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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2: 미스 퍼플(Ms. Purpl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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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1-05-26 | 조회조회수 : 1,0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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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엽 교수(워싱턴앤리 대학 정치학 교수) 기고



    최근 미국에서 아시안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폭증하면서, 아시안 차별의 역사에 대한 글을 하나 쓰기도 했고, LA폭동을 비롯한 한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오랫동안 살고 있지만, 사실 같은 한인이라도 1세, 1.5세, 그리고 2세는 정체성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영화는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와서 미국 사회에 정착하고 살아온 1.5세의 삶을 다룬 영화들인데, 완성도도 매우 높고, 한인들의 삶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어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한인들은 대체로 "모범적 소수인종의 신화(Model Minority Myth)"를 내면화 하는 경향이 강하고, 미국 사회속에서 성공해서 주류사회에 편입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데, 그런 분위기에서 간과되어 온,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와 인종갈등이라는 다소 어두운 소재를 진지하게 다뤘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영화들이었다. 두 영화 모두 저스틴 전 감독의 작품으로 한인 1.5세인 본인의 경험과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미스 퍼플 (Ms. Purpl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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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 퍼플 역시 저스틴 전 감독의 영화로 LA의 한인 1.5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케이시(티파니 추)는 침대에 누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를 힘겹게 돌보며 코리아타운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서 대학에 다니기도 했던 그녀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걸까? 영화는 케이시의 삶을 그리며 중간 중간 플래시백으로 그녀 가족의 이야기를 알려준다.


    케이시 아버지(제임스 강)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LA로 이민을 왔는데,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 같고, 케이시의 엄마는 무능력해 보이는 남편과 두 자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돈 많은 다른 남자를 만나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절망한 아빠는 명절날 어린 케이시와 오빠 캐리(테디 리)에게 한복을 입히고 함께 엄마의 집에 찾아가 돌아와 달라고 비굴하게 사정을 하는데, 엄마는 이들을 모른척 하며 문을 닫아버렸었다. 아빠는 유독 캐이시를 예뻐했고, 오빠인 캐리는 냉대했는데, 오빠가 사춘기가 되자 폭력까지 가하면서 갈등했고 오빠는 집을 뛰쳐나가고, 그럴수록 아빠는 더 케이시에게 나에겐 너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주입했던 것.


    시간이 흘러 아빠는 병으로 쓰러지게 되고, 누워서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케이시는 아빠를 포기하지 못하고 비싼 돈으로 간병인을 구해서 집에서 돌보고 있고, 그 돈을 대기 위해 피아노의 꿈과 대학도 그만두고 , 심지어 여자로서의 자존심까지 내팽개친채, 한인 타운 노래방의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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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오랫동안 간병인으로 일하며 아빠를 돌바온 라티노 아줌마가 더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호스피스에 맡기라며 일을 그만두고, 케이시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갔던 오빠 캐리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오빠는 트레일러에서 살면서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등, 무력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케이시의 부탁으로 억지로 집에 돌아와 자신을 학대했었지만 지금은 무력하게 누워있는 아버지를 돌보게 된다. 그는 식물인간 상태인 아버지에게 소리를 질러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바퀴달린 침대에 아버지를 데리고 햇빛을 쐬게 해주기도 한다. 케이시는 오랜만에 돌아온 오빠와 대화를 나누는데, 담배가 아닌 막대 사탕을 건네주고, 예전에 케이시가 갖고 놀던 장난감 피아노를 꺼내 눌러보는 등, 케이시는 오랜만에 어린시절의 기억과 꿈,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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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에서 주차를 하는 순수한 라티노 청년 옥타비오는 케이시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케이시는 그의 집에 방문해 화목한 가족, 친척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가족의 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에게 마음을 다 열지는 못한다. 대신 케이시는 노래방에서 일하다 만난 돈 많은 한인 교포 토니(로니 킴)에게 연결되어, 노래방을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 관계를 가지며 돈을 받게된다. 토니는 케이시에게 보라색 한복을 사주는데, 이 한복은 케이시가 어렸을 때 엄마를 찾아갈 때 아빠가 입혀준 색동 저고리 한복과도 연결 되고, 영화의 제목 Ms. Purple은 이 보라색 한복에서 나온 것이다. 토니는 자기 집에 아예 들어와서 동거를 하자고 하고, 친구 결혼식에도 데리고 가지만, 케이시에게 자기 친구들과도 돌아가면서 관계를 가지라고 하는 등, 그녀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노리개 취급하는데, 이에 분노를 느낀 케이시는 그를 떠난다.


