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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 프랑스서 "미국 사상 때문에 국가정체성 붕괴"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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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연합뉴스| 작성일2021-02-10 | 조회조회수 : 2,3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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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들서 시작된 페미니즘·젠더·인종담론이 프랑스 전통적 가치들 흔들어"

    NYT "미국 사상이 사회 해체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 많아"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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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에서 유입된 사회담론들이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과 정신적 유산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우려가 프랑스 지성계와 정계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대학가에서 생산된 진보적 페미니즘이나 젠더 연구, 흑인·무슬림 등 소수자 사회의 타자성에 천착하는 이론들이 프랑스의 전통적 평등·자유의 가치나, 정교분리(라이시테)를 흔들어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시각이 프랑스 지성계와 우파 정치권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NYT는 9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미국의 사상들이 프랑스를 분열시킬까? 일부 리더들은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파리발 기사를 통해 프랑스 지성계와 정치권에 부는 '미국 때리기' 바람을 분석했다.


    프랑스 지식인들은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캔슬(cancel) 컬처'(철회 문화)가 프랑스의 가치들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난한다. 캔슬 컬처는 공인이나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들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는 불매운동의 한 형태를 뜻한다.


    파리 소르본대에서는 지난해 한 연극이 백인 배우들이 흑인으로 분장하는 것에 반대해 가로막혔고, 유명 연사들이 강연 일정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학생들의 압력에 취소되기도 했다. 프랑스 지식인들은 이런 행태가 바로 미국의 영향에서 나온 '캔슬 컬처'라 주장한다.


    최근 미국적 시각의 인종 연구를 비판한 책을 출간한 제라르 누아리엘은 NYT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인종 문제가 다른 모든 문제를 초토화하는 불도저같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프랑스로도 번지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큰 사회문제로 비화하지 않았던 인종적 다양성 문제가 폭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신임 독일인 예술감독이 발레단의 인종 구성을 다양화하고 배우들의 흑인분장을 금하겠다고 선언하자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반(反) 인종주의가 광기로 변했다"고 맹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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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광장 앞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도좌파 성향의 유력지 르몽드마저 편집국장 명의의 칼럼에서 "프랑스가 성가신 일을 피하려고 예술가들에게 만연한 자기검열의 길을 택했다"고 가세하며 오페라 측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종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침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프랑스에서 커지고 있다.


    남성 지배계급과 구세대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새로운 '미투' 세대 페미니스트들의 등장,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이후 정부의 광범위한 이슬람 원리주의자 색출에 이어 태동한 프랑스의 정교분리 원칙 '라이시테'에 대한 반발, 구 식민국가들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의 통합 문제 등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한 것들이 대부분 미국의 사회담론에서 촉발됐다는 게 프랑스 지식인들의 시각이다.


    프랑스 교육장관과 대통령도 이런 인식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장미셸 블랑케 교육장관은 지난해 10월 언론인터뷰에서 미국의 영향으로 대학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적인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겉으로 진보를 가장하면서 실제로는 극단주의를 용인하는 온상이 되는 사상들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에 앞서 작년 6월 한 연설에서 대학들이 사회문제의 '인종화'를 조장한다면서 공화국을 둘로 쪼개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혁명을 통해 공화정을 수립하면서 국가 공통의 문화, 기본권, 평등과 자유라는 핵심 가치에 기초한 국가적 정체성을 내세워 온 프랑스는 미국식의 인종적 다양성이나 문화 다원주의와는 다소 거리를 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젠더나 인종 문제, 탈식민주의 담론, 성소수자 보호 등의 가치는 미국의 사상들이라기보다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는 보편적 담론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미국 듀크대와 프랑스 대학들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작가 안 가레타는 NYT 인터뷰에서 "사상은 전 세계를 순환하는 것으로, 역사상 현시점에서 미국의 대학들이 가장 세계화되고 보편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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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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