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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3장 육신의 문제와 통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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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신의 종류


    “따르릉”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전화 소리에 아내는 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다급한 목소리다. 벌써 며칠 동안 경식이 잠을 못 잤다는 경식 아내의 전언이다. 아파트 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마주친 경식의 두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경식이 우리 집으로 처음 상담을 왔을 때가 고등학교를 마친 때였으니 우리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20년에 가깝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의 폭력적 불화로 어린 경식의 밝은 성격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결국 아무도 그를 제지할 수 없으리만치 난폭해진 경식은 반 년 가까이 S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퇴원 후 아내가 경식을 상담하기 시작한 때가 그의 나이 19세 되던 해였다.


    이미 약물에 중독된 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상담의 필수인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여서 과연이 캄캄한 영혼의 밤에 그가 하나님을 보도록 인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부모의 불화는 어린 그에게 공포였다. 그는 무력감과 죄책감으로 인해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충동적인 삶을 배웠다. 


    현실을 도피하는 육신의 방법에 익숙하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생활방식이 거칠었다. 툭하면 싸우고 사고 치는 삶이었다. 경식은 조증일 때 에너지가 넘치고 영적인 지식도 풍부했다. 뛰어난 화술을 발휘했으며 IQ 지수가 10 이상 증가했다. 조증의 경식은 쾌도난마처럼 일을 벌였는데, 최고급 차를 산다거나 심지어 집 한 채를 가뿐히 계약해 버리기도 했다. 한편 울증의 경식은 외출을 삼가고 내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아이가 보호받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면 신뢰가 바탕이 되지만, 부모의 불화를 목격하며 자란 경식의 세계는 불안・긴장・불신으로 가득했다. 기본적인 욕구를 불화 중인 부모에게 구할 수 없으니 눈치를 보며 자신의 필요를 억누른 채 자랐다. 부모가 다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짜증과 불만의 불똥이 그에게 튀는 일들이 쌓여감에 따라 그의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다. 


    그러다 보니 부모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악순환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되었다. 육신은 일정한 형상을 띠고 있지 않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다른 육신으로의 변이를 서슴지 않는다. 억눌린 욕구가 분노로 폭발되어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나면 경식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 우울증에 갇힌 채 오랫동안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그에게 전혀 힘이 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가며 경식의 우울증은 점차 조울증으로 발전되었다. 


    아내는 약물치료 이후 대화가 가능해지면 피상담자에게 ‘육신’을 반복해서 설명한다. 일단 뇌의 화학적 밸런스가 깨어졌다고 판단되면 정신과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성실히 복용하도록 피상담자의 가족에게 주지시킨 뒤, 피상담자의 육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어떠한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 준다. 특히 문제의 뿌리가 부모의 불화에서 시작된 경우 온 가족이 서로 협력해야 치유의 속도가 빨라진다. 


    경식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다가도 문제가 심각해지면 상담자인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현재까지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며 도움을 청할 만큼 아내와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그를 조울증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적절한 약물치료 그리고 조건 없는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이었다.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고 죽으시기까지 그의 아픔을 지켜보며 애통해하신 하나님을 의지하여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도록 환기시켰다. 넘어지더라도 끝까지 용서하시며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또다시 일어서도록 거듭 반복했다. 만일 약물 복용만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병원에 서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비록 시간은 걸렸지만 놀랍게도 그는 서서히 내면의 상처에 대해 이해하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공부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배워 잘 따라와 주었다. 마침내 경식은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가정도 가졌다. 헌신하는 아내와 두 아이는 그로 하여금 자신을 더욱 둘러보게 하는 원군이 되었고, 그의 밝은 성격은 부친이 시작한 보험회사가 자리를 잡는 데 일조를 했다. 


    작년 휴가 때에 사십 대 가장이 된 그를 만났다. 여전히 조울의 감정 변화는 있지만 사전에 감정의 고저를 어느 정도 스스로 예견하여 조절이 잘되지 않을 때는 자원해서 입원하기도 하는 등 조울의 격차를 많이 줄여 가고 있었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믿음과 헌신적인 아내의 내조, 그리고 꾸준한 상담은 그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다음은 최근에 그가 보내온 이메일이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큰 축복을 주신 것을 이제야 봅니다. 왜 여태 몰랐는지…. 하나님은 나를 참 사랑하시며, 나는 참으로 큰 축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시편 23편처럼 나를 부족함이 없게 하시고, 나를 쉬게 하시고, 나의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내게 두려움이 없게 하시고, 잔치를 베풀어 주시고, 나를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십니다. 이 시편이 옛날 시편이 아니네요.” 


    우리는 만날 때마다 은혜의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처럼 대화를 즐긴다. 지난 20년간의 변화를 보면 격세지감이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이 조울증에도 여전히 역사하신다는 증거다. <계속>


    성경적 상담 세미나 문의: isaya5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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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 

    1981년 오하이오주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2011년 정년 후 해외 직장생활을 접고 36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

    삼성물산 고문을 지냈으며,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산학협력교수,

    현재는 한동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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