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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겨울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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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2-11 | 조회조회수 : 1,9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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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중에 점심 약속이 있어 한인 타운의 한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했습니다. 따뜻하다기보다는 더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날씨였습니다. 내리쬐는 햇볕은 12월의 태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아침에는 분명 쌀쌀했고, 교회 사무실은 찬 공기로 가득했기에 두툼한 옷을 걸친 채 나갔는데,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은 제 모습이 영 어색해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에서 나오는 라디오 뉴스에서도 날씨 소식을 전하면서 올 11월은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한 11월로 기록되었다고 했습니다. 올 11월뿐 아니라, 올 6월부터 11월까지 여섯 번 연속으로 가장 따뜻했던 달이었다고 하면서 엘니뇨 현상과 장기적인 지구 온난화 추세의 결과로 전 세계가 역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맞게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가주 지역은 겨울철에도 온화한 날씨를 보이기에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그래도 12월의 날씨가 이렇게 좋아도 되냐고 생각하면서 겨울 추위와 눈 폭풍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겨울은 선물처럼 다가오지만, 따뜻한 겨울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지만, 그 겨울을 마냥 따뜻하게만 느낄 수 없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넉넉지 못한 삶의 형편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질병이 우리의 삶을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로 인도할 때가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로 높아진다고 하는데, 마음의 온도는 나눔과 배려를 통해 높일 수 있습니다. 나눔과 배려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삶의 실천입니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형편을 헤아릴 줄 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채 인생의 추운 겨울을 지나는 이들을 부르시면서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하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다”라고 하셨습니다. 


    한자로 된 ‘온유’라는 말은 ‘따뜻할 온(溫)’과 ‘부드러울 유(柔)’를 써서 ‘성격, 태도 따위가 온화하고 부드러움’을 뜻하는 말로 사람의 성품을 나타내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영어로는 ‘Gentle’이라는 말로 번역되어 ‘대하는 태도가 정겹고 고분고분하다’라는 뜻의 ‘친절’로 해석됩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은 온유하다’라고 했고, 갈라디아서에서는 성령의 9가지 열매 가운데 하나로 ‘온유’를 꼽기도 했습니다. 


    온유하신 예수님께서는 인생의 추운 겨울을 지나는 이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마다 따뜻한 겨울을 맞았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세상을 따뜻하게 하라는 사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따뜻한 겨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헌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작은 후원을 통해 용기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을 싸늘한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은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불평과 원망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차갑게 식히기보다, 칭찬과 격려, 감사로 훈훈하게 만드는 것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여유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냉랭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삶의 여백을 둘 때 세상의 온도는 조금이나마 올라가게 됩니다. 웃음을 잃고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연말을 맞아 세상은 한껏 들떠 있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맞이한다고 유난을 떱니다. 물론, 성탄을 핑계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이들의 얄팍한 상술이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된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맞이하는 성탄의 계절에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따뜻한 겨울을 만드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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