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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류의 탈북자…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탈북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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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1-02-05 | 조회조회수 : 1,5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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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탈북자

20여년간 탈북자 밀착취재한 조천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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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현 PD의 신간 '탈북자', 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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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강도 혜산시 강안동 앞에서 찍은 탈북자들의 발자국 행렬. (압록강, 새벽 밀수 등 국경을 드나드는 발자국, 아침이면 사람들이 오고간 발자국의 흔적이 남는다.), 조천현 PD 제공.


"통일이 되자고 소리쳐서 되는 거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서 돈을 지원했다고 나라가 잘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목적보다는 내 부모가 있는 그곳이 그립고 그래서 가고 싶어요. "

_북조선으로 가고자 하는 탈북자, 56쪽


"중국에서 날마다 이밥(쌀밥) 먹다가 조선에서 강냉이밥을 고기도 없이 먹으려니까 목구멍에 걸리더라고요. 음식도 내 입맛에 맞질 않지, 내 생활도 자본주의로 바뀌었어요. … 답답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중국에서 살던 생각이 자꾸 나요. 내가 이렇게까지 변했구나 하고 그때 실감이 나더라구요."

_중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탈북자, 79쪽


"중국생활 맛을 보고 한국 바람이 불면 조선에 들어가 살기 싫단 말입니다. 중국에서 북으로 붙잡혀 나가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탈북한단 말입니다. 한국에서 집 주고 돈 주는데 누가 한국 가는 것을 망설이겠습니까. 우리가 중국에서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돈을 한국 가면 쥘 수 있단 말입니다." 배씨는 탈북자 인권이고 북조선 민주화고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직 잘 살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_한국행을 바라는 탈북자, 143쪽


흔히 '탈북자'하면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위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제난 외에도 남쪽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한국땅을 밟는 것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그려진다.


그러나 지난 1997년부터 수백 명의 탈북자를 비롯해 이들을 돕는 조선족, 탈북지원 NGO 및 선교단체, 탈북 이후 한국행을 알선하는 브로커, 탈북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사고 파는 국내외 관계자들, 언론사 등 탈북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밀착 취재해 온 조천현 독립PD는 탈북자에는 세 부류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으로 가려는 이들, 중국에 정착하려는 이들,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이들.


조 PD가 2001년 8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3차례 이상 만난 탈북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에 가고자 하는 탈북자가 41명인 데 반해, 북한에 가고자 하는 탈북자는 34명, 중국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탈북자 21명, 기타 4명으로 한국행을 원하지 않은 탈북자가 59명이나 됐다. 이처럼 20여 년 동안 수많은 탈북자들을 취재한 기록이 신간 '탈북자'(보리)에 담겼다. 이 책에는 주로 1997년부터 2010년 이전 사례가 기록됐다.


그는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탈북자들은 돈 벌면 조국으로 돌아갈, 이주노동자"라고 말한다. 당장은 먹고 살기 힘들어 탈북했지만 휴대전화 등을 통해 북한의 가족과 계속 연락하며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PD는 또한 탈북자들이 북한을 이탈한 뒤 대부분 중국으로 건너가 체류하면서 북한으로 돌아갈지, 한국으로 갈지, 중국에 계속 머물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길게는 10년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한국에 입국한 시기가 아니라 실제 탈북한 시기를 중심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 '탈북자'에 실린 글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중국으로 나온 탈북자들 이야기다.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탈북자들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탈북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입국한 연도와 탈북한 연도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탈북자들을 이해하는 데 혼선이 없으리라 본다."

_머리말에서


이 책에는 세 부류의 탈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져 있다. 인신매매범에 속아 중국으로 팔려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사연, 적발돼 다시 북한에 끌려 들어갔다가도 다시 탈북해 한국행을 꿈꾸는 20대 구두닦이 청년들의 이야기, 잘 차려입고 왔지만 결국 돈을 요구해 저자가 300달러를 주고 왔다는 탈북자 부부 이야기 등이다.


그동안 만났던 수백 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탈북자를 물었더니 가슴아픈 사연이 돌아왔다. 조 PD는 "고향인 은덕군에서 함께 살았던 화교가 23살 난 자신의 막내딸을 취직시켜 준다며 데리고간 뒤 어디론가 팔아 넘기고 한국으로 가 버려, 7년간 딸을 찾아 헤매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김은실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다. 당시 우연히 할머니와 함께 살던 할아버지 집에 있다가, 돌아가신 할머니 모습을 보고 두만강 온성 앞에서 화장해 보냈다고 전했다.


누구보다도 탈북자들의 실상을 잘 아는 그이기에 일부 브로커·NGO·선교단체가 탈북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하거나 확대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 등의 일부 언론이 받아쓰거나 혹은 함께 기획해 벌어진 부작용에 대해 지적한다. 기획 탈북 사건이 일어나면 북중 국경의 경계가 강화돼 중국에 남고 싶어 하거나 북한에 돌아가고자 하는 탈북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한에 오고자 하는 탈북자는 가급적 조용히 와야 다른 탈북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한다.


조 PD는 "선교사들 가운데는 선교사인지 브로커인지 인권운동가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며 "때문에 실제 탈북자들 가운데는 한국에 와서 자신을 도와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탈북자 선교를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가로채 2008년 대법원에서 사기 판결을 받은 예랑선교회 사건도 비중있게 다룬다. 이 선교회는 2000년대 초부터 탈북자 선교를 통해 북한에 지하교회를 세우고 굶주리는 북녘 동포들을 돕는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려 후원금 20여억원을 모아 가로챘다. 2006년 신도에 의해 고발돼 재판을 받으며 선교회 대표가 올린 글의 대다수가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 PD는 "진정한 선교사들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탈북자들에게 지하교회를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PD는 "탈북자 문제는 이념의 문제로 바라보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북한 경제가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 것뿐이다. 이 책이 탈북자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 PD는 앞서 그간 기록한 내용 등을 월간 말, 월간 북한 등의 매체에 기고했고, 이는 당시 탈북자의 실상과 탈북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여러차례 인용되기도 했다. 그는 연말에 2010년 이후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탈북자' 2권을 낼 예정이다.


조 PD는 KBS 일요스페셜 '현지르포, 두만강변 사람들', SBS스페셜 '5년의 기록, 압록강 이천리 사람들'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70회 아사히 국제사진전 입선, 한국독립PD협회 '이달의 독립PD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실버레미 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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