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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없는 삶”과 교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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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작성일2020-09-30 | 조회조회수 :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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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주커먼(Phil Zuckerman) | 『종교 없는 삶』(Living the Secular Life) | 박윤정 옮김 | 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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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북미와 북유럽의 탈종교 현상을 계속 연구해온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종교 없는 삶』에서 종교가 없이도 충분히 도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저자는 여러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 무종교인들이 종교를 가진 이들보다 훨씬 더 책임감, 자율성, 공감 능력이 있고, 실제로 타자를 배려하고 용납하는 도덕감도 강하다고 말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폭력과 전쟁, 그리고 범죄율은 그 나라의 종교 인구와 비례한다고 말한다. 


무종교인들은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아가고,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므로 책임감도 강하다. 인종 차별이나 환경 문제에서도 무종교인들은 종교인들보다 훨씬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외에도 무종교인들이 종교인들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훨씬 더 인류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집단임을 자세한 사례를 들어가며 제시한다.

이 책은 오늘날 미국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탈종교 현상을 사회학의 시선으로 재치있게 그려내는 책이다.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를 떠나 무종교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쉽고 재미있게 묘사한다. 세속화가 가속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종교적 문화가 지배적인 미국에서 무종교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편할 리 없다. 마을 공동체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신이 무종교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된다. 이런 점은 우리 문화와 너무나 다른 부분이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면, 우리의 현실과 겹치는 부분도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종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까?1)

저자는 다음 세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첫째,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보수적 공화주의와 복음주의 기독교 간의 결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하였다.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낙태 불법화, 동성애자들의 권리 반대, 보수적인 성교육, 이스라엘 지원, 총기 규제 반대를 주장하며 공화당과 동맹을 맺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동맹이 미국에서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이유였다고 평가한다.

둘째,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소아성애 스캔들이다. 통계를 보면 6,000명도 넘는 사제들이 성적 학대와 연루되어 있고, 그중 500명은 투옥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가톨릭교회는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범죄를 고발하는 대신, 당사자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리고 흐지부지하고 덮으려 했다. 그 결과 일일이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도시에서 이런 문제로 가톨릭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전국적으로 교인 수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셋째, 여성 임금 노동력의 향상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노동력이 증가할수록 가족의 종교 참여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과 같은 나라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동시에,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미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는 우리나라 상황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지난 20년간 보수 기독교의 정치적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결과를 낳았다. 성직자들의 도덕적, 성적 타락 역시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회적인 요인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무종교인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별히 8·15 광화문 집회 이후 한국 기독교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전광훈 개인이나 몇몇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도마 위에 올려졌다. 우리는 전광훈과 다르다는 꼬리 자르기도 통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기독교를 보는 시선은 너무나 냉랭하여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기독교의 자정 능력을 이제는 의심하고 있다. 필 주커먼이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자료가 얼마나 정확하고 객관적인지를 따져 물을 수도 있겠고, 그와 반대되는 자료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오늘날 많은 사람이 왜 종교를 떠나고 있으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책은, 왜 오늘날 무종교인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왜 그들이 종교를 떠났는지를 분석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기성 종교에서 점차 빠져나와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도 종교적인 그 무엇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무종교인의 종교성’이라고 말한다.

종교가 없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외감이나 감사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나타나는 신비와 숭고함을 경험한다. 단지 그 대상을 하나님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이들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타인들과 연대하면서 서로 삶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부활절이나 성탄절에는 교회에 나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거나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기독교 문화가 만들어 놓은 산물을 그저 즐기는 것이다.

특별히 음악은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이 책에서 필 주커먼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참여한 일화를 소개한다. 그곳에서 아내는 깊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속해서 콘서트에 참석하면서, 그 콘서트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10대 청소년이든, 50대 이상의 성인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중심으로 모이는 팬덤 문화는 종교적 의례와 유사하다. 팬클럽 회원들은 가수의 공연 일정을 공유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따라다니며 열렬히 응원한다. 팬 카페에서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경조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성을 경험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치유가 일어난다.

이 책의 이야기를 반대로 뒤집어 읽으면 우리의 교회를 성찰해 볼 수 있다. 교회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섣부른 정죄와 판단의 언어가 나오고, 순수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동체이기보다는 눈치를 보는 어색한 모임이 되고 있다. 정체성의 안정감을 제공하기보다는 종교적 의무와 행사 참여 요구로 몸과 마음을 탈진시킨다. 직장 생활에 지쳐 교회에서는 위로와 힘을 얻고 싶은데, 주일에 파김치가 되도록 봉사하지만 도리어 수요예배나 금요예배에 나오지 않는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신비를 느낄 겨를이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나눌 여유도 없이 주말을 보내는 이들에겐 교회가 무거운 짐이 되는 듯하다.

이 책은 무종교인들의 삶을 예찬하는 책이지만, 이 책을 거울삼아 교회가 그동안 놓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면 미래의 새로운 교회를 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세에만 집착하지 않고 현실을 긍정하고 끌어안는 삶, 종교적 의무 부과보다 서로의 삶을 돌아보고 격려하는 공동체, 교리나 조직 관리보다는 체험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연대, 자연과 일상의 신비를 충만히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수성. 저자가 무종교의 중요한 특징으로 제시한 이런 것들은, 사실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할 태도와 동떨어진 것들이 아니다. 구약성경 전도서의 코헬렛(전도자)의 삶에 대한 태도나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무종교인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그동안 종교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소속을 통한 안정감, 이타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위한 근거, 내세에 대한 소망,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민주시민으로서의 관용과 공적 책임 등을 이제는 종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그동안 교회는 왜 이런 것들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을까? 근본적인 반성 위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때다.

1) 2019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개신교인은 인구의 43%, 로마가톨릭은 20%, 무관심자(Nothing in particular)는 17%, 불가지론자는 5%, 무신론자는 4% 정도이다. 이는 이전 10년 동안 무관심자는 약 40%,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는 2배 증가한 수치이며 세대가 어려질수록 비기독교인 비율이 높다(편집자 주).


최경환(과학과신학의대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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