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협 창립 40주년, 한국 교회 여성담론 선도한 활동 회고와 축하 자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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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젠더 담론과 젊은 세대와의 소통으로 확장 기대
▲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가부장제 중심의 한국 사회와 교회의 변혁을 위해 걸어온 길을 회고하며 그 수고를 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신효
지난 6일(목),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이하 여신협)가 주최하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창립 40주년 기념예배 및 축하행사”가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많은 이들은 여신협이 지나온 40년의 역사를 기억하며 젊은 청년 여성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40년 동안의 과제를 논의했다.
여신협의 지난 40년, 주체적 한국 여성 정립을 지향했다
먼저 기념예배에서 최만자 한국여성신학회 전 회장은 마태복음 5장 38-42절의 본문으로 “가부장적 질서를 종식시키는 변화의 힘”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최만자 전 회장은 예수의 대립명제 ‘너희는 이렇게 들었으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를 설명한 것이다.
최 전 회장은 “예수는 통제와 지배가 없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했고 새로운 가족 창조를 말했으며, 율법에 의한 비인간화 공체의 파괴 들 철저히 가부장적 질서를 구축했던 당시 유대 질서에 대해 의심을 쏟아냈다”고 말하며, 이러한 예수의 태도는 “생명살림과 인간 사랑의 새 질서를 세워야 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전 회장은 예수가 비인간화적 지배체제에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것과는 반대로 “교회는 역사적으로 너무 자주 예수의 사명을 계속하지 못하고, 억압적인 정치제제에 협동하고, 위계적인 권력서열을 구성하며, 여성들을 교회의 지도적 위치에서 몰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들이 “교회가 철저한 평등을 포기하고, 가부장적 형식을 확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회장은 여신협의 지난 40년 간의 활동에 대해 ‘주체적인 한국 여성’을 정립하기를 지향했다고 평가하며 “착취와 인권박탈에 대한 저항이 거셌던 시절, 여성해방의 영성으로 ‘민족 민주 민중’의 주제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이것이 “1990년대 이후 성, 가족, 노동의 여성신학화와 생태, 임신중단에 이르러 성소수자 문제까지 논의하는 데 방법론적 연결고리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전 회장은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에 대하여 “교회가 공공성의 윤리를 상실하고, 여성혐오를 비롯한 수많은 차별과 배제를 양상하고 있다”며, “세상의 종말은 공감과 연대의 종말이라는 것을 기억하여, 생명의 질서, 정의와 평화의 질서, 공감과 연대의 질서를 온전히 이루고 마침내 가부장적 질서를 ‘깡그리’ 종식시키는 변혁의 힘을 이루는 여신협이 되기를 바란다”며 당부했다.
교계 축하 메시지 이어져
이 날 축사를 맡은 김명현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전 원장은 “26년 간의 긴 세월동안 여신협의 회원으로 몸 담았던 시간은 나에게 여성이 누구인지를, 여성이 차별받아 온 역사가 어떠했는지를, 여성이 어떻게 남성과 올바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배우며 변화되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원장은 여신협의 여러 공헌 중에서 두가지를 뽑았는데, 첫째로는 “학문과 실천이 상호수혈(相互輸血)되어 조화를 이루는 모법을 보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들의 가정을 변화시켰다”는 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사를 맡은 이홍정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여신협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가부장제로 인해 고통당하는 여성들의 삶의 현장을 사건화하고 신학화하면서 정행을 통한 정론의 길을 걸어왔다”며 여신협의 지난 역사를 회고했다. 이 총무는 “오늘날의 가부장제가 사회 속에서 구조화되고 재생산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이 확산되었고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권력의 정점에서 또아리를 튼 가부장제의 화신들이 인간성 진보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총무는 모든 성을 뛰어 넘은 보편적 인권과 절대평등의 길이 요원한 현실 속에서 “가부장제가 인간의 심리를 장악하는 원인을 알기 위해서라도, 억압받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서라도 여성신학이 요청된다”며, 여신협의 공적과 위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여신협, 새로운 40년을 준비한다
▲ 여신협 창립 40주년 축하 자리에서 공로상 수여식이 있었다. 수상자로는 최근 유명을 달리하신 故박순경 교수와 정숙자, 유춘자 전 총무 그리고 김혜원·이호순 전 대표와 곽분이 선생이 수상했다. ⓒ이신효
이후 “세상을 바꾸는 여신협”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세 개의 강연에서는 여신협의 과거와 미래의 과제를 논의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유춘자 전 총무는 여신협의 현장성을 회고하며, WCC회의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의 여신협이 낳은 성과들을 회고했다. 유 전 총무는 “1988년 NCCK 주도의 희년통일선언은 민족통일운동의 한 이정표를 세웠고 여성안수를 요구하는 교회민주화운동에도 여성신학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북경세계여성NGO대회에서의 정신대 여성들을 위한 정대협 활동을 기억하며, “2000년 도쿄 국제 여성법정에서 일어난 세계곳곳의 전쟁 피해 여성들의 분노가 법정에 울렸던 것을 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민족과 국가 간의 배상문제로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젠더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두 강연에서는 여신협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안수경 전 사무국장(여신협 전 사무국장, 현 강남지역자활센터장)은 “여신협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회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함께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젊은 여성 신학생들의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의미한 것이었다.
또한 안수경 국장은 교회 내 여성들과의 실질적인 만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여성신학을 교회여성들과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위해 고민해야 하며, 여성신학이 신학한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여신도들에게까지 흘러갈 수 있도록 세력화 동력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강연을 맡은 이혜영 부위원장(목사, 현 여신협 교육위원회)은 “여신협의 회원 자격을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성신학의 지향점을 가진 모든 기독여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 부위원장은 여신협의 새로운 세대 준비를 주장하며, “나이와 위계를 탈피하고 평등의 정신으로 ㅅ로를 대하는 것이 여성신학의 기본 주제일 수 있으나, 젊은 여성이 왜 여신협에 오지 않는 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매체들 속에서 이 시대의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40년 간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창립과 발전에 공헌한 회원들에 대한 공로상 수여식도 있었다. 수상자로는 최근 유명을 달리하신 故박순경 교수와 정숙자, 유춘자 전 총무 그리고 김혜원·이호순 전 대표와 곽분이 선생이 수상했다.
이신효 기자 shinhyo1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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