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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 그리고 하나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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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4-16 | 조회조회수 : 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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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부활주일이 지나면 큰 잔치를 치르고 난 다음에 오는 명절 증후군처럼 극심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교회에서 지키는 부활주일, 추수감사주일, 성탄절과 같은 절기가 그만큼 중요하고, 또 그런 절기를 지나면서 목회자로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일 부활주일을 지나면서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나서 잠시나마 쉼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세미나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부설 목회 상담학 분야를 개척한 클라인벨 상담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로 연구소 소장이자 우리 교회 소속 목사로 계신 이경식 교수님께서 강의하는 세미나였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트라우마, 그리고 하나님 은혜’였습니다. 의학적 용어로 ‘외상’을 뜻하는 ‘트라우마(Trauma)’는 심리학적으로 정신적인 외상이나 충격을 뜻합니다. 사고를 통해 발생한 외상 혹은 충격으로 인해 비슷한 환경에 놓였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처럼, 정신적인 외상이나 충격 후에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외상 후 증후군(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이라고 부릅니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였고, 자신이 경험한 트라우마를 꺼내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날 세미나에 모인 20여 명의 목회자와 사모님들은 이경식 목사님의 강의를 경청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교수님은 먼저 어릴 적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지 자가 점검해 보라고 하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에는 어린 시절 부모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지를 묻는 열 가지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나 주변 사람의 가정 폭력, 중독, 이혼, 정신 질환, 감옥 생활의 경험이 있는지, 성적으로 혹은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 버려졌다든지 배고픔의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현대 상담학에서는 어릴 적에 겪은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의 건강한 삶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질문과 강의가 오가는 중에 어떤 분은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 놓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지만, 그 눈물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열렸던 짧은 세미나였지만, 좀처럼 다루기 힘든 주제를 꺼내서 내면의 상처를 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치유로 이어지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였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모이신 분들이 모두 목회자들이고 사모님들이셨으니 하나님의 은혜로 치유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개인적으로 겪는 트라우마도 있지만, 공동체가 겪는 트라우마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이나 극심한 자연재해를 통해 국가나 지역 주민이 함께 겪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코비드 팬데믹처럼 온 세상 사람이 한꺼번에 경험하는 트라우마도 있습니다. 교회의 갈등이나 교단의 문제로 신앙 공동체가 겪어야 했던 트라우마도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특별히 신앙 공동체가 트라우마를 겪을 때 목회자로서 어떻게 트라우마를 치유해야 하는지를 질문했습니다. 


    이 교수님은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문제에 매몰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면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답하셨습니다. 물론, 그것이 모범 답안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신앙 공동체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을 때도 있고, 예민한 주제가 첨예하게 나뉘어 있을 때는 대화가 아니라 싸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은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사람들의 말과 세상의 논리에 파묻혀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세상에서 답을 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답을 구해야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수많은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이지만, 그 어떤 트라우마도 치유하실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겪는 트라우마를 통해서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살면서 겪은 트라우마가 여전히 우리의 삶을 스트레스의 감옥에 가두고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안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우리의 영혼을 은혜로 보듬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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