    그 사이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온 아빠는 오빠 캐리를 보고 목을 조르고, 캐리는 아빠를 버리고 집을 뛰쳐나간다. 케이시는 간병인을 구해보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눈물을 머금고 아빠를 호스피스에 맡기기로 한다. 케이시는 다시 노래방에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재수 없게도 토니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 방에 들어가고, 이들은 피하는 케이시를 억지로 끌어다 앉히고 토니의 친구는 방에 같이 들어간 처음 노래방에서 일하게 된 여자를 괴롭히고 추행하는데, 순간 분노가 폭발한 케이시는 맥주병으로 그 놈의 머리통을 갈기게 되고, 싸움이 벌어진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보라색 한복을 불태워 버린다. 그리고 옥타비오의 집에 찾아가 잠시나마 그의 가족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경험한다. 이제 더이상 아버지가 없는 집에 오빠와 케이시가 자고 있는데, 아버지가 죽어서 영혼으로 찾아온 것인지, 잠든 오누이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아버지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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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가족내의 역동과 케이시의 힘겨운 삶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 심리학 적으로 보자면, 아빠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무력감을 딸에게 집착하며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시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히고 예쁘다고 거듭 이야기하며, 이런 예쁜 아이를 두고 엄마는 왜 찾아오지도 않냐고 하다가, 두 아이를 데리고 엄마에게 찾아가 매달린다. 모든 순간에 불안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따라갔던 케이시는 그래도 아버지 옆에서 손을 잡고 있는 반면, 캐리는 엄마에게 외면당하는 상황이 견딜수 없는지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가버리는데, 이는 끝까지 아버지를 포기 못하는 케이시와 집을 나가버린 캐리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아빠는 한복을 입혀주던 어린 시절의 회상 장면에서 부터, 아들 캐리에게는 전혀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사춘기가 되자 아들에게 폭력을 가해 집을 떠나게 만든다. 딸 케이시에게는 집 앞에 보이는 두 그루의 야자수를 보며, 저 나무는 여기서 처음 나란게 아니라 딴 지역에서 옮겨져왔고, 그 처지가 우리 둘 같다며, 이제 세상에는 케이시와 자신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아빠는 이민생활에 실패하고 아내에게 버림받았다는 처지로 자존감이 낮고 자기 혐오에 빠진 듯 한데, 그것을 아들에게 투영해 갈등을 빚고, 반대로 아내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딸에게 무의식중에 강요한다. 아버지가 케이시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루밍에 가까운 반복적인 메시지로 딸을 자신에게 묶어두고, 그렇게 자란 케이시는 살릴 가망이 없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인생과 꿈과, 심지어 여자로서의 자존심 마져도 포기하는 등, 일종의 극단적인 일렉트라 컴플렉스를 보인다. 결국 비극적인 가족사와, 아버지의 건강하지 못한 집착이, 두 자녀 모두를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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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케이시 가족의 특수한 상황을 떠나서도, 1.5세 아시안들에게 자식들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와서 고생하며 살아온 부모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한 고민과 갈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이민자 가정은,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생으로,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비정상 적인 기대와 보상심리를 보이고, 가족간의 건강하지 못한 고착관계가 형성하기 쉽고, 자식이 영원히 부모곁을 맴돌고 자신이 인생이 아닌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삶을 살게 만들기도 한다. 전공, 직업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 등에서 부모와 심각한 갈등을 겪거나, 아니면 부모에 순응해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자신을 끌어당기는 가족주의적인 구심력과, 반대로 미국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찾고 싶은 원심력 사이에서 자아 분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써왔던 케이시는 결국 내적으로 폭발하게 되는데, 보라색 한복을 입고 노래방에서 폭주하는 장면은 보기가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녀의 심경을 정말 잘 묘사해 냈다. 영화의 제목도 그렇고 케이시가 한복을 불태우는 영화의 후반부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모든 메시지와 왜곡된 사랑을 상징하는 색동저고리의 기억과, 여성으로 견뎌야 했던 모든 착취와 모멸을 상징하는 것이 보라색 한복이라면, 그 한복을 불태워 버리는 장면은 페미니즘 적인 관점에서 그녀가 경험한 모든 조작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버리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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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룸살롱, 노래방 문화가 LA 한인 타운에 이렇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마음이 매우 불편했고, 최근 아시안 마사지 업소의 살인사건도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깨어진 가정의 한인 1.5세들의 삶을 지켜보는것이 매우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외면할 수 없는 한인 사회의 한 단면에 진지한 시선을 던지는 영화가 무척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연인 케이시를 연기한 배우 '티파니 추'는 한국계가 아닌 대만계 미국인인데, 주인공 역할의 매우 섬세하게 표현 해냈다. 영화는 케이시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의 기억과 심정을 묘사하는데, 편집이나 촬영도 뛰어나고, 감독의 역량이 비범해 보이는데, 이 영화도 선댄스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최근 루이지애나 베이유에서 성장한 한인 1.5세의 삶을 다룬 '블루 베이유(Blue Bayou (2021)'라는 영화를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과 감독을 맡아서 찍었고, 스웨덴 출신으로 '엑스마키나'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많은 영화를 찍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주인공을 연기해서 금년 9월에 개봉한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전 감독이 한인들의 삶을 다룬 의미있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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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9월에 개봉된다는 영화 블루베이유(2021)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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