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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3장 육신의 문제와 통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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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섭의 모친은 젊어 혼자되셨다. 전쟁 통에 모친이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생계를 꾸려 가시는 동안 지섭은 어린 나이에도 여섯 명의 동생을 챙겨 주어야 겨우 연명할 수 있었기에 일찍이 애어른이 되었다. 고생하는 모친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려 깊고 효성이 지극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지섭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호사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돌아가신 부친의 커다란 신발을 신고 살면서 어느 덧 생존의 달인이 되었다. 


    효심이 소문난 그는 자수 성가하여 다소곳한 아가씨와 결혼했다. 장가를 가서도 아내나 자식 보다는 모친의 필요를 충족하는데 급급했기에 아내와 자식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늘 소통되지 않는 부부 관계에서 소외감, 외로움, 분노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에 빠졌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으며 친구의 유혹에 학교를 빠지고 탈선하게 되었다. 늘 자신보다는 타인을 우선 순위로 여기며 온 가족의 생존에 매진해 온 철수는 우울증 환자가 된 아내와 탈선하여 반항하는 자식을 보며 혼란과 실망을 안고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는 과부인 모친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지 못한 채 독립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가정을 꾸렸기에 아내와 자식에게 상 처를 주고 본인 또한 상처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나님께서는 피조물에게 최선의 삶을 살도록 경계(境界)를 정하셨다.


    "그의 날을 정하셨고 그의 달 수도 주께 있으므로 그의 규례를 정 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사온즉"(욥 14:5).


    수명의 경계, 거주의 경계, 직업의 경계, 물질의 경계 특히 관계의 경계 등은 우리의 삶 전반에 스며 있는 하나님의 질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경계’다. 만일 약한 자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강한 자를 의지하면 강한 자는 하나님과 인간의 경계를 침범하게 되어 하나님의 몫을 감당하는 셈이 된다. 강자는 약자의 우상이 되고 약자를 도우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존재 가치와 능력을 맛보고는 강한 자리와 권위에 중독이 된다. 강자는 자신을 의지하는 약자가 없으면 허탈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에 진정한 강자로 볼 수 없다. 이런 유의 종속의존성을 상담자에게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보다 상담에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느끼면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자원봉사나 선교나 목회나 선행도 마찬가지로 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30 년간의 폭발적인 복음주의의 팽창과 쇠락의 굴곡 가운데 이러한 함정에 빠진 목회자나 사역자를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제시카는 집 뒷마당에서 놀다가 직경 20센티미터 되는 폐 유정(석유갱)에 빠져서 무려 57일간 갇혀 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18개 월 된 어린아이다. 그때 그녀를 구출해 품에 안은 소방관의 얼굴이 신문 1면에 실렸다.


    “전에도 사람들의 목숨을 건져 준 경험이 있지만 이번처럼 진한 감동을 느껴 본 적은 결코 없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소방관은 유정관 옆의 암반을 평행하게 뚫고 들어가 좁은 폐 유정관 속에 거꾸로 갇혀 있던 제시카를 발견하고는 삼발이와 윤활유를 사용해서 한 시간여의 사투 끝에 제시카를 구출해 냈다. 마치 산부인과 의사가 아이를 받아 내듯이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진행된 구조 작업이었다. 


    이 사건 후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부시를 접견했다. 한 동안 그는 ‘영웅’으로 회자되었는데,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어갈 무렵 어릴 때부터 가끔 앓아 왔던 편두통이 극심해져 약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부인과도 이혼을 했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 하는 삶은 그에게 무의미했으므로 그는 점점 우울해져 갔다. 결국 그는 8년 후 스스로 엽총을 쏘아 목숨을 끊었다. 영웅이 된 그는 타인을 도와줌으로 삶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종속의존 육신에 매여 있었다. 영웅의 삶은 일시적이지 결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그렇게 얻어지는 존재 가치는 쉽게 중독이 된다. 타인을 도울 임무가 없어지면 자신을 아무런 존재 가치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유의지도 주셨지만 그와 동시에 각자가 경계를 지키도록 명하신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마음의 부담을 가지거나 도움을 받는 자가 섭섭한 마음을 가지면 이미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사랑의 빚 외에 하나님께서 짊어 지게 하신 빚은 없다. 사랑의 빚은 조건 없이 받고 주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경계는 표면적으로는 우리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창조주와의 경계 질서는 우리로 하여금 종속의존으로부터 자유롭고도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다. 


    온전한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한다. 그러나 상처가 많은 부모일 경우, 오히려 자녀가 부모의 필요를 채워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자녀가 부모의 필요를 충족해 주는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종속의존 관계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의해 인생의 행불행이 좌우된다. 정체성의 부재상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조종되고 지배받는 한편 자신 또한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지배한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지배하고 조종하며, 그 필요가 채워지지 않으면 분노하거나 애증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종속의존적인 육신에서 놓여나기 힘든 이유는 이 육신이 재물을 가지게도 하고 성공을 쌓게도 하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인 요즈음은 보기 드문 일이지만, 예전에는 집안의 똑똑한 아이 하나 때문에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진학의 기회를 ‘포기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경우 똑똑한 아이도 그리고 그 나머지 자녀들도 다 상처를 입는다. 겉으로는 동기 간에 사이좋은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나 그들의 내면은 복잡하다. 똑똑 한 아이는 결혼 후에도 가족들에 대한 의무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종속의존성 육신은 환경에 따라 기막힌 변신을 한다. 한국은 부모 위주의 효(孝) 중심으로 가정과 사회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자신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 세대가 그 삶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자녀들을 과보호하는 경향이 짙다. 시계추가 역스윙하는 현상이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는 가장이 등장한 것도 이 육신 때문이다. 자녀 교육 때문에 부부가 별거를 해도 합리화되는 사회다.


    이 육신이 활동하면 하나님은 이 육신을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우상이 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자신에게 충동적인 영향을 주고 또 그러한 관계를 피할 경우 도태될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이 육신의 수렁에 자신을 맡겨 버린다. 내가 누구를 의지하든지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게 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남이가” 또는 “갑을 관계”라는 말이 있다.


    이 육신은 삶 전반에서 우리를 지배한다. 심지어 선행도 목회도 상담도 이 육신에 조종을 받을 수가 있다. 바울의 고백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 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7)는 나를 먼저 구하고 남을 구하라는 직설적인 표현이기보다는 어떠한 사역에 참여하든지 종속의존적이 되지 않겠다는 고백이다. <계속>


    성경적 상담 세미나 문의: isaya5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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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 

    1981년 오하이오주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2011년 정년 후 해외 직장생활을 접고 36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

    삼성물산 고문을 지냈으며,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산학협력교수,

    현재는 한동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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