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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더야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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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3-25 | 조회조회수 : 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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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주일 설교 준비를 한창 하는데 산타마리아 베델 한인연합감리교회를 담임하시는 남기성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남 목사님은 딸 에스더가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되었다면서 기도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남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산타마리아는 LA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가야 나오는 작은 도시입니다. 한인들이 많지 않은 그곳에서 남 목사님은 16년 동안 교회를 묵묵히 섬기고 계십니다. 쉽지 않은 목회 현장이지만 특유의 성실과 열정으로 사역하시는 남 목사님과는 몇 년 전부터 맺어온 파트너 교회로서의 우정을 지키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남 목사님 가정에는 에스더라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부모를 따라 4살 때부터 산타마리아에서 자란 에스더는 북가주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데이비스(U.C. Davis)에 입학해서 부모를 기쁘게 했습니다.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에스더는 대학 생활도 잘해 나가며 어느 새 3학년이 되었습니다.


    2월 말에 잠시 짬을 내어 집에 왔던 에스더가 학교로 돌아간 후, 갑자기 다리가 부어서 병원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혈전으로 인해 피부 손상이 발생했다고 했는데, 증상이 너무 심해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을 전하는 남 목사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마침 그 주일에 제가 준비하던 설교 제목이 '소녀야 일어나라!'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복음서의 말씀이 그날 에스더를 향해 주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어 믿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들려오는 소식은 에스더의 증상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자리가 나지 않아 기다려야 한다고 하면서 빨리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열이 나서 중환자실로 다시 옮겼다는 소식도 이어졌습니다. 


    얼마 후, 새크라멘토에 있는 U.C. 데이비스 대학 병원으로 옮겼지만, 혈전으로 생긴 손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남 목사님과 사모님은 딸의 상황을 알리지도 못하고, 그저 기도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에스더의 상태를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만 졸이면서 기도를 이어갔습니다. 중보기도회는 물론, 수요 예배와 새벽기도회에서도 에스더를 위한 기도는 이어졌습니다. 


    에스더를 빨리 심방하고 싶었지만, 교회 창립 120주년 감사 및 임직 예배와 한인 총회 임원 수련회 등이 이어지면서 미루다가 지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새크라멘토로 출발했습니다. 에스더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제 아내는 마켓을 여러 군데 다니면서 장을 봤습니다. 딸 간호를 위해 병원 인근의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 목사님과 사모님이 간편하게 드실 수 있는 식료품까지 실으니 자동차 뒷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교우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카드를 전할 생각에 새크라멘토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주일 저녁 늦게 병원에 도착해서 에스더를 만났습니다. 에스더의 두 발과 한쪽 손은 붕대로 감겨 있었지만, 에스더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만나기는 했는데, 막상 만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니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에스더는 오른발 발가락을 모두 잃었습니다.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는 뼈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복합적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BTM(Biodegradable Temporizing Matrix)이라는 물질을 발에 넣고 경과를 지켜본 후, 피부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면회 시간이 되자마자 에스더를 다시 찾았습니다. 몇 주 전, 에스더가 병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인 ‘소녀야 일어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분명 주님께서 에스더를 다시 일어나게 하실 것이라는 격려의 말과 더불어 간절히 기도하고 왔습니다.  


    ‘소녀야 일어나라!’라는 말씀으로 회당장의 딸을 살리신 예수님께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에스더를 치유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실 것입니다. “에스더야 일어나라!”라고 말입니다. 그 말씀을 의지하며 에스더를 위해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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