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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 기독교 시대, 이성을 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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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미주중앙일보| 작성일2020-07-03 | 조회조회수 : 3,4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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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과 이성 결합한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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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고 벨라스케즈가 1631년경 그린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유혹'. 탁발수도회인 도미니크 수도회의 사제가 되려는 토마스를 여인을 통하여 유혹하여 묶어두려 한 가족의 실패한 시도를 그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고대를 장식했던 이성주의 전통
    기독교 확장되며 신앙의 시녀로


    이유를 따져묻는 게 이성의 본질
    좋은 삶을 위한 이성의 역할은?


    신앙과 이성의 갈등
    신앙과 이성, 종교와 철학의 긴장은 기독교 초기부터 나타난다. 그리스 철학에 능통하고 탁월한 논증과 수사력을 가진 사도 바울은 그가 옹호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비기독교 지식인들에게 잘 설득되지 않음을 하소연한다. (고린도전서 1장 23절)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그리스적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진 시절, 거룩하고 선한 하나님이 악한 인간의 육체로 태어난다는 것이 모순되게 느껴졌을 것이다. 기독교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오히려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론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류 해석으로부터 이탈한 영지주의, 마르키온파, 마니교 등의 이단이 나타나며, 신앙에 의하여 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이성적 탐험에 대한 경계심은 그만큼 커진다.

    기독교 초기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시 지배적이던 플라톤 철학을 통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을 이성과 조화시키고자 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조절된 긴장은 800여년이 지난 후 또다시 전면에 떠오른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유럽 주 무대에서 퇴장하여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경험적이고 실증적 경향이 강한 그의 철학은 이슬람권에서 명맥을 유지하여 오다가, 이슬람 문명과의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대륙으로 역수입된다. 지성계는 기독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조화시켜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된다. 토마스가 시대적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여 기독교의 거의 모든 문제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틀로 해명하여 신앙과 이성을 결합하는 전무후무의 업적을 남긴다.

    성스러운 덕이 주는 행복
    토마스는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이성은 하나님이 준 선물로 진리에 다가가는 수단임을 인정한다. 다만 이성적 지혜는 절대자의 계시를 통하여 다듬어지고 완성되어야 한다고 하며 신앙과 이성의 위계를 분명히 한다. 그의 행복론에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담긴다. 행복은 덕을 이성적으로 통찰하고 실행할 때 성취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이 뼈대를 이루고, 여기에 기독교의 피와 살이 얹히어 토마스의 사상이 구성된다. 이성의 덕들은 행복을 향한 시동은 걸지만 목적지에 데려다주지 못한다. 믿음·소망·사랑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성스러운 덕이 갖추어져야 한다. 자연적 덕은 신성한 덕으로 이어지는 상승의 계열을 이루고, 신성한 덕은 자연적 덕을 완성시킨다.

    거룩한 삶은 내세에서 절대자를 만나는 궁극적인 행복 지복(beatitude)을 통하여 보답을 받는다. 그렇다고 내세의 행복을 위하여 현세에서 고난만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세의 자연적인 덕은 은총이 스며들어 있을 때 죄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절대자의 계시와 은총 아래 신성한 덕과 현세적인 덕들을 질서 있게 준행할 때 지상에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이성의 행로
    고대와 중세를 지나 이제 이성이 폭발하는 근대로 들어간다. 이성이 무엇인가 정리해보고, 또 지금까지의 궤적을 돌아보자. 이성에 해당하는 고대의 로고스는 세상의 보편적 원리와 그를 파악하는 인간의 지성의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동양에서의 도(道)와 유사하다.

    형이상학적으로 이야기하니 뭔가 신비롭게 느껴져서 이성을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까다로울 듯하지만, 사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문자 그대로 이치에 맞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성적인 것이다. 사실 여부, 이유를 묻고 따져서 옳은지 그른지를 입증할 것을 요청하고, 납득할만한 것만 받아들인다는 태도다. 영어 단어 reason은 이유를 의미하기도, 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성의 본질은 이유를 따져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입증한다는 것은 일반적 원리를 필요로 한다. 내가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경향성으로 이성적인 입증과 거리가 있다. 이성적으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당신과 나의 주관적 차이를 넘어서는 객관성을 필요로 하고, 이는 다시 일반적 원리에 호소할 것을 요청한다. 그래서 이성은 보편적 진리, 보편적 규범과 궤를 같이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성적 태도는 일반적 원리에 따라 입증된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고대 그리스에서 잉태된 이성은 운명을 인간 자신의 손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한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보듯이 불평등을 정당화했고, 중세에 신앙의 시녀 역할을 하였던 이력도 갖고 있다. 복합적인 이력을 안고 근대로 향하면서, 기독교의 통제로부터 놓여난 이성은 새로운 기대를 온몸에 받는다. 세상에 대한 모든 진리를 건축해주며, 인간의 존엄성의 근거를 확보해주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모든 인간들을 이롭게 하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주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성은 과학을 탄생시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 기대에 부응한다.

    오늘날 이성은 근대와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약속의 언어가 아니라, 현혹과 미망의 언어로 간주된다. 지성인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이성에 대한 조롱 한두 마디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이성에 대한 호소는 순진한 서생의 하소연이 되고, 욕망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대세로 공공연히 자리를 잡는다.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는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억눌린 욕망이 드디어 해방되어 이성과의 균형을 잡는 과정인가? 아니면 고대에 촉망받던 이성이 중세에 신앙에 눌렸듯이, 역사는 반복되어 근대의 기린아 이성이 새로운 종교인 감각과 쾌락에 눌리는 것인가? 좋은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 새 단계로 들어선다.

    ◆토마스 아퀴나스는…기독교가 자리를 잡아가던 초기를 아우구스티누스가 대표한다면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기독교가 최고의 안정을 누리던 중세 후기를 대표한다. 토마스의 시대에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교육 체계가 대학으로까지 발전하여 교육 및 연구의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갖추어졌다. 기독교가 이념적으로 중세의 근간을 이루면서 세상의 모든 부분을 기독교적 교리에 맞추어 해석하는 스콜라주의도 이 무렵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철학이 신학의 시녀'라는 후세의 표현도 이런 스콜라주의의 특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독교가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유럽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게 된 시기에 활동한, 이성과 신앙을 결합한 스콜라주의 최고의 철학자다.

    그는 가톨릭 교단에서 최고의 지성으로 추앙받는다. 교황 레오 13세는 그를 '천품이 유순하고 통찰력이 날카로우며 더할 나위 없이 순결한 인생을 산' '모든 스콜라 박사들 중에서 두드러지는 스콜라학의 왕자요 스승'이라고 불렀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그리스도 사상사에서 언제나 새로운 철학과 보편적 문화에 이르는 길의 선구자로 남아있다"고 칭송하였다.


    미주중앙일보 koreadaily.com 김기현 / 서울대 철학과 교수김기현 / 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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