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교사는 '사모님'?…"조력자 아닌 동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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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여성 선교사' NCOWE 트랙모임서 강조
▲'변화하는 여성 선교사' NCOWE 트랙모임.
[데일리굿뉴스] 박건도 기자 =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현지에서도 여성 선교사는 종종 '사모님'으로 불린다. 한국교회 내에서 목회자의 아내를 칭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선교 여행을 온 청년이나,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에서 통용되는 사모님이란 호칭이 익숙하기 때문에 좀체 선교사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는다. 여성 선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함께 모일 때 조차 서로를 선교사가 아닌 사모님이라 부르곤 한다.
물론 보안상 이유도 있다. 선교 활동이 제한된 권위주의 국가에서 신분을 감추기 위해 남성 선교사를 사장님, 여성 선교사는 사모님으로 부르기도 한다.문제는 이런 호칭이 여성 선교사 스스로를 동역자가 아닌 조력자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예장통합 세계여성선교사회 조정희 회장은 지난 15일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의 '변화하는 여성 선교사' 트랙 모임에서 "여성 선교사들은 한국의 사모 개념을 그대로 선교지에 가지고 가서 남편의 보조자인 사모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사모님이란 호칭에는 여성 선교사가 스스로를 선교사로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선교사 간 교류에도 걸림돌이 된다.
해당 용어가 독신 여성 선교사에게는 적절치 않아 의도치 않게 여성 선교사 간 교류를 단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사모님이란 용어가 여성 선교사들을 구분지으면서 '독신' 여성 선교사를 여성 선교사 집단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교지에서는 여성 선교사회가 일명 '사모 선교사회'로 활동하는데, 그곳에 독신 여성 선교사가 설 자리는 없다.
조 회장은 "사역자로서의 독신 여성 선교사와 남편 선교사의 아내로서 부인 선교사를 구분 짓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단독 사역자로서의 독신 선교사와 사모 개념을 지닌 부인 선교사 간에는 거대한 강이 놓여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발표에 따르면 독신 여성 선교사 비율은 전체 한국교회 파송 선교사의 7%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선교사 네트워크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사모님'이란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여성 선교사 간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그는 "여성 선교사들은 독신 선교사이든 부인 선교사이든, 역량이 있든 없든 간에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끌어 안을 필요가 있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부인 선교사와 독신 선교사가 합력한다면 삼겹줄의 강한 힘으로 선교 장애물들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여성 선교사 간 협력을 위해서는 각자 사역의 특성을 고려한 존중과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 회장은 덧붙였다. 부인 선교사는 출산과 육아에 시간을 할애하는 반면, 독신 여성 선교사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므로 사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부인 선교사의 입장에선 사역의 진행과 결정이 남편 선교사와 독신 여성 선교사 위주로 되어갈 때 소외감을 느낄 수가 있다"며 "여성 선교사 간에 입장이 다르더라도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면 외로운 선교현장에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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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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