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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시스 교황의 용서 구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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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2-04-22 | 조회조회수 : 7,6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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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캐나다 원주민 기숙 학교 만행에 대해 사죄



    [뉴스M=마이클 오 기자] 프란시스 교황이 최근 보여준 행보가 고목처럼 늙어버린 기독교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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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를 요청하는 원주민 대표(허핑턴 포스트)


    지난 4월 1일 프란시스 교황은 아메리카 원주민 대표단 방문을 받았다. 메티스와 이누이트와 다른 원주민 부족 대표로 이루어진 사절단은 그동안 가톨릭 교회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저지른 악행과 피해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복구를 요청했다. 


    가톨릭 교회 권위의 정점이자 상징인 프란시스 교황은 이들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다. 또한 오는 성 애나 축제(Feast of St. Anna) 기간인 7월 26일 캐나다 방문을 약속했다. 


    교황의 사죄는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 캐나다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뿌리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기독교 기숙 학교 만행에 대한 것이다. 백오십만 명이 넘는 원주민 아동이 부모와 집에서 분리되어 기숙 학교로 보내졌으며, 그들의 뿌리와 문화를 지우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기독교 신앙과 서구 문명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체적 폭력과 성적 학대가 이루어지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으며, 원주민은 오늘날까지도 이 당시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과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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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프란시스 교황(CBC News 유튜브 채널)


    한 주간 내내 말없이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프란시스 교황은 식민지화 정책이 일으킨 고통과 상처를 인정했다.


    또한 그는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에 대해 주님 앞에 사죄하며, 찢어지는 마음으로 (원주민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메티스 부족 대표 케시디 칼슨은 메티스 부족 장로들이 이 사죄를 듣고 통곡을 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역사적인 것이다. 그 말들은 분명 필요한 것이었고, 나는 마음 깊이 감사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교황의 캐나다 방문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진심 어린 말로 생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비로소 용서와 치유를 할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 과정을 너무나도 간절히 바란다.”


    이번 소식을 전한 [허핑턴 포스트]는 교황의 이런 행보가 전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교회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해왔고, 이를 통해 치유와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군림하는 신앙, 사죄하는 신앙


    교황의 이번 사죄는 단순히 가톨릭 교회 문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개신교 또한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과 남미와 호주 등지에서 원주민을 몰아내고 식민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이런 역사는 기본적으로 식민 제국 시대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제국의 힘과 권위를 등에 업고 군림하려 했던 기독교 신앙의 비극이기도 하다. 신앙을 인간 존엄과 정의의 원천으로 보기보다 힘과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착각한 결과다. 이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음과 고통에 내몰렸고,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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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의 사과에 눈물 흘리는 원주민(허핑턴 포스트)


    오늘날 주류 기독교는 이 비극의 역사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권력과 자본의 취기에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낮은 자리보다는 주류와 중심이 되기를 원한다.  


    교황의 사죄는 이런 권력 지향적 기독교 신앙에 대한 자각이며 회개로 볼 수 있다. 교회 권력이 만들어 낸 비극에 대한 사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죄는 권위에 근거한 군림이 아니라 권위의 자기 부정 위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교황은 오늘날 신앙이 권력과 권위의 부정으로서, 중심이 아닌 주변부와 외부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샹향의 시대다. 정치나 사회 종교 어느 곳에서도 낮아지기 원치 않으며, 희생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프란시스 교황의 사죄는 진정한 신앙의 자리가 어디이며 그 방향은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huffpost.com/entry/pope-francis-apology-canada-indigenous-people_n_6247333de4b0d8266aabe9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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