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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지옥', 종교는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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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1-12-01 | 조회조회수 : 1,1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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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이용해 인간 사회 통제

    기독교 세계관 교묘히 배합

    종교 비판 시선에 호불호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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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 고지자 시연 중인 새진리회. 넷플릭스 제공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이 알아서"<지옥 中>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6부작)이 인간의 죄와 죄의식 등 종교적인 여러 담론을 생산해내고 있다. 극중 기독교적 세계관이 상당수 반영된 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대한 회의와 조롱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마 '지옥'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기독교 세계관이 기능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핵심 설정은 죄를 지은 자에게 계시가 내려오고, 이들이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로부터 목숨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사이비 종교단체인 '새진리회'가 발현하고, 이들 단체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해 최고 권력을 지닌 집단으로 부상한다. 


    새진리회의 교주 정진수(유아인)는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것을 신이 죄인을 단죄하는 지옥의 '시연'이라고 주장한다. 


    두 아이를 둔 미혼모 박정자(김신록)에게 시연을 고지하는 '천사'가 나타나고 시연이 생중계되자 새진리회의 '주장'은 '진리'가 된다. 죽음의 고지, 그 공포를 악용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맹신을 조장하는 것. 


    감독은 이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면서 '종교란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한 가짜가 아닐까'라는 물음을 계속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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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지옥 해석.
     


    문제는 드라마 상에서 기독교의 메시아, 지옥, 천사, 고지 등의 개념이 분식 없이 그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개념을 가져와 변주한 부분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해석까지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고지'는 드라마에서 중요한 오브제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고지해주는 대목은 복음서 중 은혜로운 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옥'에서 고지는 전복된다. 성스로운 존재의 잉태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죄인의 지옥행 '심판'을 통보하는 상급 저주다.  


    드라마를 접한 인천의 한 목회자(52)는 "지옥이 설정한 고지를 전하는 천사는 기존 천사의 모습이 아니다"며 "일부러 이미지를 비꼬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은 '천사의 고지'와 '지옥의 사자'를 하나로 엮으면서 신이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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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지옥의 사자들. 넷플릭스 제공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갓난아기가 지옥 고지를 받는 장면이다.  


    지옥 고지를 받은 아기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 고지는 인간의 죄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새진리회는 죄를 행하지 않은 갓 태어난 아기가 고지받자 자신들의 교리, 즉 '죄인만이 고지를 받는다'는 원칙에 균열이 생길까봐 이를 음폐하려 한다. 단체의 존립을 위해 "개신교처럼 원죄를 가지고 오자"고 논의하기도 한다.


    서울 논현동에 사는 기독 청년 이 모씨는(36)는 "기본적으로 이 장면도 그렇고 기독교도 가짜라는 식의 시선이 깔려 있다"면서 "갓난 아기가 고지 받는 설정은 크리스천으로서 원죄의 대한 반문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아기는 고지를 받았음에도 부모의 희생으로 극적으로 살아 남는다. 극 중 신의 섭리는 인간의 의지로 극복된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이 알아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는 여기서 비로서 완성된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회사원 김 모(34)씨는 "인간은 자유의지로 운명을 개척해갈 수 있고, 신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기독교 세계관이 교묘히 배합된 가운데 신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 지어낸 이야기라도 이를 잘못 해석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여지가 충분하며, 이단을 비판하지만 교묘하게 기독교를 부정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종교적인 요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영화 드라마 비평 사이트 IMDB 점수는 7.3점. 10점이 35.7%인데, 1점이 9.5%나 될 만큼 극과 극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평가들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며 "신과 인간에 관한 종교적인 문제와 불가항력적인 일에 대한 인간의 선택 등을 다루다 보니 주제 자체가 쉽지 않고 어두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에 공교롭게도 기독교의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어 아쉽다"며 "기독교가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고 있는 것에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문화적으로 대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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