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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WA]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순간, 블루레이크에서 황금빛 라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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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애틀코리안데일리| 작성일2025-10-31 | 조회조회수 : 1,4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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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근처 오카노간-웨나치 국유림 내 위치

▶ 왕복 4.8km, 고도 차이 320m의 가족 친화적 트레일

▶ 10월 첫 2주가 황금빛 라치 관람의 최적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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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블루 레이크

 

예정에 없던 금요일 휴가가 선사한 뜻밖의 선물이었다. 황금빛 라치를 보기 위해 블루레이크로 향하는 길, 530번과 20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세 시간의 여정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도로 양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단풍 나무들이 절정에 달해 있었고, 붉고 노랗게 물든 산자락이 햇살에 반짝였다.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만 속도를 늦추게 만들었다.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인근 오카노간-웨나치 국유림에 위치한 블루레이크 트레일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라치 관찰 명소 중 하나다. 해발 1,634m에 자리한 블루레이크까지는 왕복 4.8km, 고도 차이 320m로 가족 단위 하이커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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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소나무 종류이면서 황금빛 단풍이 드는 낙엽송 '라치'

 

◈ 라치의 신비로운 세계


라치(Larch)는 침엽수이면서도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독특한 나무다. 정확한 명칭은 서부 라치(Western Larch)와 고산 라치(Subalpine Larch)로, 워싱턴주 동부 캐스케이드 산맥의 높은 고도에서만 자란다.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엽록소 생성이 중단되면서 바늘잎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잎을 가는 나무라는 뜻으로 '이깔나무'라고 부른다.


라치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기는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로, 특히 10월 첫 2주가 절정이다.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정보센터에 따르면 "10월 10일경이 황금빛 라치를 보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한다. 이 시기는 산에 첫 눈이 내리기 직전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눈과 황금빛 나무가 어우러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블루레이크 트레일헤드에 도착하니 하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숲길을 따라 오르며 점점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과 나무, 바람의 향기가 뒤섞여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선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트레일은 20번 국도에서 바로 시작된다. 처음 400m 구간은 목재 산책로가 이어지며 울창한 침엽수림 속을 걷는다. 이후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다른 노스 캐스케이드 트레일들과 달리 가파르지 않아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다. 약 2.2km 지점에서 초원지대가 나타나면서 리버티 벨 산군의 웅장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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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라치는 한국에서는 잎을 가는 나무라는 뜻으로 '이깔나무'라고 부른다

 

◈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산수화


잠시 후, 시야가 탁 트이는 지점에서 숨이 멎을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눈 덮인 봉우리 아래로 황금빛 라치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그 아래로는 에메랄드빛 호수가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흰 눈, 금빛 나무, 터키석 같은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블루레이크의 독특한 청록색은 빙하가 암석을 갈아서 만든 미세한 부유물 때문이다. '빙하 가루(glacial flour)'라 불리는 이 미립자들이 햇빛을 굴절시키면서 신비로운 색깔을 만들어낸다. 특히 7월부터 9월까지 빙하가 녹는 시기에 가장 선명한 색을 띤다.


트레일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사람들, 아이를 업은 부모, 손을 잡고 천천히 오르는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계절의 변화를 즐기며 걸었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금세 찬다고 하니 이른 아침 출발을 권한다.


호수에 도착하면 동쪽과 서쪽 호안을 따라 각각 산책로가 있다. 서쪽으로 가면 통나무 다리를 건너 옛 오두막 터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모이는 동쪽 대형 바위에서는 호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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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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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돌아오는 길에도 가을빛은 여전했다. 하이웨이 20번을 따라 이어진 단풍길은 해 질 녘의 부드러운 햇살에 물들어 한층 더 따뜻하게 빛났다. 세 시간의 운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그리고 마음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귀로에 잠시 디아블로 호수 전망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하이웨이 20번 132마일 지점에 위치한 이 전망대에서는 짙은 청록빛 디아블로 호수가 계곡 사이로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시애틀시 전력공사의 댐으로 조성된 인공호수이지만, 주변 산들과 어우러진 풍경은 하루의 여운을 고요하게 마무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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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소영]


라치 시즌은 길어야 2주 정도로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수많은 하이커들이 기꺼이 긴 여행을 감수한다. 블루레이크 트레일은 그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곳이다. 예정에 없던 휴가가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연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 어떤 계획도 무색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교통 및 참고사항


ㆍ위치: 워싱턴주 하이웨이 20번 161마일 지점

ㆍ시기: 7월~11월 (라치 시즌은 10월 첫 2주)

ㆍ준비물: 노스웨스트 포레스트 패스($30/연), 방한용품, 아이젠(10월 이후)

ㆍ주차: 트레일헤드 주차장 만차시 도로변 주차 가능

ㆍ문의: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방문자센터 (360) 854-7200

 

<임소영 하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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