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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한 공공신학의 선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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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뉴스앤조이| 작성일2020-10-12 | 조회조회수 : 7,0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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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③]

    던칸 포레스터 - 다원화 사회 공론장에서 기독교 신앙·신학의 역할


    비제도권에서 신학·인문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사유하고자 하는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가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을 주제로 <뉴스앤조이>에 글을 연재합니다. 이 시대 주목할 만한 그리스도교 사상가를 소개하는 에라스무스 연구원들의 글을 격주 간격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던칸 포레스터(Duncan B. Forrester, 1933~2016)는 신학과 사회과학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추구한 신학자이다. 그는 신앙과 신학을 교회·신학교 울타리에 가둬 두지 않고 세속 사회를 위한 공적 영역으로 인식했기에, 정치·사회 한복판에서 적극 목소리를 냈다.

    포레스터의 가장 큰 공헌은 에든버러대학에서 최초의 공공신학센터(Centre for Theology and Public Issues·CTPI)를 설립해 20여 년간 이끌어 온 것이다. 공공신학센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에든버러 CTPI는, 영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응답하며 새로운 신학 방법론을 제안했고, 기독교 윤리 영역을 확장해 교회가 다양한 공적 이슈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는 1980년대 영국 사회 화두였던 '복지국가' 담론을 비롯해 의료, 제3세계 채무, 경제 윤리, 사법제도에서 형 집행과 용서, 공동체 존속과 교육, 전쟁과 평화 등 공적 이슈를 소외된 이들 시선으로 접근하며 사회과학적 해결책을 제안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템플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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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칸 포레스터는 공공신학을 하나의 독립된 신학 분과로 이끌어 낸 인물이다. The Church of Scotland 홈페이지 갈무리

    던칸 포레스터의 관심은 언제나 '정의'(justice issues)에 있었다. 인도 선교사로 있을 때나, 에든버러에서 오랜 기간 교편을 잡고 있을 때나 정의는 그를 이끈 대명제였다. 사회정의를 향한 포레스터의 관심은 신학과 정치학을 넘나든다. 그는 정의를 신앙의 핵심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라고 생각했기에, 기독교 예배와 정치 윤리 관점에서 동시에 들여다봤다. 이 두 가지는 분리되지 않고 지속적 대화와 참여를 통해 같은 지향점과 실천으로 연결된다.

    포레스터는 신앙적 확신은 공적 상황에서 발현돼 구체화한다며, 교회와 사회를 분리하지 않고 사적 신앙을 공적 신앙으로 발전시켜려 했다. 이는 이 땅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께 진정으로 응답하는 일이며,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신앙적 채무이기도 하다. 정의를 향한 그의 관심은 복지, 사법 처벌 규정, 빈부 격차와 불평등 문제와 늘 함께했다.

    포레스터에게서 수학한 김동선 교수(호남신대 기독교윤리학)는 포레스터가 교회 일치와 예배를 추구했지만 그의 작업은 결코 신학적 차원에 머물지 않았고 반드시 세상 속 실천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포레스터는 신학의 임무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하나님을 거부하는 힘이 난무하는 현실을 넘어 종말론적 신앙 안에서 하나님나라 비전을 제시한다. 둘째, 비전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교회뿐 아니라 세상과도 연대한다. 셋째, 이를 신학적으로 검토하여 세상에 새로운 비전을 계속 제시한다.1)

    세속 사회에 더 나은 이상향을 제시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신학자의 모습이다. 교회의 운동은 교회적이면서도 사회적이어야 한다. 시대를 향한 예언자적 눈을 가지면서도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제자도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던칸 포레스터는 교회와 신학의 공적 참여에 있어 좋은 모범이 된다.

    공공성을 향한 신학의 여정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포레스터는 세인트앤드류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시카고대학을 거쳐 다시 에든버러로 돌아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 스코틀랜드장로교 소속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세인트제임스미션'과 '힐사이드교회'에서 잠시 목회했다. 이듬해 인도 남부 지역의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그는 마드라스크리스천칼리지에서 8년간 교수로 일했다.

