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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인 이어령 선생 별세..."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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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미주중앙일보| 작성일2022-03-01 | 조회조회수 : 1,801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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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인문학이 통째로 교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바로선개혁교회 담임목사 최더함 박사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회심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지성의 대들보인 이어령 선생이 지난 26일(한국 시각) 별세했다. 향년 88세.

     

    그에게는 '시대의 지성'이라는 수식어만 붙는 게 아니었다. 삶과 죽음을 성찰한 기독교인이었다. 그의 족적은 울림이었다.

     

    2년 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게 죽는 거다. 기저귀가 까칠한 수의와 닮지 않았나. 죽음은 인간을 멸하는 게 아니라 풍요하게 만든다."

     

    신앙인으로서의 이어령 선생은 인생을 그렇게 관조했다.

     

    2007년 지성에서 영성의 길로

    기독교인 되고 나서 삶 변화


    "혼자 바들바들하며 살았다"

    인간의 오만 버린 게 큰 변화  

     

    죽음 겁내지 않고 그대로 수용

    삶과 죽음 성찰했던 기독교인


    이어령 선생은 지성에서 영성으로 삶을 틀었다. 지난 2007년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 일흔셋이었다.

     

    당시 큰딸의 암 투병 스물다섯의 첫째 외손자의 죽음은 그를 신앙으로 안내했다.

     

    당시 그는 "딸의 치유를 통해 영성의 알을 깼다면 외손자의 죽음은 시험이었다. 그 양극에 무슨 원칙이 있다는 말인가. 예단할 수 없는 시나리오 속에서 여전히 나약한 인간은 흔들거리며 영성의 문지방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나서 쓴 책이 바로 '지성에서 영성으로'였다. 무신론자로 살던 그가 신 앞에 나아가기까지 인간적인 망설임을 담은 고백록이었다.

     

    그는 글을 통해 읊조렸다.

     

    "오늘부터 저는 신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많은 직함을 갖고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신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신앙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삶은 급격히 변화했다. 신은 그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영화감독 이장호는 그에게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었다.

     

    이어령 선생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외로운 삶인가. 혼자 바들바들하면서 여기까지 온 내가 너무 불쌍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나는 토끼 인생이었다. 나는 잘났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나는 거북이다. 그동안 얼마나 잘못 살아왔고 얼마나 많은 것이 부족했었는지 인간의 오만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딸 이민아 목사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 딸은 아버지가 신앙의 길로 접어드는 데 있어 매개가 됐다. 이 목사는 목회의 길을 걷기 전 LA에서 검사로 활동했었다. 이후 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세상을 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경우는 그가 딸 이민아 목사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실려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인생을 사유하며 기독교 신앙을 통해 영성을 끊임없이 글로 옮겼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등 그의 신앙적 색이 진하게 묻어난 저서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됐다.  

     

    특히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별세 한 달 전 신부에게 물은 24가지 질문에 대해 답한 '메멘토 모리'는 그의 생에 마지막 저서가 됐다.

     

    그는 지난 2017년 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다가오는 죽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다.  

     

    그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지은이와의 대담을 통해 죽음을 이렇게 그렸다.

     

    "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 아니야. 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명령이지."

     

    그는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투병(鬪病)'이란 용어를 쓰지도 않았다. 암을 '친구'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산다는 것은 꽃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을 때도 또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꽃이 보인다. 암 선고를 받고 내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후에 역설적으로 가장 농밀하게 산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19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을 이렇게 구분했다.

     

    "우리는 '너 예수교 믿어?'하고 묻는다. 그건 교(종교)를 믿느냐고 묻는 거다. '너 신을 믿어?' 하는 물음과는 다른 이야기다.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 기독교든 불교든 도교든 모든 종교의 궁극에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은 게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절대의 존재다. 인간은 단 1초도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한편 이어령 선생의 입관예배는 28일(한국 시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개최됐다. 서울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입관예배에서 추모설교를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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