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파고든 심리극…넷플 '맨 끝줄 소년'이 쓴 문학적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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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소년' 최민식.(사진출처=연합뉴스)
"애정보다 질투가 먼저였다면 그 관계에도 친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을 수 있을까."
학생들의 과제에 '쓰레기'라는 혹평을 쏟아내던 교수는 우연히 한 학생의 재능에 매료된다. 이 학생은 교수의 수업 내용 오류도 대범하게 지적하고, 과제에 '다음에 계속…'이라고 궁금증을 남겨두는 매혹적인 글도 써낸다. 교수는 "재능은 귀한 것"이라고 학생에게 은밀한 개인 수업을 제안한다.
지난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학생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 쓴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작가를 꿈꾸던 고교 문학 교사 헤르만과 위험한 욕망을 가진 소년 클라우디오의 이야기는 단 한 권의 소설을 낸 후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하는 대학교수 허문오와 속을 알 수 없는 공대생 이강의 서사로 변화했다.
이강이 쓰는 글은 친구 김세윤(이진우)의 삶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허문오는 "일부러 훔쳐보고 엿듣고 그걸 탐닉하는 순간 다 관음이야"라고 이강을 꾸짖지만, 이강이 자기 말을 듣지 않자 개인 수업을 끝내겠다고 선언한다. 글 속 인물이 자신에게 평생의 콤플렉스를 안긴 유명 작가 김수훈(허준호)이란 사실을 알기 전까진.
6부작인 '맨 끝줄 소년'은 김수훈을 향한 열패감으로 똘똘 뭉친 허문오의 지질한 심리가 증폭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김수훈의 아들 김세윤과 친구가 된 이강은 그의 집에서 보고 들은 일을 연재하듯 과제로 제출한다. 김수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담은 이강의 글은 허문오의 욕망을 자극한다.
이강의 재능을 키워주겠다던 허문오는 글이 전개될수록 사적 복수심을 투영한다. 심지어 "증거 우리가 만들면 돼. 그게 네가 쓰는 글의 마지막 엔딩이야"라고 거짓을 강요하고, 결국 질투와 열등감이 뒤엉킨 추악한 폭주로 파멸을 자초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글을 쓰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글을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라며 "드라마틱하다고 볼 수 없는 글쓰기란 행위를 심리극으로 풀어내며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하는 힘이 좋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맨 끝줄 소년'은 공개 후 드라마의 본질에 집중한 웰메이드 작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극을 이끄는 최민식과 최현욱의 앙상블은 뻔하지 않은 구도로 흥미를 자극한다. 최민식은 해묵은 열등감으로 제자의 손에 휘둘리는 지식인의 위태로운 내면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최현욱은 순진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음침한 그림자가 드리운 청년의 얼굴로 불같은 최민식에게 밀리지 않는 서늘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윤 교수는 "20대 최현욱과 60대 최민식의 이례적인 조합이 밀고 당기는 듯한 호흡이 좋다"며 "최근 드라마 규모가 커졌는데 '맨 끝줄 소년'은 제한된 공간을 중심으로 드라마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 간의 심리전을 밀도 있게 그렸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하면 도파민을 내뿜는 액션, 범죄, 살인을 다룬 스릴러를 많이 떠올린다"며 "'맨 끝줄 소년'은 '은중과 상연'처럼 넷플릭스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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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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