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피어난 연대, 그리고 희생 '프로젝트 헤일메리' [최기자의 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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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제공)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우주 한복판. 텅 빈 우주선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남자가 있다. 중학교 과학 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기억을 더듬던 그는 이내 깨닫는다.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마지막 임무, '헤일메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평범한 과학 교사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 여정을 그린 SF 블록버스터다. '헤일메리(Hail Mary)'는 성모 마리아에게 드리는 기도이자,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던지는 마지막 롱패스를 뜻한다. 성공 확률은 낮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패배가 확정되는 마지막 승부수. 영화 속 인류가 서 있는 자리도 바로 그 지점이다.
태양빛을 잠식하는 정체불명의 미생물 '아스트로파지'가 발견되면서 지구는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한다. 인류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약 20년.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헤일메리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이 임무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여정이다.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영웅이 아니다. 책임을 피하고 싶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 가깝다. 성경 속 하나님은 언제나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을 들어 쓰셨다. 모세도, 기드온도 그러했다. 영화 역시 '준비된 영웅' 대신 '선택된 인간'을 중심에 둔다. 부족함을 안고도 그 선택을 감당해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영화 '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한 장면.(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는 지구 종말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배경으로 삼지만, 그 안을 지극히 인간적인 헌신과 희생의 서사로 채운다. 홀로 던져진 그레이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외계 지성체 '로키'를 만나면서 영화의 온도는 달라진다.
바윗덩이 같은 외형의 로키는 언어도, 생물학적 구조도,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존재다. 하지만 그 역시 자기 행성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파견됐다가 홀로 남은 상황이다. 완전히 다른 두 존재는 서로의 언어 체계를 해독하며 소통 방법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지식을 나누고 교감하며 점차 끈끈한 유대를 쌓아 간다.
존재 방식까지 모든 것이 낯선 두 생명체가 '각자의 행성을 구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 아래 연대하는 과정은, 우주적 스케일의 사건을 다정하고 서정적인 우정의 연대기로 바꿔 놓는다. 영화는 이를 통해 조용히 말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함께 싸워 줄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용기와 희망의 근원이라고.
종교 영화가 아님에도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서사를 환기한다. 태양빛을 갉아먹는 물질 '아스트로파지'는 죄와 같은 재앙으로, 인류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그레이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밀어붙이는 에바 스트라트(잔드라 휠러)의 모습에서는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겹쳐 보인다.
결국 영화가 도달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압도적인 기술도, 거대한 권력도 아니다. 함께 손을 잡고 끝내 물러서지 않는 선택을 감당하는 것. 그 연대와 희생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한다.
과거 죽음이 두려워 희생을 거부했던 그레이스가 로키와 인류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칠흑 같은 우주 한복판에서도 끝내 빛나는 것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들을 위해 내어놓은 삶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차가운 우주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희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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