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가 사람을 살린다”… 삼양동에서 밥으로 이웃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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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252 이어하우스·교회 정영희 목사
데일리굿뉴스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이어교회 부설 ‘이어하우스’에서는 매주 토요일,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이 모여 한 끼 식사를 나누고 이웃과 교제하는 ‘밥으로 사람을 잇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서울 강북구 삼양동. 낡은 건물 2층의 좁은 공간에 매주 따뜻한 밥 냄새와 웃음이 피어난다. ‘이어하우스(IEO House)’란 이름을 단 이 공간은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중장년 1인 가구 등 일상의 온기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식탁에 둘러앉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이름 없이도 누구나 반갑게 맞이한다.

▲정영희 목사(이어하우스·교회)ⓒ데일리굿뉴스
“밥으로 이웃과 이웃을 잇는다”는 모토 아래, 평생 혈당 관리를 해야 합병증 없이 생존 가능한 1형 당뇨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정영희 목사(64·이어하우스 대표)는 매주 토요일마다 정성스러운 밥상을 차린다.
정 목사의 목회 여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두 아들과 오빠의 아들(조카)까지 자녀로 품고 키우며, 46세에 막내를 출산했다.
여기에 와병 중인 친정어머니를 12년간 돌보며 겪은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그는 신학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뇨 합병증, 안면마비, 실명 위기 등 숱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며 기도는 더욱 깊어졌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신학을 공부한 그는 2014년 가을, 스승이자 영성학의 대가인 임상필 교수와 함께 ‘임마누엘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개척 목회를 시작했다. 첫 사역은 사례금 한 푼 없는 10년간의 자비량 목회였다.
2023년,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에 따라 남양주 별내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고향 삼양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밥으로 사람을 잇는’ 이어하우스와 이어교회가 탄생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어려운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어교회의 간판.ⓒ데일리굿뉴스
매주 토요일이면 삼양동 골목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생선조림, 가지찜 등 7가지 반찬이 차려진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을 덜어내는 한 끼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 있다는 존재의 확인이다. 이튿날인 주일, 이곳은 이어교회라는 이름으로 예배처소가 된다.
정 목사는 “처음엔 6명이었지만 지금은 매주 30명 이상이 온다. 그들은 더 이상 수급자가 아니라, 함께 밥을 짓고 나누는 ‘활동가’다”고 말한다.
이어하우스는 단순히 밥을 주는 곳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밥과 일상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소소밥’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매주 수요일, 12명의 참여자가 시 낭독, 자전적 글쓰기, 경청 훈련 등을 함께하며 감정과 언어가 회복되는 시간을 갖는다.
‘고독사 위험군’을 위한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서울시의 ‘우리동네 돌봄단’과 연계한 활동도 활발하다.

▲이어하우스를 찾은 지역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대화를 하고 있는 정영희 목사.ⓒ데일리굿뉴스
이어하우스는 구호 단체가 아니다. 이곳에선 ‘봉사자’ 대신 ‘활동가’란 호칭을 쓴다.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다. 수박을 나누고, 손을 맞잡고 설거지를 하며, 악기와 커피를 통해 공동체가 숨 쉰다. 복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해진다.
정 목사는 “요즘은 복음을 듣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밥 한 끼가 사람의 마음을 연다. 수급자들이 화장하고 외출복을 입고 이곳에 온다. 거울 앞에 설 이유가 생긴 것”이라며, 이들이 변화의 첫걸음을 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하우스에서 이웃을 섬기는 활동가들과 정영희 목사.ⓒ데일리굿뉴스
실제로 변화는 놀랍다. 자살 충동을 고백하던 이들이 생기를 되찾았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외출조차 못하던 이들이 다른 이를 섬기게 됐다. 한 활동가는 신학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이는 “이런 목회도 가능하냐”며 감탄한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느꼈다”는 고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정 목사의 다음 비전은 ‘이어센터’다. 수급 자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루 두세 시간 일할 수 있는 공간, 작은 일거리로도 사람의 존엄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도시락 배달, 카페 데이, 국수 데이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다.
정영희 목사는 대사회적 영향력이 쇠퇴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며 “한국교회가 자신만 잘되고 복 받기 원하는 기복신앙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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