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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제로지점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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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지점 헌신



    다시 한 번 제로지점 헌신에 대해 언급하려 합니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제로지점 헌신’에 대한 책을 출판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잊을라 하면 다시 제로지점 헌신(비록 필자가 붙인 명칭이지만)의 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기독교 tv, 라디오, 신문에서도 웅장한 헌신에 대해서만 취급되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웅장한 곳에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묻힐 때가 많습니다. 겉보기에 웅장한 것들의 영광이 개인이나 단체에게 조명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사역을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임스 길모어(James Gilmour 1843-1891)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런던 선교사회(LMS: London Missionary Society) 선교사로 1870년 몽골에 파송 되어 1891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열병으로 죽을 때까지 21년 동안 홀로 몽골 인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주로 중국 북경에 거주 하면서 몽골 지방을 몇 달씩 여행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몽골에서 복음을 전한 지 14년 동안 단 한 명의 결신자도 얻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그의 선교사역은 완전 실패입니다. 요즘 결과주의 측정으로는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있어 단 한 명의 결신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실패가 아닙니다. 모든 사역에 결과를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절대 주권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길모어의 소천 소식을 접한 영국 선교사회(LMS)는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해서 제임스 길모어의 사역이 중단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습니다. 필자는 제임스 선교사도 대단하지만 그 선교 사역의 현장이 제로지점인데도 불구하고 인내하며 뒤에서 포기하지 않았던 선교단체에 고개 숙여집니다. 웬만한 선교단체 같으면 현지 선교사를 소환하던지 그 지역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선교사가 능력이나 재능이 없다고 최종결론을 내렸을지 모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교지역에 아무 결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Robert Jermain Thomas, 1840년 ~ 1866년) 선교사가 상해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할 즘 토마스는 아내가 죽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사역에 대한 갈등과 아예 복음 전하는 일을 포기하려까지 했습니다. 선교적 소명을 상실할 정도로 마음에 고통을 받던 토마스는 때마침 조선 땅에 아무도 복음 전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어 성경책을 지닌 채 제너럴 셔먼호(General Sherman)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 선교사가 한국에 최초로 복음의 씨앗을 심었던 로버트 저메인 토머스(Robert Jermain Thomas, 1840년 ~ 1866년)입니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흔히 토마스 목사로 불립니다.


    평양으로 들어오다 지금의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되어 병사 박춘권에 의해 토마스는 살해당했습니다. 토마스 선교사는 살해당하는 순간, 박춘권에게 성경을 건네주었고 박춘권은 그 성경을 읽고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내가 서양 사람을 죽이는 중에, 한 사람(토마스 선교사)을 죽인 것은, 내가 지금 생각할수록 이상한 감이 있다. 내가 그를 찌르려고 할 때에 그는 두 손을 마주잡고 무슨 말(기도)을 한 후 붉은 베를 입힌 책을 가지고 웃으면서 나에게 받으라 권하였다. 그럼으로 내가 죽이기는 하였으나 이 책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서 받아왔노라(필자주: 구어체 문장을 현대어로 바꿈).” - 오문환의 "토마스 목사 전기"에서.


    박춘권은 훗날 평안도 안주교회의 영수(직분으로 오늘날의 안수집사 또는 장로)가 되었습니다. 박춘권은 토마스 선교사에게 건네받은 성경을 집에 숨겨두었다가 박춘권의 조카가 그 성경을 읽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후에 중국 선양에 가서 로스 선교사를 만나 한글로 구약성경을 번역했습니다.


    바로 그 때 열두 살이었던 최치량이라는 소년이 토마스가 가지고 온 또 다른 성경을 순교현장에서 손에 넣어 박영식(당시 평양성 관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박영식은 한문으로 된 그 성경을 찢어 방을 새롭게 도배하는데 벽지(당시는 종이가 귀했음)로 사용했습니다. 사방이 성경벽지가 된 방을 박영식은 들어가며 나가다 간간히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


    훗날 박영식의 집에서 널다리교회가 시작되었으며 시간이 흘러 그 교회는 평양 장대현교회가 되었습니다. 1907년 정초에 장대현교회에서 한국 기독교역사에 족적을 남긴 대 부흥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개혁 보수 신학과 고려신학대학원, 장로회신학대학원의 근본 뿌리가 되었습니다.


    ***

    몇 년 후 조선이 개화되고 평양에 사무엘 마펫 선교사(Samuel H. Moffett)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로 생각하고 있다가 박영식의 집에 벽지로 사용된 중국어 성경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가슴 벅찬 기도를 했습니다.


    "주여,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의 피가 헛되지 않게 하옵소서.”


    마펫 선교사는 평양을 끝까지 떠나지 않고 복음을 전했으며 바로 한국 최초의 선교사 이기풍 목사가 마펫 선교사를 통해 세워졌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신묘막측합니다. ‘신묘막측’은 하나님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지점에서 일하시는 놀랍고 경이로운 극치를 일컫는 말입니다.


    I will give you praise, for I am strangely and delicately formed; your works are great wonders, and of this my soul is fully conscious.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시 139:14).


    그렇다면 신앙인의 헌신의 결과가 제로에 가깝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로의 헌신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확고히 믿는 차원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한국에 복음의 열매가 맺힌 것은 제임스 길모어 선교사님과 토마스 선교사님의 제로지점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사실 우리가 일하는 모든 결과가 아무리 크고 웅장하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시야에서는 좁쌀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진짜 좁쌀, 겨자씨 같은 헌신을 너무 쉽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명분으로 크고 위대한 일을 조작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작은 일에 죽을힘을 다해 충성하십시오.


    His lord said to him, Well done, good and true servant: you have been true in a small thing, I will give you control over great things: take your part in the joy of your lord.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 하고”(마 25:23).


    작은 것을 큰 것보다 더욱 소중하게 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십시오.


    그런 헌신의 자리에서 오늘도 애쓰며 수고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은혜로 여러분을 위로하며 축복합니다. 지금도 제로지점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헌신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을 통해 하나님은 하나님의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그 길에 이미 들어선 발걸음이 복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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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www.epip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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