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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나 다시 아이가 될까"…부성애 그린 '아비, 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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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0-11-10 | 조회조회수 : 1,3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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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팩션 창극 '아비, 방연'

    단종 향한 신념과 부모로서 책임감 사이 고뇌하는 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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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장 제공)


    5년 만에 재공연하는 팩션 창극 '아비, 방연'은 주군을 향한 신념과 부모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비' 왕방연의 이야기다. 왕방연은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할 당시, 영월로 귀양 가는 단종을 호송하고,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실존인물이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노매라"(단종 호송 후 왕방연이 남긴 시조 한 수)


    충신이었던 방연은 왜 주군에게 사약을 들고 갈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낸 이유는 방연의 '부성애'다. 계유정난이 발생하자, 방연은 회의를 느껴 관직을 내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수양대군 책사 한명회는 방연이 다져온 군권을 노리고 소사의 혼례를 빌미로 그를 회유한다. 결국 방연은 무남독녀 소사의 혼례를 지키기 위해 주군을 배신한다.


    방연(최호성)의 애틋한 부성애와 딸 소사(박지현)의 지극한 효심은 두 배우의 구슬픈 소리를 만나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두 배우는 5년 만에 부녀로 재회했는데 호흡이 실제 아버지와 딸을 보듯 자연스럽다. "아버지, 나 다시 아이가 될까? 그럼 아버지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으니" 부녀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눈물샘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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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장 제공)


    극에는 단종복위운동에 목숩을 바친 사육신 가족의 이야기도 나온다. 사육신은 역사서에 충절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록됐지만, 이들의 처자식은 반대세력의 노비로 팔려가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


    한아름 작가는 "사육신 같은 충신의 가족이 실제 겪은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사육신의 삶과 딸을 구하기 위해 신념을 놓아버린 방연의 삶은 신념 앞에서 수없이 고뇌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서재형 연출가는 "방연의 선택을 대의를 잊은 것이라 손가락질하기 전에 주군에게 사약을 들고 가는 방연의 심정이 어땠을 지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당신 인생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방연이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방연이나 사육신이나 가족을 향한 애틋함은 똑같았을 테다. 아비, 방연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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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장 제공)



    문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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