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강영안 교수는 공부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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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최종원, 강영안, 복 있는 사람
목회자는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설교는 단지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말씀과 오늘의 세계가 만나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는 성경만 읽는 사람으로 머물 수 없다. 시대의 언어를 듣고, 사람의 마음을 읽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며, 다시 본문 앞으로 돌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부를 멈춘 목회자는 어느 순간 자신이 도달한 자리에서 굳어 버리기 쉽다. 확신은 남지만 경청은 사라지고, 교리는 남지만 떨림은 옅어진다. 그때 목회의 언어는 생명을 살리는 말이 아니라, 이미 결론 내린 생각을 반복하는 말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에게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경건의 한 형식이자, 수련이라고 할 수 있다.
강영안·최종원의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공부를 기술이나 성취의 수단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란 무엇이며, 공부가 한 사람을 어떻게 빚어 가는지를 묻는다. 390쪽에 가까운 적지 않은 분량 안에 지식과 지식인, 신학과 교육, 한국교회, 그리고 공부 자체에 관한 묵직한 대화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지적 이력을 정리한 책이 아니라,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자리에서 다시 붙들게 하는 책이다.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면, 한 분야를 수십 년 동안 갈고닦아 아무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이들을 만나게 된다. 내게 강영안 교수는 공부의 달인처럼 보인다. 그는 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유로 잘 알려진 학자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재능보다 태도였다. 그는 공부를 재주가 아니라 수련으로 말한다. 공부는 타고난 총명함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오래 묻고, 성실히 읽고, 끈질기게 사유하고, 자기 한계를 인정하며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그의 말이 조용히 증언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많이 아는 사람이기 전에 오래 단련된 사람이다.
이 책은 중세 역사학자 최종원 교수가 질문하고, 철학자 강영안 교수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 교수의 질문을 통해 사유의 자리를 넓혀 주고, 강 교수의 대답은 단정하기보다 독자를 더 깊은 생각으로 이끈다. 그래서 이 책은 강의처럼 단선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 질문이 다음 질문을 부르고, 생각이 생각을 열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단지 지식을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대화의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대화의 끝이 자주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한국교회의 현실로 모여든다는 사실이다. 강영안 교수의 사유는 철학과 인문학, 교육과 윤리, 교회와 사회를 넓게 가로지르지만 결코 공중에 흩어지지 않는다. 그의 질문과 답변은 끝내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성경의 세계로, 오늘 한국교회의 자리로 수렴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많이 배운 한 지식인의 대화록이 아니다. 많이 안다는 것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책이다. 그의 지성은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고, 그의 신앙은 뜨겁지만 협소하지 않다. 넓게 배우되 깊이 믿고, 깊이 믿되 좁아지지 않는 공부의 가능성을 이 책은 보여 준다.
이 책은 특히 목회자에게 유익하다. 우리는 흔히 설교 준비를 공부라고 여기지만, 때로는 설교를 위한 자료 수집에 머물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공부는 그보다 더 깊다. 공부는 나를 흔드는 일이고,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견디는 일이며, 타인의 목소리 앞에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다시 말해 공부는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겸손의 훈련이다. 목회자는 늘 말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더 오래 들어야 하고, 교회를 이끄는 사람이기에 더 자기 확신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는 목회자의 사치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그의 언어가 굳지 않도록 지켜 주는 숨결이다.
안성전(찾는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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