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 [한 군의관의 전역, 한 아버지의 감사] 딸의 군복이 가르쳐 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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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군 복무, 그리고 새로운 소명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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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옥빈 변호사(왼쪽 두 번째), 앨리슨 길 소령(오른쪽 세 번째)이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길옥빈 변호사 제공]
제2의 고향이던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텍사스 정착이 쉬웠던 건 옆에서 늘 든든한 힘이 되어준 큰 딸 앨리슨 길 소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딸이 오는 6월 말 12년간의 미 육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다. 딸은 2010년 USC 의대 입학과 동시에 미 육군 의료 장학생으로 입대했고, 기초 장교 훈련을 거쳐 소위로 임관했다. 2014년 의대 졸업과 함께 대위로 진급한 뒤 워싱턴의 월터 리드 국립군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텍사스 포트 후드 육군 기지에서 군의관으로 장병과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이제 딸은 두 어린 아들의 어머니로서 가족의 미래와 아이들의 교육을 깊이 고민한 끝에 군복을 벗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명의 끝은 아니다. 전역 후에도 재향군인을 위한 의료 진료와 보건 증진 분야에서 활동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예정이다.
딸의 전역을 앞두고 문득 10여 년 전 일이 떠올랐다. 특별 훈련 기간 중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던 딸이 휴가를 받아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오기 위해 군복 차림으로 비행기에 올랐을 때였다.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딸에게 양보했다고 했다. 딸은 정중히 사양했지만, 그분은 끝내 자리를 내주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군인을 향한 미국 사회의 존중과 감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스며 있는지 느꼈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 중 실종된 미 공군 장교를 구출한 작전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같은 생각을 했다. 위험한 포화 속에서도 “단 한 명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끝까지 전우를 찾아 나서는 정신. 그것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한 나라가 국민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약속처럼 보였다.
나는 미국의 위대함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라를 세운 건국 선조들의 신앙과 정신, 그리고 생명과 헌신을 귀하게 여기는 공동체의 가치가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한,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God is good”을 붙들고 믿음을 지킨 장교처럼, 나 또한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기를 기도한다.
딸의 전역을 앞두고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전쟁과 갈등이 속히 멈추고, 포화 속에 놓인 군인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평화를 되찾기를. 또한 미국이 하나님을 경외하던 건국의 정신과 공동체를 향한 책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다시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딸의 전역은 한 군인의 복무가 끝나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한 의료인과 어머니, 그리고 신앙인의 새로운 출발이다. 앨리슨이 군복을 벗고 새로운 길을 시작하듯, 이 나라와 우리 모두도 상처와 분열을 넘어 회복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길옥빈 변호사·한국어진흥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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