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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 역사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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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6-13 | 조회조회수 : 5,3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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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c8241532e075ee69cccc91d9c3cca9f_1591983100_2244.jpg925년 미국 테네시주 데이턴에서 열린 ‘스콥스 재판’은 종교와 과학,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을 상징하는 ‘세기의 재판’이었다. 발단은 공립학교 생물교사인 존 스콥스가 책 ‘시민 생물학’을 교재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테네시주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여기에 미국 법조계와 정치계의 거물이 창조론과 진화론을 변호하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스콥스는 100달러 벌금형이란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항소해 판결은 무효가 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재판을 “무지한 종교와 중립적인 과학 간의 분쟁”으로 기억한다. 한데 사건의 전모를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스콥스가 학생에게 가르친 ‘시민 생물학’엔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책은 인류의 진화를 다섯 단계로 설명하면서 가장 높은 단계에 백인을, 가장 낮은 단계에 흑인을 뒀다. 열등한 개체는 사회에 살아남을 필요가 없다며 ‘사회적 기생충’을 제거하는 ‘인도적 실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종 간 결혼 역시 부정적으로 봤다.

    책 ‘그리스도교, 역사와 만나다’는 이처럼 비사와 설화까지 동원해 2000년 기독교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풀어낸다. 532쪽 분량이지만 역사 기록을 ‘팩트 체크’하듯 접근해 지루하지 않다. 저자가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y) 신학자인 만큼 동·서양의 기독교 역사를 균형 있게 담은 것도 특징이다. 책에는 다른 기독교 역사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르메니아와 에티오피아, 동시리아 등의 오리엔트 정교회(Oriental Orthodoxy)도 다룬다. 예수의 신성을 중시한 이들은 ‘예수를 참 신이자 참 인간’으로 선언한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 불복해 동·서방 교회와 결별하고 독자 노선을 걸었다.

    십계명이 적힌 모세의 돌판이 든 언약궤(계약의 궤) 행방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도들은 솔로몬 성전에 있던 언약궤가 에티오피아 악숨의 ‘성모 마리아 시온교회’에 있다고 믿는다. 13세기 에티오피아 서사시 ‘케브라 네가스트’에는 솔로몬과 스바 여왕(대하 9:1~12)의 아들 메넬리크 1세가 예루살렘에서 언약궤를 은밀히 옮긴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일각에선 민간전승으로 치부하지만, 에티오피아 정교회에 있어 언약궤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오늘날까지도 수사들은 언약궤를 비롯해 솔로몬 성전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유물을 지키고 있다.

    동방에서 시작해 유럽과 중동을 거쳐 북아프리카와 동아시아로 확장된 기독교는 19세기 계몽주의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당시 유럽을 휩쓴 계몽주의자의 ‘과학적 사회주의’ 이념은 러시아 볼셰비키와 나치 독일에 깊은 영향을 준다. 19세기에서 20세기 말까지 이들 이념으로 숨진 사람은 대략 1억5000만명이다. ‘종교가 없어지면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것’이란 계몽주의 신념에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상 교회 권위를 남용한 최악의 사례는 스페인왕국의 이단 심문으로, 300년간 약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소비에트연방이나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어떤 법적 절차도 밟지 않은 채 3일 만에 3만명을 살해했다.… 조직적인 비종교는 제도 종교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역사적 세력이란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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