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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아이돌에 여고생 무당까지…난리난 무속, 대중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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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5-07-14 | 조회조회수 : 1,9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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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Yeah, I'm all you need, I'ma be your idol!"(넌 내가 필요해. 난 너의 아이돌!)


어둠 속 붉은 조명이 드리우고, K-팝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즈'가 무대에 오른다.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모습이 흡사 저승사자와 같다. 다섯 멤버가 'Your Idol'(유어 아이돌)에 맞춰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 선보이자 객석은 귀신에 홀린 듯 열광하고 불꽃(악령들의 왕 '귀마')이 스타디움을 덮는다.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속 한 장면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과 무속을 소재로 다룬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K-팝 걸그룹이자 데몬 헌터스(악령 사냥꾼)인 '헌트릭스'와 악귀로 이뤄진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헌트릭스의 세 멤버는 무당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악귀를 쫓는 과정은 굿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노래로 혼문(악귀를 쫓아내 세상을 지킬 방패)을 만들고, 사인검(조선시대 왕실에서 악한 기운 몰아내기 위해 쓰인 무기) 언월도(무당이 굿에 쓰는 도구) 등을 각각 무기로 사용한다. 


영화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20일 공개 직후 2주간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90개국 이상 넷플릭스 TOP10에 진입했고, 이 중 40개국 이상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도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OST 앨범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3위에 올랐고, 사자보이즈 '유어 아이돌'과 헌트릭스 '골든' 등 OST 일곱 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동시에 진입했다.


이처럼 한국의 무속을 소재로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인이 K-귀신에 홀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이제 점집이 인기 관광지이자 관광 코스다. 서울의 용하기로 소문난 점집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기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미 무속 열풍이 거세다. 귀신과 무당이 나와야 뜬다는 새로운 흥행 공식마저 생긴 실정이다. 이를 방증하듯 무속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귀궁'과 MBC 금토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여고생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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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 (사진 출처 = tvN)


그동안 무속은 한국 사회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며 음지 문화로 터부시돼왔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대중문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화·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다뤄졌지만, 시청자에게 반감을 사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굿이나 신내림, 빙의 등을 다뤄 논란을 빚은 작품도 있었다. MBC 일일 연속극 '왕꽃선녀님'(2004),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2011) 등이 대표적이다.


변화가 감지된 건 10여 년 전부터다.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기점으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하이바이 마마', SBS 금토드라마 '악귀' 등 무속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바통을 주고받으면서 시청자의 반감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곡성', '신과 함께' 시리즈 등도 무속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무속 열풍이 본격적으로 분 건 지난해 영화 '파묘'가 크게 흥행하면서부터다. '파묘'는 오컬트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신드롬을 낳았고, 무속이라는 소재가 대중의 호응을 부르는 흥행 요소라는 데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됐다. 특히 트렌디한 MZ 무당 '이화림'과 '윤봉기'의 등장은 무속이 갖고 있던 기존의 틀을 깨고 '힙'한 문화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혔다. 


무당들이 대중 앞에 대거 등장한 건 이 무렵부터다. SBS 예능 '신들린 연애',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등 무당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콘텐츠들이 시청자를 찾았다. 특히 무당들이 각종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고민을 상담하거나, 출연진이 무당을 찾아 신점을 보고 운명을 점치는 장면이 급증했다.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도 팀 코리아 '범접'이 운명을 점치기 위해 점집을 찾는 모습이 나왔다.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무속이 과거 일부 기성세대나 특정 계층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며 가까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서울 강남 및 홍대 거리에는 사주·타로 카페가 확장세고, 영험한 곳에 있던 점집들은 해당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양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무속 관련 SNS도 많은 구독자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외신마저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한국의 젊은 무당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무속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 로이터는 구글 트렌드를 인용하며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된 '무당'과 '운세' 검색이 지난 5년 동안 거의 두 배 늘었고, 최근 들어 무당 또는 점쟁이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에게 무속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경제적 상황과 불안한 미래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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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이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대형 운세자판기를 보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무속 열풍 현상은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심층부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무속과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과 불안이 증대되는 사회 속에서 무속이 어떠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고 답답함을 풀 수 있는 피난처나 도피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한국인들은 무속에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며 "무속이 고유한 전통문화 코드의 하나로 뿌리 깊게 있는데, 동시에 무속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트렌드 중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 무탈하고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라며 "'아보하'가 반증하듯, 그만큼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한국인들의 정서 가운데 깊이 침잠해 있던 무속이라고 하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작동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현상이 무속을 일상 속으로 들여오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무속을 미화하면서 사람들이 무속적 요소를 맹신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무당이 점괘를 내세워 거액의 부적이나 굿값을 소비하도록 유인하거나 악귀 퇴치를 명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무속 관련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


백 원장은 "무속이 이른바 장사가 되는 흥행 소재가 되다 보니, 무속 콘텐츠들이 문화라는 세련된 옷으로 미화되어 계속 등장하고 대중들을 환기시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점화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점집이나 무당 등 무속과 관련한 요소들도 트렌디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시장 규모 역시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무속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허용하여, 실제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며 의사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로 가볍게 받아 넘기기에는 위험성이 있다"며 "무속에 대한 집착과 맹신을 경계할 수 있도록 문화적·신학적 비판과 올바른 해석 및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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