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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지 위해 로마와 타협할 것인가, 우상숭배 거부하고 세상과 단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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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1-02-04 | 조회조회수 : 1,3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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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데이비드 드실바 지음/이여진 옮김/이레서원



국가 연례행사에 종교적 의미가 담긴 조각상에 고개를 숙이는 등의 제의가 포함돼 있다면, 그리스도인은 이를 우상숭배로 보고 참여하지 말아야 할까. 국민의례이므로 우상숭배와 다른 행위로 여겨야 할까. 


1세기 당시 로마령이던 터키 에베소 지역의 그리스도인이 처한 딜레마다. 다신교와 황제 숭배를 절대시한 로마제국은 본국뿐 아니라 속주에도 충성의 증표로 동일한 제의를 진행할 것을 강요했다.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불충한 무신론자로 몰아 경제적 불이익을 줬을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박탈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상해를 입거나 암살당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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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초대교회 박해가 성행했던 주후 89년 도미티아누스 황제 치하 에베소를 배경으로 이곳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을 다룬다. 당시 에베소는 소아시아 지역의 부촌으로, 그리스신화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로마 황제를 동시에 숭배하는 다신교 중심지였다. 도시의 성패가 여신 숭배에 달렸다고 믿은 에베소 거주민은 거대한 아르테미스 신전을 세웠다. 이 신전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이다. 로마 본토와 다른 속주인도 이곳의 거대한 규모를 보고자 일부러 참배하러 올 정도로 당대 유명한 관광지였다. 저자인 미국 신약학자 데이비드 드실바는 다신교로 유명한 이곳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을 현대에 복원키 위해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미국 애슐랜드신학교 신약학 및 그리스어 교수인 그는 에베소의 초대교회 성도가 사도 요한이 유배 중 작성한 요한계시록의 직접적 수신인임을 밝히며 이들의 삶에 계시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한다.


저자가 에베소의 초대교인과 계시록을 결부한 소설을 쓴 다른 이유는 현대 기독교인이 계시록 본문을 잘못 적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기독교인 대다수는 요한계시록의 배경과 계시록 독자의 삶에 몰입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계시록에서 읽은 내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다가 중동이나 중국, 러시아나 백악관, 소문난 기술 진보나 캘리포니아 산불에 후다닥 적용해버린다.”


저자는 로마력으로 카이사르 1일인 89년 9월 23일부터 일주일간의 에베소 사회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에 동화하기 힘겨워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지역 초대교인에게 예배 장소를 제공하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지주인 주인공은 아르테미스와 황제 숭배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점점 불편함을 느낀다. 주인공을 향한 억압은 아르테미스의 사제인 이웃이 그를 ‘불경한 무신론자’로 간주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면서 절정에 달한다. 졸지에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과 아르테미스·황제 숭배 중 어느 편을 택할지를 공공연히 밝혀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의 고민은 다음과 같았다. ‘신앙생활 유지를 위해 로마 제국과 타협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결연히 우상 숭배를 거부하고 세상과 단절해야 하는가.’


주인공의 고민은 동시대 초대교인의 신앙 양태와도 맞닿아 있다. 초대교회 내 존재한 니골라당은 그리스도를 믿으면서도 다신교 문화에서 온 생활습관을 유지했다. 로마 제국이 요구하는 신전 제의에 어느 정도 참여하며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소수파인 그리스도인이 번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우상은 그저 우상일 뿐’이므로 이를 믿지 않으면 그리스도인도 제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봤다. 주인공은 니골라당 신도의 주장과 이들을 ‘우상숭배자’로 비하하는 신도 사이에서도 방황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초대교회 성도의 방향추는 결국 사도의 메시지, 곧 성경에 맞춰진다. 저자는 계시록의 예언에서 시대 상황을 읽고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초대교인의 모습을 그리며, 어느 편이 진짜 그리스도인에 가까운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각종 역사·고고학 자료로 1세기 초대교회의 예배 현장뿐 아니라 에베소의 공공건물과 연회 음식도 생생히 복원해낸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터키 현장을 답사해 각종 비문에 새겨진 인물을 소설 속 인물로 되살린 것도 인상적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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