    포레스터는 인도의 엄격한 카스트제도를 경험하면서 이에 대한 기독교적 응답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는 선교 활동 과정에서 인도 기독교가 차별·혐오 문제를 외면해 버린 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1970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섹스대학에서 9년간 정치와 종교학을 가르쳤다. 포레스터는 1970년대에 주로 인도의 정치사회 문제에 관해 연구했다.

    그는 <Indian Christians' Attitudes to Caste in the Nineteenth Century>(1974)에서 19세기 인도 기독교가 카스트제도를 다루는 방식을 비판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신앙과 교회 제도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Caste and Christianity: Attitudes and Policies on Caste of Anglo-Saxon Protestant Missions in India>(1980)에서는 영국 교회가 인도 선교 과정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현실 참여보다 교세 확장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공적 이슈를 대하는 신학 부재이자 사회과학과 소통하지 못하는 신학 방법론의 한계라고 보았다.

    에든버러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포레스터는 22년간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친다. 그가 신학 방법론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타 학문과 적극 소통하며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실천신학 영역이 급성장했다. 윌리엄 스톨라(William F. Storrar)와 앤드류 몰턴(Andrew R. Morton)은 포레스터의 핵심 주제가 정의 문제라는데 동의한다. 그들은 포레스터가 정의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정치적·학문적 연구를 현실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언급한다.2)

    포레스터는 영국 사회 공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1985년 출간된 기독교와 <Christianity and the Future of Welfare>는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사회정의 문제를 다룬 역작이다. 그는 기독교가 세상에 응답할 때, 시적(poetic)이고 이해가 가능한 방식으로 구체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가치·태도 형성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정치 현실에 관한 그의 신학적 관심은 <Theology and Politics>(1988), <Beliefs, Values and Policies: Conviction Policies in a Secular Age>(1989), <Christian Justice and Public Policy>(1997)에서 체계화한다. 그는 신학의 자리를 공적 영역에서 두었으며 공적 진리를 선포하고 이를 구체화할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학자로서 전성기를 보낸 포레스터는 인간애, 윤리, 가치문제에 천착한다. 그는 <On Human Worth: A Christian Vindication of Equality>(2001)에서 인간애와 신앙의 가치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신학적 논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향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델을 제시하려 했다. <Theological Fragments: Explorations in Unsystematic Theology>(2004)에서는 자신의 신학이 '공공신학'이었다고 회고하고, 이것이 성서 가르침과 예배 전통에서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사회 이슈에 응답하는 방식이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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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칸 포레스터와 그의 아내 마거릿. The Church of Scotland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 공공신학의 흐름과

    포레스터의 관심

    영국의 공공신학은 크게 두 방향으로 흘러왔다.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 로널드 프레스톤(Ronald Preston),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같은 학자가 속한 성공회 전통과 던칸 포레스터(Duncan Forrester), 윌리엄 스톨라(William Storrar) 같은 학자가 속한 장로교 전통이다. 이들 전통은 각각 영국 교회와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발현했고, 교구 제도와 회중 제도를 통해 각 지역과 연결돼 성육신 신학으로 발전했다.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사회는 국가 재건 작업을 진행하며 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사회주의 이론에 기초해 정의와 평등을 토대로 하는 국가 건설을 낙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발이익은 소수 계층에게 집중됐고 빈부 격차가 극심해졌다. 당시 영국 기독교는 훌륭한 사회복지 전통·자원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공적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기독교 복음과 신앙에 대한 좁은 이해에 스스로 갇혀 공적 현실 참여를 주저했기 때문이다.4)

    그럼에도 몇몇 학자를 중심으로 참여 움직임이 있었는데 켄터베리대주교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이 '복지국가'를 언급했고, 윌리엄 비버리지(William Beveridge)의 복지 정책 제안에 영국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한 공공 정책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영국 교회는 새로운 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보편 복지 정책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학의 공적 참여는 종교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고도 시민 덕성을 배양하고 세속 민주주의가 잘 정착하도록 도움을 줬다.5)

    던칸 포레스터는 1980년대 들어 '복지국가'에서 '복지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기독교의 사회적 관심이 가치·비전 유지에 국한해서는 안 되며, 다원화한 세속 사회 정책을 통해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발현되어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거릿 대처 정부는 종교의 공적 참여를 적극 장려했고, 교회는 하나의 기관(institute)으로서 사회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정치·경제 이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도록 요청받았다. 교회가 세속 사회의 무너져 가는 공동체성과 초월적 가치를 회복하고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훈련소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기독교는 예배·설교·교육·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문화에 가치·신념의 자양분을 제공해 왔다. (중략) 신학의 과제는 사회적 가치와 선함에 지속성을 부여하고 사회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6)

