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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농맹인의 눈과 귀가 되다 ② 손끝으로 걷는 '천로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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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0-20 | 조회조회수 : 1,2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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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농맹인선교회 농맹인·농인 수련회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 전원 완주

    촉감으로 조각상 파악…11주동안 미리 배워

     


    <편집자 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면 어떨까.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지닌 농맹인에게는 익숙한 현실이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암흑 속 힘겹게 생활하는 농맹인이 1만 명 가까이 있다고 한다. 본지는 사회에서 고립된 농맹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이들을 찾았다. 고립된 채 힘겨운 삶을 버텨내는 농맹인을 세상과 이어주기 위한 노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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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농인선교회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1박2일 수련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천로역정 순례길에 설치된 조각상을 만지는 농맹인 최소영 씨. ⓒ데일리굿뉴스


    죄짐을 맨 채 멸망의 도시를 도망치듯 떠난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 십자가 앞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만 천국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길목마다 고집과 변덕, 나태, 불신 등이 등장해 크리스천의 믿음을 뒤흔들고 잘못된 길로 유혹한다.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환란에서 빠져나온 그는 전신갑주로 무장해 아볼루온의 공격을 무찌르고 죽음의 강을 건너 천성으로 입성한다.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영성센터 필그림하우스의 '천로역정 순례길'은 영국 고전작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건축물과 조각상 등으로 재현했다.


    하나농인선교회 회원 40여 명은 지난 17일 이곳을 방문해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의 발자취를 손끝으로 느끼며 한 걸음씩 따라 걸었다. 


    순례길을 걷는 농인 회원들 중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농맹인도 열 명이나 됐다. 이들은 눈으로 조형물을 보거나 가이드의 해설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조형물을 만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농맹인에게는 2km 정도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걷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농인 자원봉사자들은 농맹인들이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부축했다. 농맹인들은 조각상의 얼굴과 몸통을 꼼꼼하게 만지며 책 속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렸다. 농인들은 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끊임없이 촉수화로 내용을 설명했다.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온 박재원 씨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길에 핍박과 고난, 유혹 등 여러 시련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로 실감나게 표현해 재밌다"며 "농맹인 친구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 의미 깊은 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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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농인선교회 농인 봉사자들이 촉수화를 사용해 책의 내용을 농맹인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이날을 위해 농맹인들은 지난 8월부터 11주간 '천로역정'을 촉수화로 배웠다. 이들은 매주 영락농인교회 2부 예배 후 교회 공간을 빌려 천로역정 내용을 공부했다. 


    천로역정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비신자에게도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이지만 농맹인에게는 난생 처음 듣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이들에게 독서는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일이기 때문. 실제로 천로역정을 아는 농맹인은 없었다.


    영락농인교회 성도들과 자원봉사자 농인들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천성에 이르기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을 촉수화로 설명했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인물의 수가 많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추상적 개념에서 따왔기 때문에 촉수화로 통역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책의 내용을 수없이 반복한 후에야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신미정 영락농인교회 부목사는 "비슷하고 추상적 이름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쉽지 않았지만 배움에 대한 농맹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곁에서 돕는 농인 봉사자들의 헌신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면 하나 하나마다 정성 들여 배워서일까. 농맹인들은 책 속 좋아하는 대목을 재현한 조각상들이 등장하면 뛸 듯이 기뻐했다. 두시간 가까이 되는 대장정을 끝낸 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스터디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농맹인 손창환 씨는 "11주 동안 배웠던 내용을 조각상으로 직접 만져보니 실감이 났다"며 "천국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주인공이 기쁨의 산을 넘어 목적지에 도달한 것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순례길을 완주한 농맹인 윤세웅 씨는 "여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조각상에 이슬이 서려있어 손이 시리고 추웠지만 끝날 때가 되니 따뜻한 햇살이 비췄다"며 "우리 짧은 인생길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국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믿음의 싸움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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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그림 하우스의 천로역정 순례길에 설치된 조각상을 만지는 농맹인 손창환 씨. ⓒ데일리굿뉴스


    하나농맹인선교회는 이번 천로역정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농맹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교육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고전 문학뿐만 아니라 기독교 역사 스터디도 구상하고 있다.  


    이영경 영락농인교회 사모는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 하나 하나가 농맹인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농맹인들이 천로역정을 공부하고 직접 순례길을 걸으며 천국을 소망하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용익 영락농인교회 목사는 "이번 수련회는 천로역정 길을 함께 걸으며 역경 끝에서 만날 예수 그리스도를 기대하는 '힐링여행'이었다"며 "앞으로도 인문학 스터디를 통해 흑암 속에 갇힌 농맹인들에게 아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농인선교회는 춘천시에 하나 농인·농맹인타운 조성을 계획 중이다. 타운은 농인과 농맹인을 위한 교육센터와 요양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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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로역정 순례길 쁄라의 땅에 도달한 하나농인선교회 농맹인 회원들이 촉수화로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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