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1장 이사야 50장 나의 첫 영혼의 밤 > 묵상/기도 | KCMUSA

[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1장 이사야 50장 나의 첫 영혼의 밤 > 묵상/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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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1장 이사야 50장 나의 첫 영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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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영혼의 밤


    1977년, 대학원 두 해 째를 지나는 초겨울 주말이었다.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는 벌써 북극권 냉한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쳤다. 금요일 저녁 11시경, 나는 대학원 실험실 승강기에서 내렸다. 무슨 일인지 복도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고 타는 냄새가 났다. 화재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지만, 구석에 있는 내 실험실 문 밑으로 연기가 뭉실뭉실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근처 홀리데이인에서 마신 생맥주 취기가 일순간 달아났다.


    실험실은 50평 정도 규모에 1톤 크레인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실험실 한 모퉁이에 놓인 초대형 5갈론(약 19리터)짜리 압력 냄비 옆 예열 박스에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 예열관이 어둠 속에서도 붉은 빛을 내는 것을 보니 족히 1,000도는 넘은 것 같았다. 예열 박스의 골조 나무에 불이 옮겨붙어 연기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급히 긴급 정지 단추를 눌러 고압 펌프를 끄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이온 교환수 탱크가 이미 바닥나 있었다. 분명히 오후 5시 퇴근 시간에는 작동했었는 데, 거의 대여섯 시간의 빈 펌프질로 펌프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회로 차단 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예열 박스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환기를 위해 급히 창을 열자 초겨울 오하이오의 냉기가 정신을 놓은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이미 새벽 두 시를 가리키는 벽시계 초침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이치는 찬 공기가 빈 소매를 파고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수증기 공급이 없다는 노란 메모 조각을 대학 발전소 게시판 한 모퉁이에서 발견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지난 1년 반 동안 공들여 준비했던 석사논문은 수포로 돌아갔다.


    바로 그날 금요일 늦은 저녁에 시작된 영혼의 밤은 나의 인생을 철저하게 흔들어 놓았다. 그 뒤 3개월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왜 이런 일 이 내게?’라는 천착성(穿鑿性) 질문이 하염없이 맴돌았다. 나는 처음 맞는 영혼의 밤의 터널로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다. 좀더 부유하고 좀더 편한 삶을 위해 강렬한 성과주의 육신을 안고 이민을 떠나 온 나에게 이 화재 사건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짓밟았다. 


    그리고 석 달 뒤, 어쩔 수 없이 나의 필요에 의해 창조주를 대면했다. 30년 만에 불어닥친 정월의 강풍으로 꽁꽁 얼어붙은 대학원 독신료(獨身寮) 10층 바닥에 무릎 꿇은 시각은 새벽 6시경이었다. 부서진 자존심을 다시 짜 맞추고, 좀더 강한 육신의 삶을 통해 성과를 이루고 싶은 지독한 ‘나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으며 인위적 믿음에 다가간 첫 걸음이었다. 미국 오기 전까지는 교회라는 건물 안에 들어간 본 적이 없었고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가 연결됨을 인정한 적이 없었던 27세의 공학도가 단지 ‘나의 필요’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영의 세계의 강자를 더듬어 내디딘 참으로 어색한 발걸음이었다.


    그 후 1년 반 동안 나는 낮이면 믿음에 취해 있었고 밤이면 의심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조각난 현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신앙과 과학의 갈등 속에서 필요와 의심이 교차하는 영적 멀미를 느꼈다. 현실을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질수록 멀미는 더욱 심해졌다. 그럴수록 나는 성경 읽기에 더욱 매달렸다. 


    1년 반이라는 험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놀라운 전환을 경험했다. 1,500년 동안 36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기록한 성경이라는 기록물이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을 관통하는 일관된 논리가 주님의 죽음과 부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시공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밖에 없는 ‘보편성’이 깨달아졌다. 구원받은 십자가 강도의 삶을 통해 들이닥친 놀라운 각성 이후 거대한 영의 세계가 현실 세계와 겹쳐져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극심한 영적 멀미가 사라진 것을 몇 주 뒤에 발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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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적 상담 세미나 문의: isaya5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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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진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 

    1981년 오하이오주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2011년 정년 후 해외 직장생활을 접고 36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

    삼성물산 고문을 지냈으며,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산학협력교수,

    현재는 한동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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