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 목사의 예술 묵상] 성 도마의 의심, 1601-1602 카라바조 > 묵상/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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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을 소개합니다.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예술의 빚을 졌습니다. 뉴욕에서 홀로 유학하던

시절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말 없이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경탄하고, 위로

받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교회력에 따라 설교하게 되면서, 주보 1면에 그림을 넣어 봤는데, 돌아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나 있습니다. 토요일 밤이면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림 한 점

고르려고 이 그림 저 그림 돌아보다 아내에게 등짝을 헌납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성화들을 바라보면서 신학적 성찰하고, 묵상하다가 쌓인 서사가 있는데, 들려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교우님들이 예배 전 기도를 마치고 주보를 뒤적뒤적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배 전 찬양은 반주자가 없어서 못하겠고, 유일한 읽을 거리, "칼럼"만으로는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설교와는 결이 다른 영적 길안내를 시작해야 겠다 생각해서

고안한 방식이 예술 묵상입니다. 

설교 초고를 70프로 완성하고 그림을 고르다 보면, 흐름상 대지에 집어 넣지 못한 관점도 담게 됩니다. 영미권의 예술 묵상들을 살펴보다 보니, 중세 미술 전공자들이나 신학자들이 할 법한 일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묵상은 현장 목회자가 더 잘 인도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교우님들 눈높이에 맞춘 소박한 묵상은 제 문장으로 만든 집밥으로 대접하고 싶으니까요.

목회자 가정에서 온갖 예수님 그림과 족자에 둘러싸여 성장했던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자꾸 보다 보면 보이는 세계가 있겠지요. 봄을 넘어 친구가 되는 타이밍이 있겠지요. 입과

귀를 넘어 눈과 마음으로 향유하는 예배 전 "예술묵상"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성 도마의 의심, 1601-1602 카라바조

산수시 궁전 박물관 (포츠담, 독일)

도마는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인물입니다. 그 가운데 단연 인기 있는 작품은

카라바조의 ‘성 도마의 의심' 혹은 의심하는 도마 Doubting Thomas입니다. 카라바조는 섬세한 인물 및 심리 묘사와 혁신적인 회화 기법으로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본인의 삶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다양한 대상들의 내면을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을 살펴봅시다. 예수님과 도마, 이 두 사람의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십시오. 예수님의 손가락은 상처로 인도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도마의 손가락은 그 아픈 상처를 후벼 파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끌어 당기고 누군가는 찌릅니다.

우리는 작은 상처에도 예민해지고, 금새 ‘자기애’로 충만해지지만, 예수님은 구원의 상처까지도 드러내시고,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십니다. 손 모아 기도합시다. 우리 위해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우리 상처를 치유하시고 구원하시는 은혜에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잘 주목되지 않는, 숨겨진 장면을 살펴봅시다. 도마는 겉옷을 반쯤 걸친 채로

허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기법 상 하이라이트가 그의 어깨로 향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하이라이트 바로 너머의 망토는 숨겨진 도마의 심리입니다. 작가는 진리의 단계에 절반만 발을 걸쳐 놓은 경험주의자 도마의 신앙을 ‘벗다 만 외투’로 형상화 했습니다. 우리 신앙은 어떠합니까? 반 쯤은 벗은 도마의 단계입니까? 심지어 아예 벗지도 못한 붉은 망토의 제자와 같습니까? 조용히 기도합시다. 주여, 우리를 진리의 길로 인도하소서.

참고사이트 

Visual Commentary on Scripture

https://thevcs.org/

Christian Art

https://christian.art/

Web Gallery of Art

https://www.wga.hu/index.html

Art in the Christian Tradition

https://lectionary.library.vanderbilt.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