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감리교에서 심사 받던 날 ‘고립감에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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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 대책위, 월요일 기도회 개최
▲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11월 9일 저녁 7시 광화문 감리교 본부 건물 앞에서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월요기도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 ⓒ권이민수
11월 9일 저녁 7시 광화문 감리교 본부 건물 앞에서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월요기도회(이하 월요기도회)’가 열렸다. 주최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였다.
이동환 목사(수원 영광제일교회)는 지난 해 8월, 인천 부평역 북부 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에게 꽃잎을 뿌리고 축복을 비는 기도를 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 6월 벌어졌다. 이를 인지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 이하 감리교)에서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라는 이유로 이 목사를 교회 재판에 넘긴 것이다. 재판 결과 이 목사는 ‘정직 2년’을 처분 받았다. 감리교회법상 가장 형량이 높은 처분이었다.
이러한 재판 결과가 알려지면서 월요기도회가 준비되고 진행된 것이다.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시간이 되자 약 40여명이 월요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김지애 씨의 인도 아래 시편 23편을 읽으며 월요기도회는 시작됐다.
기도는 최건희 씨가 맡았다. 최 씨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에게 평등하고 차별 없으신 하나님”을 불렀다. 그는 “신앙은, 곧 신뢰와 믿음은 가장 깊은 사랑이다.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이자 때론 가장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신앙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이었다”라고 기도했다. 최 씨의 기도대로라면 이 목사의 축복 기도는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행위였다.
더불어 그는 하나님께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한국 교회가 우리를 집어 삼키지 못하는 송곳이 되겠다”며 한국 교회를 향한 비판과 끝까지 이 목사에게 연대하겠다는 약속을 기도에 담았다.
월요기도회에는 이동환 목사의 당사자 발언 시간도 있었다.
이 목사는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축복기도) 부탁을 받았을 때 사실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잘못된 일이 아님에도 성소수자 관련 사역이라면 이름을 숨겨야 하는 현실이 싫어 고민 끝에 축복기도에 자원하게 됐다. 그러나 감리교의 현실은 냉혹했다. 이 목사는 처음 감리교에 불려 심사 받던 날을 ‘고립감에 많이 울었던 날’로 회상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곁에는 이대위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월요기도회 참석자들을 향해 “우리는 130년이 넘는 한국 감리교 역사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닦으며 걷고 있다”며 “자신의 성적지향과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도 되는, 모든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남민규호 목사는 ‘나사로야 나오너라’라는 제목으로 하늘뜻펴기를 했다. 남 목사는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의 이야기를 통해 월요기도회 참석자를 격려하고 한국 교회를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는 영생을 믿는 종교”지만, “생명의 풍성함, 살림이 없는 부활과 믿음은 허울”이라고 했다. 더불어 “‘예수를 부활이자 생명이오’라고 고백하는 것은 우리 주변을 죽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살리고 긍정하고 능동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남 목사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태어나 살아가면서 저주를 받고 죽음의 단죄를 받은 이는 없다.” 그런데 예수의 부활을 믿는 한국 교회는 성소수자를 정죄하며 죽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죽은 것으로 여겨졌던 나사로를 향해 ‘나오너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를 예로 들며 성소수자를 죽음으로 보고 정죄하는 교회가 이제는 성소수자들을 생명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늘뜻펴기를 마치며 남 목사는 좌중을 향해 “쉽지 않은데 다같이 가야할 거 같다”며 투쟁을 외쳤다.
월요기도회는 참석자끼리 둥글게 큰 원을 만들어 서로를 축복하고 인사를 나누며 끝이 났다.
추운 날씨 탓에 코를 훌쩍이는 이들이 많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월요기도회 참석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11월 9일 시작으로 월요기도회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매주 열릴 예정이다. 찬바람도 막지 못한 이들의 열정이 감리교의 성소수자 혐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이민수 기자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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