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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23년만에 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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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1-09-22 | 조회조회수 : 11,2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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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하다' 등 98년 출간 당시 미발표작 실어

    "이 시집 속 시와 읽는 독자들은 영원히 젊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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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인, 창비 제공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꼽히는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창비)가 출간 23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1998년 처음 출간된 이 시집은 1990~2000년대 베스트셀러로 누적 판매량이 20만 부를 넘는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전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안치환의 노래로도 만들어졌던 '수선화에게'가 실렸던 시집이기도 하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고래를 위하여',  '풍경 달다', '나뭇잎을 닦다' 등 정 시인의 대표시가 담겨 있다.


    개정증보판은 지난 98년 초판 출간 무렵에 썼던 '쓸쓸하다' 등 미발표작 21편과 2002년 펴낸 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에서 고른 4편 등 25편을 제4부에 추가했다.


    서울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개보다

    개의 얼굴을 한 사람이

    더 많이 걸어다닌다

    사람의 똥을 누는 개보다

    개의 똥을 누는 사람이

    더 많이 밥을 먹는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가 철커덩철커덩 지나간 뒤

    한강철교 위로 초승달 뜨면

    서울에 사는 개들은 모두 쓸쓸하다

    개의 마음속에 있는 부처님보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부처님이 더

    쓸쓸하다


    정호승, 쓸쓸하다

     

    정 시인은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시에서 얼굴은 마음의 얼굴을 의미한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짐승의 얼굴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순수함과 사랑을 갈구하는 시"라고 전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대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개정판 해설을 통해 "단순한 외로움의 시집이 아니다"며 "맑고 순결한 인간 보편의 정상과 사랑을 호소하고 탈환해가는 서정적 예술의 정점에 서 있는 실존적 사랑의 고백록이요 인간 존재에 대한 최상급의 예술적 도록(圖錄)"이라고 평했다.


    정 시인은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시집으로, 시인인 나의 시집이지만 독자들의 시집이기도 해 개정판은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며 "나는 당시 젊은 시인였지만 이제 늙은 시인이 됐다. 이 시집 속 시와 시를 읽는 독자들은 영원히 젊고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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