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The boy, the mole, the fox and horse)
페이지 정보
본문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horse)
(찰리 맥커시 글,그림/ 상상의 힘 2020)
중학생 아이들과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언어를 공부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몇 년 전 보았던 이 책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찰리 맥커시라는 일러스트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글도 썼습니다. 그림책 같은 이 책은 글만 따로 모아서 봐도 좋았고, 글과 상관 없이 그림만 봐도 좋았습니다. 그러다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 글이 그림 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림은 글이 마음껏 뻗쳐갈 수 있는 큰 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참고로, 초등 고학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이 큰 부담 없이 볼 정도의 영어 원서 책이니, 얼마나 간결한 문장들일까요.
제목 그대로 이야기 속에는 소년, 두더지, 여우와 말이 등장해서 길을 떠납니다. 인생을 살며 자신이 없어진 듯, 소년에게는 삶에서 이미 쓴맛을 맛본 어른의 모습이 보입니다. 집을 떠나 길 위에 있는 소년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중, 케잌을 찾으며 허기진 두더지, 말 없이 때때로 자기 상처를 드러내는 여우를 만납니다. 그리고 말은 묵묵히 소년의 곁에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 특별한 사건은 없습니다. 다만, 초원을 지나고, 깊은 밤을 보내고, 때로 폭풍을 만나면서 서로의 삶을 조곤조곤 나누어 갑니다. 무언가 용기를 잃은 듯, 삶의 방향을 다시 잡고 싶은 소년은 친구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툭툭 묻습니다. 그리고 친구들도 툭툭.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 친절한 사람이고 싶어.” (“Kind.”)
“너는 성공이 뭐라고 생각해?” (“What do you think success is?”)
“사랑하는 것.” (“To love.”)
“지금까지 네가 말한 것 중에 제일 용감했던 건 뭐야?”
“Help.” ( 도와줘)
“제일 큰 시간 낭비가 뭐라고 생각해?”
“너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
어록들입니다. 잠언집과도 같은 글들입니다. 어쩌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다른 곳에서도 들을 법한 말들인데 종종 꺼내 들고 보게 됩니다.
조금은 용기를 잃은 소년이, 외로움이 느껴지는 여우가, 때로 엉뚱해 보이는 두더지의 말들이어서 그럴까요? 특별히 잘날 것 없이, 비등비등한 친구들끼리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아, 이 말들이 톡톡 말을 거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은 여정 중 거대한 폭풍우를 만납니다. 그리고 되뇌입니다.
“어두운 구름이 몰려 올 때, 계속 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일 앞에서, 내 숨결 바로 아래,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집중해. 이 폭풍우는 지나갈 꺼야.”
간결하면서도 비유와 대조를 이루는 대화는 작은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꺼내 들면서 얻는 제일 큰 수확은 의외로,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나도 소년처럼, 살아가는 어느 순간 “이건 뭐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되는 때가 생겼습니다.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조금은 덜 휩쓸리고 아주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었습니다.
* 혹시 이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중학생 정도의 영어 실력이 가능하시다면, 영어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해 보게 되는 새로움이 있습니다.*
김양지나(색동교회 교인)
관련링크
-
당당뉴스 제공
[원문링크]
- 다음글"읽는 게 힙하다"…1020 사로잡은 '텍스트힙' 열풍 26.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