    교회는 다른 사회 기관처럼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지녀야 하며 가장 변두리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회는 일반 기관의 관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공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일을 고민함으로써 세상과 어떻게 다른지 증명해야 한다.7)

    '복지사회'에서 교회의 우선 과제는 기독교 정신과 원리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공적 이슈를 다룰 때 신학은 공론장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하며, 사회과학자, 철학자, 정치인, 시민 봉사자와 함께 기독교 복음 토대 위에서 정치·사회적 문제를 토론해야 한다. 포레스터는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윌리엄 템플의 '중간 공리'(middle axiom)를 모티브로 삼았다.8)

    포레스터는 스코틀랜드의 정치·사회 문제로 씨름하면서 구체적·대안적 목소리를 냈지만, 이를 단지 스코틀랜드 문제로 제한하지 않고, '지역이 세계로 나아가는 구조'를 택했다. 그는 공적 논쟁을 중단하는 일은 신학의 심각한 빈곤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신학은 자신의 독특성으로 공론장에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9) 1980~1990년대 다원화한 영국 사회에서 종교적 관용과 대화는 사회 통합과 정책 수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던칸 포레스터와 공공신학센터

    던칸 포레스터가 1984년 설립한 에든버러대학 CTPI는 영국 공공신학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포레스터는 공적 문제를 다룰 때 신학적 성찰과 교회 전통을 고려하면서도 사회과학적 논의를 적극 수용해, 스코트랜드 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현실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CTPI는 크게 3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첫째, 공적 이슈에 참여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다. 둘째, 어떤 이슈에 있어 가장 실현 가능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셋째, 신학적 성찰을 통해 입안자·정책가가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CTPI는 다양한 이슈를 다뤄 왔다. 가난과 복지, 정의와 사법제도, 평화와 국제 관계, 자살과 공공 의료, 경제와 윤리 등이다. 1984년부터 2003년까지 <Family, School and Church in Religious Education>(1984), <Welfare State or Welfare Society?>(1985), <Faith in the Scottish City>(1986), <Inequalities in Health in the 1980s>(1988), <Christianity and Social Vision>(1990), <Third World Debt – First World Responsibility>(1991), <Domestic Debt>(1996), <The Future of Welfare>(1997) 등 정기간행물 50여 개를 발간했다.

    CTPI 센터장은 포레스터를 이어 2000년 윌리엄 스톨라(William Storrar)가 맡았다가, 그가 프린스턴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까지 영국 BBC 프로듀서를 역임한 졸리옹 미셀(Jolyon Mitchell)이 맡고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를 통한 평화 이슈 및 갈등 전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디지털 매체와 인터넷 발전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면서, 단순한 미디어 해석을 넘어 신학적으로 창조적인 의미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영화·사진·음악 등 문화 영역에서 폭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화해와 포용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CTPI는 영국을 넘어서 공공신학 세계화를 이끌었다. 2001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진행된 공공신학 콜로키움은 센터 활동 역사를 정리하며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에든버러에 소속된 신학자 대부분과 여러 나라 타 분야 연구자가 참석했고 영국 학사원에서 후원하면서 공공신학의 세계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다.

    공공신학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2006년에 다시 에든버러에서 '공공신학국제네트워크' 설립을 위한 사전 모임이 열렸고, 1년 뒤 프린스턴에서 공식 설립됐다. 이와 동시에 <공공신학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Theology>이 발간되면서 공공신학은 하나의 독립된 신학 분과로 자리 잡는다. 공공신학국제네트워크는 3년마다 각 대륙을 돌며 대회를 개최하고 사회적 과제에 응답해 왔다. 2010년 호주 찰스스튜어트대학, 2013년 영국 체스터대학, 2016년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2019년 독일 밤베르크대학에서 진행됐다. 이 모든 출발점에 에든버러 CTPI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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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칸 포레스터(앞줄 맨 오른쪽)는 신학의 자리가 공적 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라이트(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2005년 마이클램지상을 받을 당시 사진. michaelramseyprize 홈페이지 갈무리


