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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슈퍼 히어로물 새 지평 연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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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M| 작성일2023-10-02 | 조회조회수 : 4,1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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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무 히어로와 강신무 히어로의 대결만도 못한 세습목(牧)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한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 ‘무빙’ 20부작이 막을 내렸다. 원작인 웹툰 작가 강풀이 직접 대본을 썼는데 일반 극작가들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특수기력자’들이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다가 그들의 임무에 환멸을 느껴 조직을 떠나 숨어살다가 결국은 발각된다는 이야기다. 그들을 추적해 온 국정원은 특수기력이 일부에게 유전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자녀를 한 곳에 모으는데 성공한다. 학교 이름도 국정원을 따서 정원 고등학교다. 조직을 떠났던 부모들은 일반 고등학교인지 알았다가 자식들을 자신들과 똑같이 훈련하는 특수 학교임을 발견하고 학교측, 즉 국정원과 싸우는 이야기로 극이 전개된다.


얼핏 보기에는 남북이 적대 세력인 것 같지만 사실 적은 각각의 내부 세력이다. 북한측 능력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보위부장을 북측 능력자 양동근이  죽이고, 남쪽  특수기력자들을 관리하던 국정원 5 차장 문성근을 남쪽 능력자 조인성이 사살한다.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 2017년)에서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받는다” 정우성의 말처럼 ‘무빙’에서는 “인민은 죄가 없다. 죄는 희생을 강요하는 자에게 있다”는 말로 에둘러 남북관계를 비판한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다. ‘26년’ 이후 꾸준히 자신의 색깔을 지켜온 강풀다운 발상이다.


드라마는 거의 15부작까지 등장인물의 능력과 서사에 집중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능력은 다양해서 멀리 있는 소리를 듣는 능력, 어떤 상처를 입어도 금새 회복되는 능력, 괴력, 하늘을 나는 능력이다. 이들이 그동안 투입되었던 특수 임무 중에서 북한 관련 건 말고는 극중에서 드러난 것은 없는데 아무튼 미국 CIA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요원을 파견한다. 나중에 드러나면 안 좋은 일에 개입되었었다는 이야기다.


‘무빙’은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 답게 가족의 문제에 천착한다. 그들의 능력을 전수받은 아이들이 국가 권력의 1회용품으로 다시금 소모될까  두려워서 아이들을 데리고 숨어살던 부모들은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자 국가 권력에 대항한다. 결국 이 소문은 북한 당국까지 전해지고 남한의 특수기력자 조인성에게 모멸당한 경험이 있던 북측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요원을 남파한다.이제 남과 남, 남과 북의 문제로 번져간다. 앞서 말했듯이 남북의 두 기획자가 제거됨으로써 드라마는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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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에서 올드보이들이 생환한다. 문성근 자리에 새로 앉게 된 인물은 조직에 매우 익숙한 인물로 보인다. CIA한국 담당관도 다시 나타나고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특수기력자들을 암살하던 류승범도 다시 등장한다.  2부에서 예고되는 특이한 인물은 배우 심달기(극중 이름 신혜원)다. 상처가 금방 회복되는 능력을 아버지(류승룡)로부터 그대로 이어받은 고윤정이 같은 학교에 있던 심달기를 괴롭히던 아이들과 싸우면서 그 능력이 드러나게 되는데 퇴학조치를 당하고 정원고등학교로 전학온다. 이 모든 과정이 심달기의 기획이었던 것이다.  안기부 5차장에게 일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치는 장면에서 심달기의 직위를 짐작할 만하다.


다른 슈퍼 히어로물과 달리 무빙의 슈퍼맨들은 다른 것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망토나 가면, 특수한 능력을 가진 방패나 창의 도움 없이 자연인 그대로 힘을 발휘한다.


무빙 능력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데서 (예를 들어 거미에 물린다든가) 능력이 주입되는것이 아니라 유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남북의 차이가 있는데 특수기력자들은 주로 남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질투한 북측은 특수기력자들을 발굴하는데 남쪽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


예로부터 한국 무속(巫俗)에서 한반도 북쪽 지역에는 강신(降神)무가 많았고 남쪽에는 세습(世襲)무가 많았다. 말하자면 북쪽 무당들은 직접 신내림을 받는 경우고 남쪽은 주로 지역별로 대를 있는 가업 형태로 무권(巫權)을 행사하는 당골판을 유지한다. 그래서 세습무들에게 그들이 대대로 판을 벌여온 지역은 매우 중요하다. ‘무빙’에서도 남쪽의 특수 기력자들은 암호명을 지역명으로 삼는다.  구룡포, 문산 등등.


반면 북쪽 특수기력자들은 모진 선발과정 끝에 단 두 명 만이 살아 남는다. 그들의 가족 배경은 없다. 그들 스스로가 능력을 강신(降神) 받았던 것이다. 지역명을 암호명으로 삼지도 않고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강풀 작가가 분명히 세습무와 강신무로부터 모티브를 가져왔을 것으로 믿는다. 세습무들이 지연 혈연을 바탕으로 세력을 형성해 왔던 것에 비해 ‘무빙’의 능력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권력화하기는 커녕 숨어든다. 그것에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미사여구를 붙여 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 맨이 되든 강신을 받든 강신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에 세습이 자리잡았다. 특히 성령의 능력을 받을 자신이 없는 목사들은 세습으로 강신을 대신하면서 세를 넓혀 나간다. 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세습의 요건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물려주려고 하는 세태에 ‘무빙’은 슈퍼맨이 사라진 시대에 제발 공정경쟁을 하자고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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