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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울>...가슴 뛰게 하는 인생의 '불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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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국기독공보| 작성일2021-02-12 | 조회조회수 : 1,2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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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는 길을 걷다가 멈추면 안 돼." 


    북적대는 뉴욕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는 22호에게 조 가드너가 말한다.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 볼 새도 없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휩쓸리듯 떠밀리듯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무심한 일상을 환기시키는 대사다. 


    아들 조가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는가 하면 오디션마다 떨어지지만 프로 재즈 연주가로서의 희망을 놓지 않는 조의 일상이 있다. 조는 음악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만큼 뜨거운 '불꽃'을 가졌지만 고대하던 공연 직전에 죽어버리는가 하면 영혼 22호는 수천 년 간 '불꽃'을 얻지 못해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삶에 대해 서로 다른 자세를 보이며 어긋나고 갈등을 빚는 모습들은 사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각자의 면면을 상징한다.


    '불꽃'이라는 영화적 설정은 어린 영혼이 지구에서 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같은 것이다. 인생의 목적으로 왕왕 오해하곤 하지만 사실은 삶을 살아갈 기본 조건일 뿐이란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원대한 방향을 따라 그것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매번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처럼, 가을 단풍과 햇살, 피자, 사탕 같이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의 경이로움을 누릴 수 있는 감각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 요청됨을 역설한다. 


    목적과 열정은 좋은 것이나 때때로 본말이 전도되어 그것에 집착하거나 번아웃될 때 괴물처럼 '길 잃은 영혼'이 되기도 한다는 내용은 실제로 왕왕 과잉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지적한다. 명료한 비전을 설정하고 열정적으로 사는 인생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딘가 부족하고 아쉬운 것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존재적 방식이 존중 받을 필요가 있으며 사소해 보이는 삶의 매 순간이 가치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데 작고 소소한 것들이 계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소울'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기존의 삶의 방식에 경종을 울린 코로나19 이후, 치열하게 달려오다 지치고 고단함을 느끼는 '어른이'들에게도 감동과 울림을 주면서 2021년 백만 관객을 넘은 첫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하나의 동화다. 제목처럼 영혼들이 등장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에서 심리와 감정들을 캐릭터로 표현한 것 같이 역설적으로 삶을 조명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겠다.


    이미 바다에 있지만 그것도 모르고 바다로 가겠다는 젊은 물고기처럼, 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 속에서 행복을 찾겠다며 부단히 헤매고 있는지 모르겠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곧 우리의 '불꽃'은 무엇인가? 오늘을 즐기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본래 농사와 관련된 은유이다. '카르페'(carpe)는 '덩굴이나 과실을 따다' 혹은 '추수하다'라는 동사의 명령형인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농부에게 추수란 그 어떤 것보다 보람 가득한 행복일 것이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추수하는 오늘에 의미를 두고 기쁨을 누리라는 것이다. 


    한때 '목적이 이끄는 삶'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좇아가겠다는 수많은 신자들의 기꺼운 신심이 기저에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목적을 가지고 계시다는 명제는, 인생과 신앙을 성취 중심적, 목적론적으로 접근하다가 작고 평범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거나, 정작 소중한 가족, 주변의 이웃들과의 관계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게 하기도 한다. 전도서의 말씀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전 2:24)


    김지혜 목사/평화비전센터(가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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