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화장실'…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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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최초로 성공회대학교에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도입된다. 학교의 이러한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 2017년에도 '성중립화장실' 설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4년만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다시 시도하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남녀 성 구분이 없는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집 화장실과 비슷?…반대 목소리 내기 어려워
지난달 26일 성공회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올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운영계획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성별뿐 아니라 나이, 장애여부,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의미한다.
성공회대 측이 발표한 입장문에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집에 있는 화장실에 비유하며, 마치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재학생들도 화장실 설치 안건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남학생 A씨는 "학생사회 안에도 성소수자나 트렌스젠더는 분명히 있고, 수적으로 적다고 해서 이들을 무시하는 건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당위적으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여학생 B씨는 "커뮤니티 상에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만나는 학생들은 거의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화장실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더라도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학생들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한 커뮤니티에는 성중립화장실 설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익명의 한 재학생은 "인권에 찬반을 논하는 자체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매우 부끄럽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화장실 하나 바꾸는게 그렇게 불편하냐"며 "평생 도태되어 살라"는 글도 올라왔다.
세인트폴아카데미 대표 정소영 변호사는 "이는 충분히 공론의 장에서 의견을 교류해야하는 이슈인데 그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막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지 말라, 비판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한 역차별이자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성평등 위해 필요하다'…중학교 교육자료에도 포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도 우리 사회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출판한 '지속가능발전교육' 자료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성평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당자료에는 스웨덴의 화장실은 남녀의 구분이 없어 성평등 지수가 높다고 설명한다. 또 트렌스젠더 학생이 학교에서 화장실에 가는 것이 불편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미국 실제사례를 삽입하여 학생들에게 성중립화장실의 필요성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이 '모두를 위한 화장실' 표지판을 직접 디자인해보는 활동까지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교사들에게 "교과와 동아리, 자유학기 활동 등 학교생태전환교육에 적극 활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선생님들이 필요한 경우 자료를 다운받아서 동아리나 수업 자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원하는 교사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중립이라는 잘못된 개념 자체가 사회와 청소년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미국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모두 인정하는 젠더 이데올로기 사상을 교육한 이후, 청소년 트렌스젠더 비율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성은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해져있고 중립적이지 않다. 성중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뿌리인 성 정체성을 흔드는 것은 향후에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 목적 뒤에 숨겨진 함의를 정확히 꿰뚫고 이를 막아내는 노력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애리 기자(arpark@good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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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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