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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동산’, 순수한 믿음 시험대에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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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3-03-16 | 조회조회수 : 3,4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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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리뷰⑤] ‘나는 신이다’ 4·5편 ‘죽음의 아가동산’ 



세계적인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지난 3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8부작 ‘나는 신이다’가 화제다. JMS 정명석, 오대양 집단살인사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종교집단의 속살을 다뤘다. 본지는 8부작 다큐멘터리를 에피소드 별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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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동산’ 교주 김기순은 고 최낙귀 살인 배후로 지목됐다. 그러나 어머니 선영례의 진술 덕분에 김기순은 혐의를 벗었고, 언론은 일그러진 모정에 개탄해 했다. Ⓒ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5회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그리고 6회 ‘죽음의 아가동산’ 편은 너무 끔찍하면서 슬프다. 


5화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는 아가동산 탈퇴자 선영례의 증언으로 시작한다. 선영례는 아가동산에서 숨진 아들 최낙귀(당시 7세)의 사연을 털어 놓으면서 자신의 손으로 뺨을 마구 때린다. 그러면서 자책을 거듭한다. 


도대체 아가동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탈퇴자 선영례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이는 것일까?


‘아가동산’ 교주는 김기순. 그의 이름은 몰라도 신나라 레코드하면 ‘아 맞다’ 할 것이다. 음반유통사 신나라 레코드는 90년대 음악에 심취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테니까. 김기순은 신나라 레코드를 통해 돈을 ‘긁어 모았다’.


김기순은 원래 주현 교회 이교부를 따르던 신도였단다. 그러다 이교부가 수감 생활을 하는 사이 교권을 차지했고, 소수의 신도를 모아 아가동산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기순은 ‘아가님’으로 등극했다. 


아가동산은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한 채 생활했다. 어른들은 무슨 일이든 해야 했고, 아이들 역시 앵벌이로 내몰렸다. 흥미로운 건, 김기순은 교세 확장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목회 현장에서 담임목회자 한 명이 신도들과 의례적인 관계 이상을 구축할 수 있는 상한선은 300명 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기순이 적극적으로 교세 확장에 나서지 않은 건, 적정 수준으로 신도들을 관리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은 높다. 


실제 일부 탈퇴자들이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을 때, 신도들은 적극적으로 김기순을 비호했다. 만약 아가동산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수자가 더 많았다면, 그래서 범죄행각이 드러났을 때 김기순의 기반은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김기순 성공비결 ‘철저한 소수집단화’


아가동산의 비극은 이런 소수집단화에서 벌어졌다. 탈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기순은 아이들이 엄마를 엄마로 부르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했다고 한다. 


숨진 최낙귀는 이런 김기순이 못마땅해 반항했다. 그러자 김기순은 이 아이가 마귀들렸다며 엄마와 이모에게 체벌을 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명령이 이행되는지 다른 신도들에게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들이 최낙귀에게 가한 폭력은 실로 끔찍하다. 어떻게 어린 아이에게 이런 가혹행위를 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정상적인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최낙귀는 숨졌다. 하지만 김기순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기순은 신도 윤방수에게 시신 화장을 명령했다. 어머니 선영례에겐 아들의 죽음을 병사로 하도록 지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1988년 11월 20일 당시 21세 강미경도 신도들의 폭행으로 숨졌다. 강미경의 죽음의 배후에도 김기순이 있다는 게 유력했다. 


하지만 김기순은 법망을 빠져 나갔다. 수사를 맡은 강민구 당시 여주지청 수석검사는 아가동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고 최낙귀와 강미경의 시신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윤방수가 입을 열었지만 허망하게도 시신은 없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훗날 윤방수는 김기순에게 땅 소유권을 받는 대가로 거짓 증언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부조리는 숨진 최낙귀 어머니 선영례의 법정 증언에서 정점에 이른다. 선영례는 1997년 3월 법정진술에서 맞아 죽은게 아니고 심장마비, 심근경색으로 죽었다고 증언했다. 


강민구 변호사(당시 여주지청 수석검사)는 혐의입증을 자신했다. 가담자의 증언이 있었고, 시신을 화장했다는 정황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친어머니의 진술은 김기순의 살인혐의를 무너뜨렸다. 강민구 변호사는 회고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때린 여자들은 때렸다고 말하는데 죽은 아이 엄마는 부인하는 웃픈 현상이 벌어진거죠. 말이 안 되는…. 


무슨 요사스런 말로 홀렸길래 생떼 같은 자식 죽음까지도 거짓으로 덮게 만들었는지 다른 건 모르겠지만 모정마저 철저히 짓밟혔던 사건이 가슴 아팠던 기억입니다.”


선영례의 진술 덕에 김기순은 살인혐의는 벗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으로 복귀했다. 신나라 레코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린다는 소문도 떠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을 거짓으로 덮어버린 어머니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 이런 부조리가 또 어디 있을까? 


이단·사이비 종파의 특징은 ‘순전한’ 믿음을 유독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전적인 믿음의 대상은 교주 자신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종종 부조리로 이어진다. 선영례의 경우처럼. 


선영례는 매일 죽기만 바라는 삶을 산다. 그에게 삶은 형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형벌이 멈추는 날은 언제일까?


지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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