의미다.

이 작품엔 예수의 생애를 퀴어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극중극도 포함됐다. ‘퀴어예수’라니, 보수적인 이들은 발칵 뒤집어질 일이다.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성별 규범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는 ‘퀴어신학’의 관점을 빌려 왔다. 퀴어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엔 시 구절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를 부른다. “만일 우리가 벼랑으로 떨어진다면, 예수님이 구해 주시겠지, 우리에게도 그 사랑을 보여 주시겠지, 푹신한 솜이불처럼 따뜻한 사랑을.” 2003년 스무 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인 필명 육우당의 시다. 예수를 기억한다는 건, 육우당 같은 이들을 기억하는 일임을 명백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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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공연 컨셉트를 담은 장면. 남산예술센터 제공

아이러니하게도 임 연출은 기독교계 대학까지 다닌,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집안 자체가 그렇다.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목사님이다. 스무살 무렵 동성애 혐오를 부르짖던 주변 사람들 때문에 의문을 품게 됐다. 임 연출은 그들을 ‘반면교사’라 불렀다. “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도 광복절집회 같은 행사 기획하며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임 연출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공동체의 복원”이다. 연극도, 종교도,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교회라는 말 자체가 공동체란 뜻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공동체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차별하지도 받지도 않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상이요.”

마지막으로 이 연극을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을 물었다. 거침없는 답변이 나왔다. “전광훈 님, 우리 연극 보시고 예수 믿으세요.”



김표향 기자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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