    공적 신학에서 공적 신앙으로/ 앤드류 몰턴(Andrew R. Morton)은 포레스터가 일상적 삶이 이루어지는 공공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과 대화·연대하고 경청과 설득을 통해 신학을 공공의 자리에서 발견하려 했다고 평가했다.10) 포레스터는 공사公私 구분이 근대 정치 이론에서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었지만, 다원화·파편화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공동선 이해가 다르기에 포괄적 공론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사회가 간間공중적(Trans-public)이기에 각각의 공적 영역을 구분하고 다양한 참여 방식을 제안하는 일을 넘어, 모든 일상에서 공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레스터는 공공신학이 정치·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을 향한 가치를 제공하고 특히 여성과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관계성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1) 사회제도들 개혁하고 공동체적 실천을 제안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의 인격적 삶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실 상황에 응답하는 데 있어 인격적 참여는 중요하다. 그것은 가장 강조돼야 할 부분이다. 만약 우리가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신앙이 사랑의 행위가 되어야 함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에서 돌아선다면 우리의 신앙을 부인하는 꼴이 된다.12)

    포레스터는 <On Human Worth>에서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사랑하는 일은 그가 나와 동등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평등의 실천이 가능한 기준이고, 교회를 향해 '평등의 공동체'가 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함께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시는 성만찬 공동체는 자신을 내어놓는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며, 타인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죄로부터 자유한 참사람은 자기중심적이 아닌 타자 중심적인 삶을 살아 내며, 그것으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

    사람을 향한 포레스터의 관심은 인도 선교사로 있을 때부터 지속되어 왔다. 정의의 관점에서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비판하던 그는 영국의 복지 담론에서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최근의 다원화된 일상의 삶에서 포괄적인 신앙의 공공성을 제안하면서 교회와 사회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을 구현하고자 했다.

    종교는 신자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사적인 삶을 위해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포레스터는 종교의 개인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구분하지만 양자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상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신학은 하나의 공중(a public)에 직면해 참여하는 것이며, 그것은 인격적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13)

    오늘날 한국교회와 신학은 사회로부터 '과연 공적인 기여가 가능한지' 점검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어지러운 현실에서 교회는 사회적 책무를 잊었다. 교회는 자기 이익에만 헌신하며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야기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던칸 포레스터의 공공신학은 교회로 하여금 스스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하고, 세상 한복판에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하나님나라, 평화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교회가 스스로 개혁할 수 있게 하는 신학이 있다면 단연 공공신학일 것이다. 교회는 공공신학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 길을 던칸 포레스터가 먼저 걸어갔다. 신학은 언제나 삶의 한복판에서 응답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공적 신앙으로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김승환 /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와문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 Duncan B. Forrester, The True Church and Morality: Reflections on Ecclesiology and Ethics, 김동선 역, <참된 교회와 윤리>(한국장로교출판사, 1999), 4.
    2) William F. Storrar, Andrew R. Morton, Public Theology for the 21st Century, (T&T Clark, 2004), 4.
    3) Elaine Graham, Between a Rock and Hard Place: Public Theology in a Post-Secular Age, (London: Scm Press, 2013), 74.
    4) Duncan B. Forrester, Christian and the Future of Welfare, (London: Epworth Press, 1985), 1-3.
    5) Elaine Graham,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 210.
    6) Duncan B. Forrester, Beliefs, Values and Policies,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37-39.
    7) 위의 책, 52.
    8) Duncan B. Forrester, Christian and the Future of Welfare, 87-88.
    9) 위의 책, 81-86.
    10) Andrew R. Morton, "Duncan Forrester: A Public Theologian," in William F. Storrar & Andrew R. Morton eds., Public Theology for the 21st Century, (London: T&T Clark LTD, 2004), 27-8.
    11) Duncan B. Forrester, Christian Justice and Public Polic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18-20.
    12) Duncan B. Forrester, On Humans Worth, (SCM Press, 2001), 173. 13) 장신근, "공적 신학이란 무엇인가?," 이형기 외, <공적 신학과 공적 교회>(킹덤북스, 2010), 40.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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