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는 성도가 있다면?…교회 돌봄 매뉴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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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 정신 질환자 돌봄 매뉴얼 북 출간
사례·돌봄 방법 소개…교회 규모별 대처 제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2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 발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데일리굿뉴스
# 대학생 A씨는 8개월 전부터 교회 성도들이 자신의 음란물 보는 습관을 비웃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의 망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자신이 도청 당한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도들은 그가 귀신 들렸다며 열심히 기도했지만 상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 여고생 B양은 고등학교 입학 후 친구 관계가 멀어지고 성적도 떨어지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B양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다가 자해를 시작했고 중독됐다. 담당 전도사가 손목의 상처를 발견해 다그쳤지만 B양은 가족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라이프호프)가 최근 발간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에 나온 실제 사례들이다.
A씨와 B양과 같이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정신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라이프호프에 따르면 성도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 경험이 있으며, 성도들의 자살률 또한 일반인 대비 8배나 높게 나타났다.
교회 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라이프호프가 2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 발간 기념 세미나를 열고 정신질환자 돌봄 매뉴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책은 사단법인 좋은의자와 대한기독정신과의사회, 한국목회상담협회,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등이 함께 펴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책의 집필위원인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을 비롯 엄정아 한국목회상담협회 위원장, 고직한 좋은의자 대표, 권서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정신질환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은 뇌의 구조적 문제나 신경전달물질 오류,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 심리적·사회적·관계적 요인이 연관된 복합적 문제임에도 교회에서는 이를 영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린다는 지적이다.
고직한 좋은의자 대표는 "정신질환에 대한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왜곡되고 편협된 인식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많다"며 "이들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거나 정죄하기를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우울증, 강박장애,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구체적 사례와 치료·돌봄 방법 등을 소개했다. 특히 성경 속 비슷한 증상을 보인 인물들에 빗대어 정신질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폈다.
권서영 정신건강의힉과 전문의는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치유 능력은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방법들을 통해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약물과 상담 등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서 영·혼·육을 회복하기 위해 목회자와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교회 규모에 따라 전략을 나눠 교회마다 적용할 수 있는 돌봄 방안 등이 제시됐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은 "교회의 초기 개입은 정신질환 환우들이 자살로 가지 않도록 생명을 살리는 사역의 출발"이라며 "이번 매뉴얼 발간을 통해 목회자와 성도들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정신질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2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 발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총장.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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