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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노트를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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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4-01-08 | 조회조회수 : 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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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신동엽 시인의 ‘새해 새 아침’이라는 시의 첫 부분입니다. 그 시에 제 마음을 담아서 몇 줄 보탰습니다. 


    “새해 새 아침은 바닷물결 너머에서도 오지 않았다. 

    새 아침은 기도하기 위해 맞잡은 손 위에서 열렸다. 

    새해 새 아침은 밤하늘을 수놓는 폭죽 속에서도 오지 않았다. 

    새 아침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힘찬 노래 속에서 열렸다.” 


    기도와 찬송으로 새해 새 아침을 맞는 ‘2024 새해맞이 새벽기도회’가 지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렸습니다. ‘오직 예수’라는 주제로 ‘우리를 구원할 그 이름, 우리가 노래하고, 사랑하고, 증거하고, 순종하고, 감사할 그 이름 예수'라는 제목으로 엿새간 은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사람들은 달력을 펼치며 한 해를 설계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달력을 본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지도책을 펴는 사람이 100년을 끌고 갈 사람이다. 시간은 바뀌지만 땅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 말이 선뜻 와닿지 않았습니다. 바뀌지 않는 땅이야 그냥 두면 되고, 새롭게 다가오는 소중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략하는 것을 보면서 지도책을 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지도책을 편다는 것은 땅에 얽힌 지리적 요인들이 정치, 군사, 언어, 종교, 문화, 사회적 발전 등 인류의 모든 삶의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달력을 보는 사람은 일 년을 준비하게 됩니다. 지도책을 펴는 사람은 백 년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 년 백 년이 아니라 영원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성경입니다. 성경을 펴면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계획을 알게 됩니다.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성경을 통해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새해를 맞아 2024년 달력을 벽에 걸면서 한 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고, 지도책을 펼치며 미래를 준비하고, 성경을 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새해 새 아침을 맞으면서 노트를 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노트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빈 노트입니다. 


    그 노트에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믿음의 이야기들이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믿음은 그저 모든 게 잘될 거라고 막연히 바라는 안일한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내 삶을 이끄신다는 믿음에 근거한 철저한 낙관주의(Radical Optimism)가 바로 믿음입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빈 노트를 채울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은혜의 이야기입니다. 은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인도하신다는 사실이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구체적인 증거입니다. 또, 그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세상을 품고 섬기는 모습이 사랑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삶을 이끄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 세상과 나누는 사랑의 이야기가 인생이라는 빈 노트에 가득 채워지기를 기도합니다. 


    한국에서 ‘기록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선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익한 교수는 ‘거인의 노트’라는 책에서 ‘기록은 성장의 핵심 도구요, 기록은 삶을 바꾸는 열쇠요, 기록은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 지금 당장 노트를 펼치라고 조언합니다. 


    빈 노트는 우리의 인생에만 펼쳐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에 펼쳐진 빈 노트에도 써 나가야 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 교회가 세워진 지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와 사랑이 너무도 귀함을 기억하며 받은 은혜 사랑으로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빈 노트를 채워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진 2024년이라는 빈 노트를 펼 때입니다. 그 안에 믿음과 은혜, 사랑의 여정이 담긴 이야기를 담을 때입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고, 삶이 바뀌고, 한계를 뛰어넘는 신앙인이 될 것을 믿고 채워나갈 빈 노트는 하나님이 인도하셨다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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