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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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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07/12/1(토)

      

      지난해 한국인의 심성을 아로새겼던 가장 좋은 시는 김신용(62) 씨가 펴낸 시집 [도장골 시편](2006)이라는 시집에 실린 ‘넝쿨의 힘’입니다. 이 책에 실린 50편의 시중에서 100명이 넘는 문인들이 올 초“넝쿨의 힘”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으니 좋은 시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충청북도 충주의 산골마을 도장골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오전 4부터 5-6시간 내리 시만을 썼고 남은 오전에는 밭일, 오후에는 독서, 그리고 취침을 반복하면서 1년을 썼다고 합니다.
      “넝쿨의 힘”은 감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간 호박 넝쿨이 가지 위에 얹어놓은 호박을 바라보면서 쓴 시입니다. 시인은 호박을 “밭둔덕의 부드러운 풀 위에 얹어 놓을 수도 있을 텐데/하필이면 가파른 언덕 위의 가지에 아슬아슬 매달아 놓았을까”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인은 말하기를 “넝쿨은 그곳에 길이 있었기에 걸어갔을 것이다/낭떠러지든 허구렁이든 다만 길이 있었기에 뻗어갔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박넝쿨은 단지 시인의 언어 속에 나오는 삶이 아니라, 떠돌이 노동자 시인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대에 홀로 상경하여 가난하게 살면서 소년원과 고아원을 들락거리면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하여 안해본 일이 없었던 험하고 아픈 길을 걸어간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감나무에 가파르게 매달린 채 뻗어 올라가고 고생하는 사람을 보았을 것입니다. 고난 가운데서 “둥실” 나뭇가지 사이에 호박을 탐스럽게 얹어놓은 호박 넝쿨에서 고된 삶의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는 작품을 위하여 떠돌아다니면서 이제는 소래벌판에서 연작 시편을 또 쓰고 있습니다. 머물지 않는 그의 심령은 진리를 탐구하고 수행하는 순례자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시로 따지자면 그보다 훨씬 아름답게 시어를 구사한 작품도 많을 것이나, 그의 시에는 삶이 묻어있고, 인간의 고난이 묻어있고, 또한 매몰찬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묻어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 인간의 비애와 배신의 아픔과 절규와 고난과 그에 대한 부르짖음과 저주, 그리고 그것이 풀리고 이완되면서 드려지는 찬송과 감사와 기쁨과 헌신의 약속과 선언이 교차되는 시편의 노래를 떠올리게 됩니다. 다윗의 삶과 그의 삶이 묻어있는 시편은 언어의 유희가 아닙니다. 시편의 시는 “영혼의 해부학”이라고 말한 캘빈 선생의 깨달음처럼, 참으로 인간이 다양하게 만나게 되는 하나님과의 만남과 단절, 인간관계의 고뇌와 축복을 진솔하게 그리는 시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윗이 당한 가파른 고난의 역사는 지금도 살아있는 시어로 변화되어 우리의 마음을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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