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기독 전자도서관 개관…“신앙서적 보급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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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미니스트리, ‘AL-소리도서관’ 개관
18개 출판사 협력…원고기증으로 동참해
<편집자 주> 국내 인구 중 시각장애인은 전체의 0.5% 수준인 약 25만 명에 달한다.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등을 포함하면 범위는 더 넓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복음화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독교 서적을 음성과 점자로 변환해주는 전자 도서관이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시각장애인 사역단체 AL미니스트리 대표인 정민교 목사(흰여울교회)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각장애인 성도들이 교제하는 모습. (사진제공=AL미니스트리)
“15년 이상 시각장애인 사역을 해오면서 비장애인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장애인에게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AL-소리도서관이 독서에 목말라 있는 시각장애인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한줄기 단비가 되길 소망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신앙도서를 못 구해 읽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5일 개관한 AL-소리도서관(이하 소리도서관)를 총기획한 정민교 목사의 얼굴에는 기대와 사명감이 교차했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도 원하는 기독교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소리도서관은 기독교 신앙서적을 음성과 점자로 변환해 무료로 보급하는 플랫폼이다. 기독교 서적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자도서관이 생긴 건 국내 최초다. 시각장애인의 도서 접근성을 보장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교회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소리도서관은 화면낭독 프로그램인 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스크린리더를 사용해 점자가 익숙하지 않은 중도실명자들의 독서를 돕는다. 플랫폼 검수와 완성 작업은 정 목사가 담임하는 흰여울교회 시각장애인 성도들이 맡았다.
세움북스를 포함한 18곳의 출판사가 원고 기증으로 힘을 보태 벌써 50권이 넘는 신앙서적이 들어섰다. 앞으로도 소리도서관엔 매주 5~10여 권의 책이 업로드될 예정이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점자정보단말기와 핸드폰, PC 등을 통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
정 목사는 “어제 개관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각장애 성도 분들이 관심 갖고 사용해주셨다”며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신앙서적들을 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AL미니스트리 대표 정민교 목사(흰여울교회). ⓒ데일리굿뉴스
시각장애인 성도들에게 소리도서관 개관은 혁명과도 같다. 비장애인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신앙서적을 접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기 때문.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신앙서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굉장히 미미하다.
AL미니스트리가 전자도서를 제작·보급하는 39곳의 기관을 시장조사해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기독교서적은 5천여 권에 불과했다. 그 중 천주교를 제외하고 개신교로 카테고리를 좁힐 경우 2천권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기관별로 전자책 포맷마저 달라 호환성 문제로 기기마다 접근성이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각장애인 목회자의 부재로도 이어진다. 장애인 신학생의 경우 전공서적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은 방학 때마다 미리 다음 학기 들을 수업을 주교재와 부교재를 파악해 국립장애인도서관 등 제작 기관에 신청한다. 그러나 개인당 신청할 수 있는 권수가 정해져 있고 제작에도 상당기간이 소요돼 어려움이 크다.
정 목사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약 주석은 한 권 밖에 없었다”며 “지금 AL미니스트리를 섬기고 있는 이한찬 전도사만 하더라도 시각장애로 인해 신학과 목회를 포기할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까운 이 전도사의 사례를 보면서 시각장애인의 독서생활을 도와주는 기술의 장을 마련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며 “소리도서관이 시각장애인 성도들의 신앙생활과 목회활동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믿지 않는 시각장애인에게까지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단말기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
AL미니스트리는 내년 봄이 되기 전에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자초청 북콘서트와 독서모임, 목회 세미나 등을 열 계획이다. 시각장애인의 독서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들이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소통해 ‘책이 결코 비장애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AL미니스트리 사역과 소리도서관에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2009년에 설립한 AL미니스트리는 흰지팡이 보행교육, 시각장애인 합창단, 시각장애인 안내 매뉴얼 발간 등 시각장애인 지원과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AL미니스트리는 AL-소리도서관 사역에 동참할 출판사와 단체, 교회 및 개인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alsori.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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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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