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10명 중 1명 마약 경험…“교회에서 '중독전문가' 양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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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약사범 1만8천명…30대 이하 60% 차지
“교회에 중독자 있어도 숨겨…수용적 분위기 필요”
▲ 지난해 수사 당국에 적발된 국내 마약류 사범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마약과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분위기를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사 당국에 적발된 국내 마약류 사범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마약을 투약하는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청소년 마약 문제가 ‘국가적 재앙’으로 떠오른 가운데 교회에서 중독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마약중독’
마약 관련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는 지난 5일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를 발간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8천39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만2천613명이 적발된 2018년에 비해 45.8% 증가한 수치다. 마약류 사범은 2019년에는 1만6천44명, 2020년 1만8천50명, 2021년 1만6천153명 적발됐다.
마약에 연루되는 나이대도 어려지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이 마약 사범의 절반을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 중 30대 이하가 1만988명으로 총인원 대비 59.8%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젊은 층 확산세의 원인으로는 다크웹과 SNS를 통한 마약류 유통이 지목된다”며 “인터넷 마약류 유통조직은 총책, 관리책, 운반책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추적·검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투약 비율 역시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4∼6학년)·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중 10.4%가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의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펜타닐에 손을 댄 셈이다.
“교회, 미래세대 보호하는 사명”
마약 중독자들이 속출하면서 더는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길 수 없는 상황. 위태로운 다음세대를 지키기 위해 한국교회가 대한민국 마약근절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 ⓒ데일리굿뉴스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는 마약에 빠진 대한민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부의 힘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대형문제이며 교회가 나서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회에서 약물치료와 상담, 직업훈련 등 현실적인 지원과 성경 말씀을 통한 전인적인 치유를 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중독예방운동본부와 같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중독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청소년의 경우 신체 특성상 면역체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극소량만 투약해도 만성적인 문제로 발전하기에 전문가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수”라며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인력, 쉼터로 이용할 공간을 구비한 교회는 마약중독 예방과 대처를 감당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중독자들을 돕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는 공동체 내에 정죄하는 시선을 거두고 수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 기독교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중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의 장도 마련돼야 한다. 조 교수는 교회 내부에 마약중독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이 꽤 있지만 말도 못 꺼내고 홀로 끙끙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조 교수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가 이들을 품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며 “미래 세대를 건강하게 돌보고 보호하는 책무를 기억하며 교단과 교파를 넘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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