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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에덴과 새 예루살렘 사이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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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2-01 | 조회조회수 : 2,3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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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20년을 계속해 온 독서 모임의 이름은 “기독교 사회사상 독회”입니다. 교회가 사회 속에서 공공성과 책임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읽기와 토론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자는 모임입니다. 함께 책을 읽는 분들은 선교사, 목사, 학자 그리고 시민운동가입니다. 

       

    어제 오후에도 책 나눔을 했습니다. 저자의 사상을 섭렵하기에는 너무 지적으로 심오한 작가들이 많지만, 그들의 생각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도전이 됩니다.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의 『정의의 영역들: 정의와 다원적 평등』(Spheres of Justice, 1998)을 읽고 토론하였습니다. 정의론에 대한 다양한 저술이 있지만, 왈저는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2008)로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과 같은 공동체주의 정의론자입니다. 그는 분배정의를 말하며, 획일적이고 산술적인 단순 평등에 따른 가치의 분배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여러 공동체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복합적 평등(complex equality)이란 방식으로 가치가 분배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발제를 맡으신 분은 발제문을 통해서 성실하게 내용을 정리하고 훌륭한 비판을 곁들였습니다. 내용을 나누고 토론하는 중에 공동체적 정의론자가 주장하는 다원적 공동체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다양한 영역을 구성하는 권력관계를 함께 고려할 때, 교회라는 은총의 영역보다 “시장이라는 경제적인 영역이 너무 거대하다”고 발제자는 한탄하셨습니다. 이 또한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마땅한 좌절이나 괴로움이 될 수 있음을 깊이 동감합니다.

       

    저도 종교, 정치,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저물고, 테크놀로지를 장착한 시장경제의 독재가 그 능력이나 영향력에서 가공할 만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거꾸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좌절이나 절망이 기실 이 책이 나온 이유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 왈저, 샌들과 매킨타이어와 같은 공동체주의 정의론자들은 이 시대 경제 영역의 독재가 정치, 사회, 문화, 종교의 근본을 파괴하고(undercutting) 월권적 전횡과 조작을 지속하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공동체의 영향력 확산과 상호 균형 유지를 주장한 것 같습니다. 왈저의 『정의의 영역들』에서도 국가의 정치적 영역과 시장의 경제적 영역이 타 영역을 “식민 지배할 가능성이 농후함”을 경고합니다. 그러므로 권력이 가질 수 없는 것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점차 많아져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의 사회적 지배력(hegemony)을 장악한 영역은 계속 변화되었습니다. 한때 그것이 왕권, 교권과 부를 장악한 종교, 그리고 이념가와 혁명가의 권력이었고, 지금은 다국적 기업과 군산복합체와 금융기관 등입니다. 교회가 권력을 가졌던 중세도 이상적인 사회는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과학과 학문의 영역을 억압했기 때문입니다. 

       

    돈과 시장의 지배가 만연한 이 시대에,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신 예수님의 나타남을 보고 싶습니다. 황제의 권력을 상징하는 짐승이나 바벨론 시장을 상징하는 음녀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구별된 교회, 성도의 나라와 거룩한 은총의 영역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그립습니다. “너는 여러 나라를 보고 또 보고 놀라고 또 놀랄지어다”(합 1:5). 

       

    에덴과 새 예루살렘 사이에 있는 바로 이 세대에, 교회의 영역이 초자연적 임재와 부흥으로 넘치길 소망합니다. 생명 나무 예수님이 세우신 나라, 교회는 시장이나 국가로 환원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생수의 강과 생명 나무 열매가 있는 나라 때문에, 시장과 국가가 겸손해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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