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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원 오두막에서 찾은 인생…'MZ판 월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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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BS노컷뉴스| 작성일2026-02-23 | 조회조회수 :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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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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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작가의 꿈을 접고 지역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스물여섯 청년 패트릭 허치슨은 어느 순간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퇴직연금에 투자하며 '어른의 세계'로 성큼 들어서는데, 그는 피자와 함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삶의 방향과 목표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가장 부끄러웠다"는 고백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또렷이 보여준다.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뜻밖에도 숲속 3평짜리 오두막이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7500달러(약 1100만 원)에 낡은 오두막을 충동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책임감 있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다는 강박과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뒤엉킨 결과였다.


책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그 무모한 선택 이후 벌어진 6년의 기록이다. 전기도, 수도도, 와이파이도 없는 오두막은 처음엔 곰팡이와 썩은 마루, 금이 간 창문으로 가득한 폐가에 가까웠다. 건축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유튜브 영상과 건축 규정집을 뒤지며 하나씩 배워나간다. 벽을 뜯고 합판을 교체하고, 덱을 깔고, 장작 난로를 설치한다. 쥐똥이 쏟아지고 빗물이 새는 좌충우돌 속에서 공간은 조금씩 사람 사는 집의 형태를 갖춘다.


이 책이 미국에서 'MZ판 월든'으로 불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자연 속 고독을 통해 자급과 사색을 이야기했다면, 허치슨은 숲속 오두막에서 좌충우돌과 유머, 그리고 또래 세대의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두막은 도피처가 아니라 '숨구멍'이었다. "완벽한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잠잠해졌다"는 문장은 숲속 생활의 역설을 보여준다.


특히 오두막은 혼자의 성취가 아니다. 친구들의 '무급 노동'과 맥주, 이웃들의 조언과 도움 속에서 완성된다. 산사태로 길이 막혔을 때 주민들이 자갈을 퍼 나르며 길을 복구하는 장면은 숲속 공동체가 결코 고립된 공간이 아님을 증명한다. 고립이 아닌 연결, 은둔이 아닌 연대가 이 책의 또 다른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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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허치슨의 오두막


몸을 쓰는 노동은 그에게 치유였다. "따분하고 포기하는 삶, 발전 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삶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조차 잃을까 두려웠지만 오두막에서는 그런 감정에 맞설 수 있었다"는 고백처럼, 드릴을 잡고 나무를 자르는 시간은 무기력과 불면을 밀어냈다. 머리로 계산하는 대신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는 경험이 자존감을 되살렸다.


결국 허치슨은 광고회사를 떠나 목수의 길을 선택한다. 여행 작가를 꿈꾸던 청년은 글 대신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직접 오두막을 짓는 일을 하고 있다. 충동적인 선택은 인생을 재시공하는 계기가 됐다.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단순한 힐링 에세이가 아니다. 경쟁과 비교 속에서 방향을 잃은 한 청년이 어떻게 자신만의 속도를 찾았는지 보여주는 성장 기록이다.


패트릭 허치슨 지음 | 유혜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380쪽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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