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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가 죽던 날' 벼랑 끝 존재들 위로(감독 박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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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0-11-20 | 조회조회수 : 1,6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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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벼랑 끝에 몰린 이가, 마찬가지로 벼랑 끝에 몰려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사람을 쫓는다. 죽음을 향한 추적은 어느새 흔적과 기억을 좇아 결국 '나'를 향한 구원의 시간으로 환원된다.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끝'에서 시작한다. 사실상 자살로 추정되는 소녀 세진(노정의)의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형사 현수(김혜수)가 나서게 된다.


    세진은 사망한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 섬마을에 고립돼 보호를 받던 소녀다.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상처를 안고 견뎌내던 어느 날,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절벽 끝에서 사라진다.


    세진과 현수는 '벼랑 끝'에 놓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삶과 내면의 끄트머리에 놓여 겨우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수는 절망스러운 삶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한 세진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후 현수에게 사건은 단순히 물리적인 추적이 아니라 세진의 삶과 기억 등 그가 남긴 흔적, 즉 마음을 좇는 과정이 된다.


    세진의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던 현수는 세진이 얼마나 살기 위해 노력했는지 마주하게 되고, 조금씩 그를 이해하게 된다. 동시에 현수는 애써 외면하려 했던 자신의 내면도 하나씩 마주한다. 그리고 종종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억눌러 왔던 현수의 마음이 폭발하듯 터져 나옴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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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각자의 삶과 아픔을 살짝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과거의 이야기, 특히 현수의 이야기는 직접적이면서 많은 설명을 남기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과거의 일로 인해 현수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구구절절 설명한다 한들 타인의 상황은 그 전부를 오롯이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자신'에게는 '모든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고통을 준 상황보다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현재의 현수를 비추는 데 집중한다.


    감독은 현수가 세진의 삶을 더듬어가듯 관객 역시 현수와 세진의 삶을 마음으로 더듬어가길 권한다.


    유독 현수를 향한 많은 클로즈업 샷은 그의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내면과 감정을 조금 더 깊이 마주하길 바라는 듯하다. 현수가 사건을 넘어 한 존재에 대한 흔적을 세세하게 되짚어가며 그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런 현수를 보여주는 데 필요한 건 많은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순천댁(이정은)의 존재는 현수를 비롯한 상처받은 이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존재다.


    세진을 뒤쫓는 과정에서 현수는 순천댁을 만난다. 기록으로 남겨진 세진의 삶 한쪽에서 누구보다 세진의 마음을 어루만진 이가 순천댁이다. 말없이 내민 손길에 위로받는 게 세진이고, 세진이 남긴 무언의 흔적이 현수에게는 위로로 다가온다.


    순천댁 역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그렇게 상처를 지닌 타인들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때 필요한 건 '말'이 아닌 '마음'이다. 이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존재는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이다. 현수 역시 말보다 마음으로 세진을 좇는다. 영화가 많은 설명보다 그저 지금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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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이 영화는 끝에서 시작해 시작으로 마무리한다. 벼랑 끝에서 시작해 벼랑 끝에서 끝난다. 그러나 끝과 시작, 벼랑과 벼랑은 처음과 마지막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벼랑은 절망의 시작에서 '구원'의 시작이자 '새로움'으로 변화한다.


    삶의 끝에 몰린 이들이, 제목처럼 내 삶과 영혼이 한 번 죽는 경험을 했던 이들이 다시 생의 시작으로 돌아온다. 절망에 빠져 살던 '나'는 죽고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나'가 새롭게 태어난다. 이 과정에 연대가 있다.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렸기에 영화 제목은 과거의 상황을 뜻하는 '내가 죽던 날'이 됐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며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것은 배우들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눈빛과 온몸으로 인물을 그려낸 김혜수와 이정은의 열연이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서로 다른 이들을 하나로 엮는 노정의와 이들의 삶에 얽힌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의 연기도 놓칠 수 없다.


    116분 상영, 11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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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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