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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학 양성하고 싶다는 남편 유언 끝까지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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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7-02 | 조회조회수 : 2,8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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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순 권사, 12년째 한신대에 장학금 기부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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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순 권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남편 고 장칠성 장로가 선물한 행운목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송파은혜교회 정선순(80) 권사는 한신대학교에 10년 넘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벌써 12년째다. 지금까지 지원한 장학금이 3억원이 넘는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만 103명이다.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정 권사는 남편이 죽기 전 남긴 한 마디가 지금의 장학금 기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 권사가 장학금 기부를 결심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낭암으로 투병 중이던 남편 장칠성 장로가 정 권사에게 “나아서 나가면 주의 종을 기르고 싶다”는 말을 한 게 시작이었다. 정 권사가 “어떻게 그런 맘을 먹었느냐”고 묻자 장 장로는 “목회자 1명 바로 세우면 수천 수만의 생명을 구원할 수 있다. 교회 하나 세우는 게 경찰서 10개 짓는 것보다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정 권사는 “그땐 ‘신앙가들이나 하는 얘기지’하며 웃어넘겼다”고 말했다.

    장 장로는 그로부터 열흘 뒤쯤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남편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편의 유언처럼 느껴졌다. 곰곰 생각해보니 남편의 말이 그럴 법했다. 정 권사는 “‘신앙이 있으면 누가 범죄를 저지르겠어. 남편이 한 얘기가 굉장히 깊은 얘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권사는 남편이 신앙을 통해 변화되는 걸 가까이서 지켜봤다. 장 장로 역시 믿음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정 권사는 바로 한신대에 연락을 취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기장 교단 신학교인 한신대를 먼저 떠올린 것이다. 정 권사 본인이 신학을 공부해 직접 후학 양성에 뛰어들까 생각해 봤지만, 묵묵히 옆에서 돕는 게 더 낫겠다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정 권사는 남편과 함께 사업하며 모은 돈으로 남편 이름을 딴 ‘장칠성 장학금’을 만들었다. 한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학생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장학생 선발과 관련된 모든 절차는 한신대와 송파은혜교회 박지희 목사에게 위임했다. 딱 하나 조건을 달았다. 장학생이 일정 기간 송파은혜교회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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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7일 있었던 장칠성 장로 장학금 전달식 모습. 한신대 제공

    정 권사는 “장학금 재원만 마련하지 다른 일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관심도 두지 않으려 한다”며 “뭔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은 인생 제게 남겨진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권사는 기부를 몇 년간 했는지, 얼마나 했는지, 또 몇 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는지 수치를 전혀 몰랐다. 무관심이 아니라 배려였다. 정 권사는 “괜히 내 생각, 내 의견이 영향을 미칠까 싶어 일부러 잊고 산다”고 말했다.

    정 권사의 꾸준한 헌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열매를 맺고 있다. 장학생들끼리 따로 모임도 생겼다. 장 장로 기일에 모여 추모예배를 드리고 1년에 한두 차례 따로 만나 교제를 나눈다. 이때 정 권사의 외아들 장진수(57) 집사도 참석한다. 미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장 집사는 어머니 생일, 아버지 기일에 맞춰 1년에 두 번 한국에 들어온다. 올 때마다 장학생들과 만난다고 한다. 최근엔 대를 이어 장학금 기부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부터는 목회자도 배출되고 있다. 장칠성 장학생 1호 목사로 서울 한일교회에서 시무 중인 김진성 목사는 처음 장학금을 받았던 때를 잊지 못했다. 그는 “등록금 낼 형편이 못 돼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는 형으로부터 장칠성 장학금 얘기를 들었다”며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목사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09년부터 학부, 대학원을 합쳐 6년간(11학기)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한 번이 아니라 졸업 때까지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권사님의 그런 마음이 제겐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 권사는 요즘 행운목 기르기에 푹 빠져있다. 생전 꽃 선물 한 번 한 적 없던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기 1년 전쯤 선물로 줬다. 정 권사는 “남편과 사별한 지 5년째 되던 해 행운목이 집 천장에 닿을 만큼 자랐다”며 “분갈이를 했는데 그게 또 자라 이제는 1년마다 분갈이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 권사 집은 행운목으로 가득하다. 커다란 행운목 화분이 7개나 된다.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법도 한데 정 권사는 “남편이 남긴 건 이게 전부”라며 행운목만큼은 나눠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정 권사의 마음을 아는지 최근엔 꽃도 피웠다. 정 권사는 “행운목 꽃 피우는 게 어렵다죠? 남편 본인 뜻을 이어가는 데 대한 고마움의 선물인지 볼 때마다 애틋하다”고 말했다. 정 권사는 “장칠성 장학금은 남편이 내게 남겨준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행운목을 키우듯 주의 종을 세우는 일에도 계속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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